[캠핑장 요리] 쑥갓, 국물 요리의 '명품 조연'

글 한형석 아웃도어 플래너 2021. 4. 14.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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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양주 캠핑장 한켠에 자리를 잡고 누워 있는데 어디서 향긋한 냄새가 흘러왔다.

쑥갓은 향이 강한 편에 속하지만, 다른 채소나 고기 본래의 맛을 해치지 않기 때문에 들어가는 모든 재료의 맛을 느끼면서 쑥갓의 향을 즐길 수 있는 요리가 된다.

이렇게 쑥갓은 거의 모든 국물 요리의 풍미를 올려 주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연한 봄 쑥갓을 듬뿍 넣으면 일교차가 심한 봄 캠핑장에 너무 잘 어울리는 요리로 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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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양주 캠핑장 한켠에 자리를 잡고 누워 있는데 어디서 향긋한 냄새가 흘러왔다. 쑥갓 향기다. 어릴 적에 할머니 손을 붙잡고 할머니 친정인 하계동을 가면 쑥갓 향기가 엄청났다.
중랑천 건너 벌판에는 드넓은 청보리밭 같은 쑥갓밭이 있었다. 그때 그 향기의 추억이 아직도 코끝에 생생하다. 동네 형들과 남양주에 꿩사냥을 다녀오다가 그 쑥갓밭에서 쑥갓을 한 바구니 사 와서 집에서 꿩탕을 끓여 먹었다. 지금은 할머니 친정이 있던 하계동도, 꿩사냥을 갔던 별내도 전부 아파트로 가득 찼다.
지금 누워 있는 캠핑장도 얼마 있으면 아파트 단지가 될지 모른다. 뉴스에서는 신도시 땅투기 문제로 시끄럽지만, 자연을 사랑하고 그 자연에 추억이 담긴 사람들은 그냥 조용히 구경만 한다. 대신 쑥갓을 듬뿍 넣은 탕에 소주잔만 기울일 뿐이다.
쑥갓을 듬뿍 얹은 닭고기 된장 전골
닭고기와 된장, 그리고 쑥갓의 조합은 사람들이 잘 먹지 않지만, 굉장히 맛있는 조합이다. 남양주는 한우도 유명하지만 토종닭도 유명하다. 동네 마트나 재래시장에 가면 2kg에 가까운 토종닭도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다. 이 닭을 큼지막하게 토막 내어 준비하고 각종 버섯과 제철 채소를 켜켜이 포개 담은 다음에 마지막으로 깨끗이 씻은 쑥갓을 듬뿍 올리고 된장을 푼 물을 부어 끓여 주기만 하면 된다.
코펠 바닥에는 어른 손바닥 크기의 다시마를 깔아 주면 좋다. 쑥갓은 향이 강한 편에 속하지만, 다른 채소나 고기 본래의 맛을 해치지 않기 때문에 들어가는 모든 재료의 맛을 느끼면서 쑥갓의 향을 즐길 수 있는 요리가 된다. 코펠이 작거나 재료가 많을 경우는 조금씩 끓여 먹으면서 재료와 육수를 보충해 주면 좋다. 다 먹은 뒤에 육수가 남으면 라면이나 국수사리, 혹은 찬밥을 넣고 볶아 먹으면 향긋한 별미가 된다. 닭고기는 생각보다 금방 익기 때문에 물이 끓기 시작하면 대략 15분 후부터 먹을 수 있다.
쑥갓을 넣은 잡탕 찌개
캠핑장에서 먹고 남은 전이나 햄, 돼지고기, 김치는 처치하기가 참 번거롭다. 대부분의 캠퍼들은 텐트를 철수하기 전에 남은 음식을 라면과 함께 넣고 잡탕 라면을 끓여 먹는 게 보통이다.
뭔가 꿀꿀이죽 같은 느낌이고, 들어간 재료는 화려하지만, 솔직히 무슨 맛인지 잘 모를 때가 많다. 이때 쑥갓을 넣으면 그 찌개의 풍미를 3배 이상 올려 준다. 육수도 필요 없다. 남은 재료를 모두 넣고 간만 맞춰 끓이다가 맨 마지막에 적당량의 쑥갓을 올려 주기만 하면 된다.
그러면 무슨 맛인지 모르는 찌개가 굉장히 고급진 느낌을 주는 일품요리로 변신한다. 이렇게 쑥갓은 거의 모든 국물 요리의 풍미를 올려 주는 역할을 한다. 그래서 라면이나 떡볶이, 부대찌개, 심지어 떡국이나 칼국수를 먹을 때도 약간의 쑥갓만 넣어 주면 그 맛을 배가시킬 수 있다.
쑥갓이 들어간 어복쟁반
어복쟁반은 분명 한겨울에 잘 어울리는 요리다. 하지만, 연한 봄 쑥갓을 듬뿍 넣으면 일교차가 심한 봄 캠핑장에 너무 잘 어울리는 요리로 변한다. 어쩌면 만들기 참 번거로운 요리지만, 집에서 준비만 잘하면 막상 캠핑장에서는 라면보다 간단한 요리가 된다.
떡볶이를 만드는 벽이 있는 팬이나 전골냄비 바닥에 약간은 힘이 있는 쑥갓 대를 깔고 그 위에 집에서 준비해 온 고기랑 달걀, 버섯, 채소를 올리고 쑥갓을 듬뿍 올려 보자. 그러면 봄 날씨에 잘 어울리는 어복쟁반이 된다. 육수는 집에서 준비해 와도 되고, 마트에서 파는 설렁탕 육수도 좋다. 계속 끓이면서 냉동만두나 면사리를 넣어 먹으면 생각보다 많은 양이 들어간다. 어른들 술안주는 물론이고, 청양고추를 넣지 않았다면 맑은 국물에 아이들 밥 말아 주기도 안성맞춤이다. 낮에는 더워도 밤이면 코끝이 쎄~해지는 봄에 먹으면 정말 맛있고 향기로운 요리다.

본 기사는 월간산 4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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