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미완의 文정부 개혁..무엇이 잘못되었나

강경선 공화21클럽 상임대표·방송대 명예교수 2021. 4. 1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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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최근 우리 사회는 극단적 진영논리로 정치 불안과 함께 사회적 동력이 급속도로 이완되고 있습니다. 뉴스1은 현재의 정치적 상황을 진단하고 견제와 균형이 조화롭게 이뤄지는 대안을 모색하는 취지에서 '21세기 공화주의클럽(약칭 공화 21)' 소속 학자들과 함께 릴레이 기고를 기획했습니다. 공화 21은 민족대 반민족, 민주대 반민주, 보수대 진보 등 이분법적 선악관에 기초한 진영논리에서 벗어나 대화와 타협 시민참여 주민자치 연방주의 국민통합 등을 기치로 하는 공화주의 국가를 모색하는 학자들의 모임입니다. 뉴스1은 총 6회에 걸쳐 현 정부·정책·정치상황의 문제점을 되짚어 보고 그 대안을 모색합니다.

강경선 공화21클럽 상임대표·방송대 명예교수. © 뉴스1

(서울=뉴스1) 강경선 공화21클럽 상임대표·방송대 명예교수 = 소득주도성장, 최저임금의 상향, 평창올림픽에서의 남북간 회동과 북미대화의 길을 튼 것, 원자력발전소의 연장 찬반에 관한 숙의민주주의의 시행을 선보일 때만 해도 현 정부의 출범은 감격과 희망이 있었고, 민주정부로서의 참신성과 위신이 넘쳐났다.

종전 정부와는 대비된 새로운 길을 보여주면서 현 정부는 2018년의 지방선거와 2020년의 총선거에서 국민들로부터 압도적인 지지를 확보하였다. 그때는 여당 대표자가 호언했듯이 향후 20년 계속 집권을 할 것 같이 보였다.

하지만 펼쳐놓았던 그 모든 정책들이 하나 둘 씩 낙엽처럼 조락하면서 임기 4년이 지난 지금, 현 정부가 남겨놓은 업적은 하나도 건질 것이 없다. 국민들이 품었던 기대와 희망도 사그라진 상태다.

바로 이 시기에 서울·부산시장 등 재보궐선거에서 여당은 참패했고, 야당이 압승한 것이다. 현 정권은 중앙과 지방의 입법권, 행정권을 완전 장악한 상태이고, 철옹성이 된 정부의 성채를 크게 파괴시킨 이번 선거는 분명 위력적인 것이었다.

집권여당 전체가 위기감에 휩싸였다. 내년은 대선과 지방선거가 예정되어 있다. 여당은 비록 전초전에서는 대패했지만 내년의 대회전에서는 반드시 승리하기 위해 전열을 재정비하고 새롭게 무장해서 전장으로 나오려 할 것이다. 야당 또한 4년전 바닥까지 떨어졌던 민심의 지지를 회복할 수 있는 전기를 마련했으니 환골탈퇴해서라도 내년도 더 큰 선거에서도 승리를 계속 가져가려고 분주할 것이다.

이렇듯 여당과 야당의 체질변화의 계기가 된다면 이번 선거는 국가발전을 위해 정말 성공적인 의미를 담게 될 것이다. 그러나 체질변화까지 하기에는 시간이 모자라 보인다. 그저 방향전환만 이루어져도 한참 다행스러울 것으로 보인다.

현 정권은 당의 면모를 쇄신하고 선거의 직접적 패인이 되었던 공직자의 부정부패와 도덕성 해이 척결에 나설 것이다. 문제는 공직자 개혁 작업이 단기간에 끝날 일이 아니라는 점에 있다. LH사건에만 국한시킨다면 일처리는 수개월 이내에 종결될 수 있다. 하지만 공직자 전체의 개혁이라는 과제는 긴 시간을 요하는 일이다. 그 과제는 임기 말의 이 정부로서는 감당할 수 없는 일이고 다음 정부가 해야 할 숙제로 남을 것이다.

현 정부가 진정 복지국가를 이루고자 했다면 우리나라의 부정부패 현실에 주목했어야 했다. 선진국이라 할 수 없을 정도의 부끄러운 40위권에 속한 현재의 부패지수를 세계 10위권 이내로 앞당기기 위한 노력을 복지국가의 선결과제로 정했어야 했다.

복지국가는 복지예산만 확대하는 정부가 아니다. 예산 확대와 더불어 예산의 사용처를 목적에 부합하게 잘 사용해야만 부의 양극화를 최소화하여 사회적인 통합에 기여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정책방향과 예산사용의 담당자들인 모든 공직자들이 복지국가형 공직자로 바뀌는 작업이 반드시 필요했다.

부정부패 대신 정직과 청렴이 들어서고, 복지부동의 소극적 자세를 탈피해서 그 대신 자율과 책임이 수반되는 봉사하는 공무원상을 확립시켰어야 했다. 이런 공무원상이 뒷받침 되어야만 복지국가가 성공할 수 있다.

국가개조와도 같은 공무원의 일신은 임기초에 최소 3년 동안은 집중관리해야 할 중차대한 일이다. 이같은 국가개조의 필요성은 이미 세월호사건을 통해 우리에게 암시되고 언급되었던 사항이다. 그런데 이런 인적 인프라의 개혁 없이 어떻게 복지국가 구현에 임했는가 알 수 없는 일이다.

어쨌든 현 정부는 이런 작업에 전혀 염두를 두지 않았고 결국 임기 후반에 부메랑이 되어 자신의 발등을 찍었다고 볼 수 있다. 이렇게 내면을 드려다 보면 이 정부의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소주성과 기초임금 같은 구호들이 진정성 없는 표피적인 복지정책에 불과한 것이 아니었나하는 의문이 간다.

어쨌든 이 정부는 일의 순서를 잘못 잡아서 결국 고기 한 마리 못잡고 빈 그물만 손에 든 채 귀가길에 오를 것 같다. 가장 크게 시간 낭비한 것은 개헌작업이었다. 임기초는 개혁을 위해서는 매우 귀중한 시기다. 이 시간에 범정부적으로 개헌작업을 추진했다. 촛불혁명의 계승을 자임했던 정부로서 그 시기를 개헌국면으로 파악한 것은 옳다. 하지만 개헌의 형식과 방법이 시대착오적이고 미숙했다.

정부는 헌법전의 처음부터 끝까지 100여 군데나 수정·삭제·가필하는 전면개정의 방식을 원했다. 법률가 출신인 대통령이나 민정수석이 좀 더 용의주도하게 성찰했더라면 이런 개헌방식이 얼마나 많은 시간을 요하며, 전문가들의 논의만 무성할 뿐 결론 맺기가 힘든 작업이라는 것을 예측했을 것이다. 그들은 이런 법적 통찰을 배제한 채 개혁에 대한 의욕만 앞세워서 용감무쌍하게 구태의연한 개헌방식에 착수했다.

뜻대로 개헌이 된다면 그 이후에는 법의 이름으로 내려찍는 방식으로 손쉬운 개혁이 가능하리라고 예상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단견이었다. 우리나라가 지난 30년간 전문성도 높아졌고, 표현의 자유도 무제한적인 사회로 바뀌었기 때문에 법률공학적 하향식 개혁은 부합될 수 없는 것이었다. 결국 1년 만에 개헌논의는 철회되었다. 이렇게 현 정부는 가장 귀한 개혁의 시간을 엉뚱한 곳으로 허비하고 말았다.

임기 4년을 지난 지금 현 정부가 국민과 국가를 위해 개혁할 시간은 사실상 물 건너갔다. 새로운 일을 하기에는 이미 시간이 주어져 있지 않은 것이다. 일모도궁(날은 저물고 길은 막힘)의 처지에 이른 모습이다. 일반 기관장 같으면 한시 바삐 새로운 관리자로 교체해서 새로운 분위기로 일을 시작해야 할 시점이다. 그런데 사람 바꾸는 것보다 더 중요한 문제가 잠복하고 있다. 구시대적 사고방식이 바로 그것이다.

법무장관 임명 사태 때부터 직접적으로 드러난 것이지만, 현 민주당 정권은 국가보다도 자신들의 집권연장에 보다 열정과 집념이 강한 집단이라는 점이다. 보다 정확히 말하면 자신들의 승리가 곧 국가를 위하는 것이라는 사고방식(mindset)을 가지고 있다.

이런 사고는 강고한 군사정권과의 민주화투쟁에서는 용납될 수 있는 군인의 전투정신과 같다. 지금은 군사정권과의 싸움이 아닌 초기 법치주의와 민주주의를 넘어 보다 더 성숙한 선진국을 만들어야 하는 촛불혁명 이후의 시대임을 이들은 알지 못한다. 현 정부는 이러한 시대변화에서 뒤떨어진 낙후된 사고방식으로 무장된 용사들이다.

그렇기에 '기회는 평등하고, 절차는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다.'는 정부의 말도 일반인들의 이해와 서로 다를 수 있다. 아마도 현재 집권자들은 이번 선거에서의 패배도 평등과 공정과 정의가 무너지는 위기의 징후로 파악하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다음에는 반드시 승리를 해서 공정과 정의의 사회를 회복할 것이라는 결의를 할 것이다.

그 결과 더욱 더 단호한 민주화투쟁 시절의 구호가 튀어나올 것 같다. 친일 군사정권에 대한 적폐청산을 더욱 철저히 하여 나라를 구하자는 혁명의 구호가 나올지도 모른다. 이렇듯이 현재 우리나라의 정치는 적어도 30년 이상 뒤떨어진 시대에 사로잡힌 사람들이 좀비처럼 횡행하고 있는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기고문의 내용은 뉴스1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birakoca@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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