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신문 솎아보기] 일본 오염수 방류에 한겨레 "용납 못해" 조선 "국민 건강 영향 없을 것"
일본 오염수 방류 결정에 무책임 비판하고 한국 정부 대응 비판한 언론
조선일보 "영향 미치지 않을 것이란 전문가 의견 많긴해"
[미디어오늘 정민경 기자]
일본 정부가 13일 후쿠시마 제1 원자력발전소에서 나오는 방사능 오염수를 바다에 방류하기로 결정했다. 14일 한국의 주요 종합 일간지는 이 소식을 대부분 1면 머릿기사로 보도했다. 대부분의 언론은 일본의 오염수 방류가 무책임하다고 비판하고 한국 정부 역시 이 같은 사실을 미리 알았으나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조선일보의 경우 1면에 해당 이슈를 배치하지 않고 2면에 배치, 사설에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가 우리 국민 건강이나 생태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란 전문가 의견이 많기는 하다”, “국내 월성 원전 단지에서도 상당량의 삼중수소를 냉각수에 희석시켜 배출하고 있다”고 쓰기도 했다. 일본의 오염수 방류를 비판하고 한국의 외교력을 비판한 다른 신문들과는 다소 다른 논조였다.
다음은 14일 주요 종합 일간지 1면 가운데 일본 오염수 관련 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무책임한 일본 '방사능 오염수 방류' 결정”
국민일보 “오염수 방류 강행 일본 뾰족한 대책 없는 한국”
동아일보 “日, 원전 오염수 바다 방류 결정… 韓 '절대 용납못해'”
서울신문 “美 업은 日, 방사능 오염수 바다에 버린다”
세계일보 “美 업은 日, 오염수 방출 결정… 韓, 日외교력에 당했다”
조선일보 1면에 관련 기사 없음 (2면에 배치)
중앙일보 “일본, 원전수 방류 결정 검증도 한국 패싱 우려”
한겨레 “끝내 바다에…일 '방사능 오염수' 30년간 쏟아붓는다”
한국일보 “일본 방사능 오염수, 방류 4년 뒤 한반도 닥친다”
일본 정부가 13일 관계 각료회의에서 후쿠시마 원전 부지에 보관 중인 오염수를 해양에 방류한다는 계획을 담은 '처리수 처분에 관한 기본 방침'을 결정했다. 이 같은 기본 방침을 일본 언론들도 보도했다.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는 2023년부터 최소 30년간 해양으로 방류될 것으로 보인다.
경향신문은 1면에서 오염수를 일본에서는 '처리수'라고 부르지만, 방사능 안전기준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일본 내에서도 반발이 이어졌다고도 전했다. 일본 전국어업협동조합연합은 성명을 통해 “전국의 어업자들을 짓밟는 행위”라고 일본 정부를 비판했다.
한국 정부는 “강한 유감을 표하며 우리 국민의 안전을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다해 나갈 것”이라며 “이번 결정은 주변 국가의 안전과 해양환경에 위험을 초래할 뿐만 아니라 특히 최인접국인 우리나라와 충분한 협의 및 양해 과정 없이 이루어진 일방적 조치”라고 비판했다. 반면 미국과 IAEA는 “국제적 안전기준에 따른 것”이라며 일본 결정을 지지했다.
한국 언론들은 사설 등을 통해서도 일본의 결정을 강하게 비판했다. 한겨레는 사설 “후쿠시마 오염수 일방적 방류, 용납할 수 없다”에서 “오염수 방류에 대한 국제사회 우려와 일본 내 반대 여론을 깡그리 무시한 일방적인 조처”라며 “우리 정부와 정치권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처를 다 해야 할 것”이라 주문했다.
한겨레 사설은 “유감 표명을 넘어 단호한 대응이 필요하다”며 “정부는 우려와 분노를 일본 정부에 확실히 전달하고 오염수 방류 결정 과정, 처리 과정 전반에 대한 투명한 정보 공개와 검증을 계속 요구해야 한다”고 전했다.
서울신문, 세계일보, 중앙일보 등도 1면 기사나 사설에서 미국을 업은 일본이 한국을 무시하거나 외교력이 모자랐다고 지적했다.
세계일보는 한국의 대응이 부족했다는 이유로 “일본의 방류 결정이 꾸준히 예고됐던 상황에서 정부 대응이 안일했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이유”라며 “정부는 일본의 결정이 '주권 사항'이라는 입장을 꾸준히 유지하면서 검증에 초점을 맞춰왔다. 우리나라 전문가를 포함 여러 국가의 전문가들과 함께 검증단을 꾸리는 방안도 추진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기술적 검증이 충분히 이뤄지기 전 방류 결정이 내려진 것”이라 전했다.
서울신문 역시 사설에서 “일본 정부의 주변국을 무시한 방출 결정은 정부의 소극적인 태도도 한몫 거들었다”며 “지난해 10월 강경화 전 외교부 장관은 '일본의 오염수 방류 계획은 주권적 결정 사항'이라고 발언해 물의를 빚었다. 이러니 방류 결정 직후 소집된 게 고작 차관급 회의이고 이 회의에서 나온 게 하나 마나 한 '강한 유감'과 투명한 정보공개 뿐”이라고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경우, 이 이슈를 2면에 다뤘는데 한국과 중국은 방류 반대 목소리를 냈지만 미국은 투명한 결정에 감사하다는 입장을 냈다는 스트레이트 형식의 기사였다.
같은 면에 배치된 과학전문기자의 'NEW Q'코너에서는 “방류를 하지 않으면 2022년 말 가득 찰 것으로 예상돼 더는 방출을 미룰 수 없다는 것이 일본 정부의 판단”,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당시 태평양으로 오염수가 일부 배출된 이후, 우리 정부는 해수 방사능 오염 감시를 강화했다. 아직 방사능 측정 수치의 변화는 없다”, “배출 문제는 일본 내 문제이기 때문에 주변국이 일본 정부에 결정을 강제할 수는 없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사설에서도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가 우리 국민 건강이나 생태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란 전문가 의견이 많기는 하다”며 “방류 오염수는 대부분 구로시오 해류를 타고 북태평양으로 확산되고 극히 일부가 남쪽으로 이동해 동해로 들어올 수 있지만 그 양은 후쿠시마 방류량의 0.001%도 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썼다.
조선일보 사설은 “국내 월성 원전 단지에서도 상당량의 삼중수소를 냉각수에 희석시켜 배출하고 있다”며 “다만 월성 방류수의 농도는 L당 13베크렐 수준인데 일본은 1500베크렐로 계획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일본 정부가 다른 대안이 전혀 없어 불가피하게 오염수를 방류하는 것으로 보기도 힘들다”며 “후쿠시마 원전 부지 내에 더 이상 오염수 보관 장소가 없다면 주변 주민들 동의를 구해 부지 밖에 보관하는 방법도 강구할 수 있었을 것”, “일본 정부가 성의만 있었다면 비용이 더 들더라도 방류를 뒤로 늦출 수도 있었을 것”이라 썼다.
이해충돌방지법 사실상 합의, 법안 발의 8년 만
13일 여야가 이해충돌방지법에 사실상 합의했다. 이달 말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될 것으로 보인다. 법안이 발의된 지 8년 만이다.
이해충돌방지법은 공직자가 자신의 이해관계와 관련된 직무를 기피하거나 회피하고, '미공개 정보'를 사적 이익에 쓰지 못하도록 하는 게 핵심이다.
경향신문은 이해충돌방지법 합의를 1면으로 다뤘고 서울신문과 한겨레는 사설에서 이를 환영하는 논조로 사설을 썼다. 경향신문은 1면에서 “다만 청탁금지법의 적용을 받는 언론인과 사립학교 교직원은 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키로 하고 향후 언론 관련법이나 사립학교법 개정을 통해 보완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서울신문은 사설 '이해충돌방지법 통과 가시화, 실천이 중요하다'에서 “김영란법이 제정된 2016년 이후 5년 만에 비로소 이해충돌방지법의 법제화가 가시화됐다는 점에서 만시지탄”이라며 “이해충돌방지법의 빠른 통과 못지않게 관련자들의 법규 실천 다짐이 요구된다”고 전했다.
한겨레는 사설 '여야, 이해충돌방지·손실보상 입법 서두르라'에서 “손실보상제 소급적용과 관련해 당 안에서 나오는 전향적 목소리를 민주당 지도부는 경청해야 한다”며 “재정 문제나 위헌 논란 등을 이유로 소급적용 논의 자체를 막을 일은 아니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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