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5% 득표율의 힘?..자신감 뿜는 오세훈 얼마나 갈까

김양진 2021. 4. 14.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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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서울시장이 13일 오전 화상 국무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정부서울청사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시내 25개 모든 자치구에서 이기고 57.5%의 높은 지지를 받았기 때문일까. 10년 만에 야당 시장으로 컴백한 오세훈 신임 서울시장이 연일 자신감 넘치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유흥업소 영업시간을 자정까지로 늘리는 등의 내용을 담은 ‘서울형 거리두기’를 제안하는가 하면, 혹평을 받아왔던 과거 재임 시절 추진했던 정책들을 추켜세우는 것에도 주저함이 없다.

취임 첫날 “서울시 공무원들 반성하라”

시장 취임 첫날인 지난 8일 오 시장은 그간 서울시의 코로나19 방역대책과 관련해 시 간부들에게 “소상공인들의 고통과 호소에 얼마나 귀 기울였는지 반성하라”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는 앞으로 ‘협조’가 절실한 시의회를 방문한 자리에서도 이어졌다. 시의원 110석 가운데 100석을 가진 압도적인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 소속 김인호 서울시의회 의장, 김기덕 부의장, 김정태 운영위원장을 만난 그는 “시의회의 전폭적인 지지가 없으면 솔직히 말해 (정책을 추진하기) 쉽지 않은 그런 상황”이라면서도 “많은 시민 여러분들이 저를 지지해주셨지만 아마 불안하게 염려하시는 부분이 그 부분(시의회 협조)인 걸로 생각된다”며 은근히 압박했다.

이후 오 시장이 여론의 주목을 받으며 적극적 행보를 이어갔고, 서울시의회는 13일 오 시장의 내곡동 땅 의혹 조사를 보류한다고 밝혔다. 선거운동 기간 내곡동 땅과 관련해 오 시장의 거짓말 여부가 논란이 되자, 서울시의회는 선거운동이 막바지로 치닫던 지난 5일 내곡동 땅 행정사무조사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행정사무조사는 국회로 치면 국정조사에 해당하는데, 서울시의회는 이달 19일 본회의에 내곡동 땅 의혹을 행정사무조사 안건으로 상정할 예정이었다. 시의회 한 관계자는 “새로 출범한 서울시 집행부와 협력하고 준비 기간을 주자는 차원에서 나온 결정”이라고 전했다. 57.5%에 이르는 오 시장의 득표율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정부는 ‘규제방역’ 자신은 ‘상생방역’

오 시장은 ‘자가검사키트를 전제로 한 영업시간 조정’이라는 오세훈표 방역대책을 발표하고 관련 논의를 주도했다. 지난 12일 브리핑에서 오 시장은 지난 1년3개월 동안 정부와 여러 지자체가 추진해온 방역을 ‘규제방역’이라고 규정하고, 자신이 추진하는 서울시 방역은 ‘상생방역’이라고 이름지었다. 이튿날 국무회의에 참석해서도 이를 세일즈했다. 이런 움직임은 방역이 국민에게 혼선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전문가들과 여론의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오 시장으로서는 자신의 존재감을 한껏 드러내 정치적 효과를 봤다.

언론에 대한 품평도 거리낌이 없었다. 지난 12일 ‘서울형 상생방역 추진방향 브리핑’에선 기자들의 질문에 대해 평가했다. ‘방역정책의 혼선이 우려된다’는 질문에 대해 오 시장은 “아마 이 발표한 내용을 미리 숙지하고 알고 있었다면 이런 질문들이 이렇게…”라며 못마땅하다는 듯 말했다. 반면, 오 시장이 정부에 도입을 촉구하고 있는 ‘자가진단키트 활용 절차’와 관련한 질문이 나오자 “아주 유능하면서도 예리한 질문을 해줘서 깊은 감사를 드린다”고 평가했다.

13일 국무회의 참석 뒤에도 기자들을 만나 “일부 보도에서 서울시가 (‘서울형 거리두기’를) 강요하는 것처럼 보도하는데 정확하지 않다. 마치 식당이나 유흥업소에서 가장 위험한 것처럼 제목 뽑히고 있다. 그건 아니다”고 말했다.

세빛섬·다산콜 120·DDP 등 과거 업적 띄우기

10여년 서울시장으로 재선(제34·35대)하면서 자신이 추진했던 정책들에 대한 변함없는 ‘애정’도 과시했다. 선거운동 때부터 오 시장의 10여년 전 정책들은 꾸준히 소환됐다. 지난 4일 자신과 단일화 경쟁을 펼쳤던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세빛섬을 찾아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2년 동안 문을 닫아걸고 시민들의 이용을 제한하는 바람에 적자가 누적되기 시작했다”며 “한강 공원과 세빛섬을 만들며 오해도, 비판도 꽤 있었다. 그러나 지금 한강변을 이용하는 산책 인구가 10억명을 훨씬 넘을 것이다. 시장이 되면 이런 길들을 더 만들겠다”고 말한 게 대표적이다.

하지만, 오 시장이 과거 서울시장 시절 한강 르네상스 역점 사업으로 추진해 지난 2014년 개장한 세빛섬은 사업자 특혜 논란과 안전성 문제 등으로 전시행정의 대표사례로 꼽혔다.

오 시장이 취임식 장소로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는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역시 그가 의욕적으로 추진하던 ‘디자인 서울’ 정책의 상징과도 같은 곳이다.

오 시장은 13일 자신이 재임 시절 만든 ‘120 다산콜센터’를 방문해 “제가 시장을 할 때 새로운 시작이었던 게 바로 120”이라며 “다산콜센터가 시장이 바뀌면서 인력도 줄어들고 예전보다 활기를 잃은 상황이라고 해서 현장에서 직접 그런 문제점을 구체적으로 들어보고 개선할 점을 찾기 위해 취임 직후 방문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센터 노동자들이 가장 민감해하는 신분 문제와 관련해, 재단 설립 방식을 통한 정규직 전환은 박원순 시장 시절인 2017년에 이뤄졌다.

“오 시장, 나쁜 평가에 분노 가진 듯”

10여년 전 자신의 ‘치적’을 과잉 강조하는 듯한 태도를 두고 서울시 한 공무원은 “전임 시장 흔적 지우기는 이명박, 박원순 등 역대 시장들이 다 하던 것인데, 오 시장은 그걸 넘어서 자신이 애착을 갖고 추진하던 사업들이 사라지고, 나쁜 평가를 받는 것에 대한 분노를 가진 것 같다. 그게 본인 업적을 부각하는 것으로 이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시 간부들과의 인사자리에서 피눈물이라는 독한 말까지 써가며 지난 10년을 돌이켰다. “전임 (박원순) 시장이 오셔서, 처음에 제 입장에서 보면 전임 시장(오세훈)의 일을 뒤집고 했던 기억이 선명할 것이다. 그때 제가 사실 굉장히 가슴이 아팠다. 속으로 피눈물이 나는 경험을 했다”(지난 8일 오 시장)

취임 초 높은 득표율과 지지율에 기대어 이슈를 주도하는 광폭 행보를 이어가고 있지만, 긍정적인 평가나 기대가 얼마나 오래갈지는 미지수다. ‘오세훈 표 방역정책’을 두고 전문가나 정부, 이웃 지자체인 경기도·인천시 등이 우려하듯이, 가벼운 정책 접근은 오 시장 개인이나 사회에 해를 끼치기 때문이다.

서울시 한 간부는 “코로나19 방역은 국민 생명과 관련된 문제라서 그동안 방역에 있어서는 지방정부에서 규제를 더 세게 하자고 얘기는 했어도, 방역을 경제나 상생과 연계해서 규제를 느슨하게 하자는 얘기는 못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5인 이상 모임 금지’라는 강력한 규제책은 지난해 12월 경기도와 서울시가 들고나온 뒤 중앙정부가 이를 받아들이는 형식으로 자리를 잡았다. 이 간부는 “오 시장이 오니 경제 얘길 하면서 방역을 흔드는데 ‘하자는 대로 해서 경제 활성화가 안되면 정부 탓이고 잘되면 자기 덕’이라는 그런 생각으로 자꾸 (논란이 되는 정책을) 던지는 것 같다”며 “10여년 전 오세훈과는 정말 다르다. 더 정치인이 된 거 같다. 아주 노련해졌다"고 평가했다.

김양진 기자 ky029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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