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전 대통령 '미얀마 민주화' 지지 연설(2007년)

유승용 2021. 4. 14.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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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전 대통령 생전 미얀마 민주화 적극 지지
2007년 '샤프란 혁명'시
미얀마 민주인사 석방 위해 입국 시도
이후 '버마 민주화의 밤' 행사 주최 연설
"버마 국민들 세계에서 보내는 성원 기다려"
"민주세력 불굴의 노력 반드시 성공할 것"
"민주주의 실현되는 날 함께 승리 노래를"


김대중 전 대통령은 생전에 미얀마 민주화운동에 적극적으로 연대했습니다.
대통령이 되기 전이나 재임기간, 퇴임 후에도 여러 차례 공개 연설했고, 2007년 이른바 '샤프란혁명' 민주화 시위 때는 미얀마 민주 인사들의 석방을 위해 직접 미얀마 입국을 시도했을 정도입니다.

2007년 12월에는 노벨평화상 수상 7주년 기념 행사를 '버마 민주화의 밤'으로 주최하고 민주화 투쟁을 지지하는 연설을 했습니다.

1988년 '8888 항쟁', 2007년 '샤프란혁명'에 이어 2021년 '봄의 혁명'
미얀마 시민들은 수십년 이어진 군부 집권과 계속되는 쿠데타에 반발해 민주화 투쟁을 다시 시작했습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2007년의 연설 내용은 지금 미얀마 상황에도 그대로 적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 ‘버마 민주화의 밤’ 참석(2007년)


다음은 김 전 대통령의 당시 연설 내용입니다.

■ 군사 독재 가장 심각한 곳 '버마'
오늘날 세계에 도처에서 군사독재가 행해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중에도 가장 문제가 심각한 곳이 버마입니다.

버마 군부는 45년 동안 독재를 강행하고 있습니다.
1988년에는 3천명의 민주인사를 살해했고, 이번 민주화 투쟁에도 무력 사용을 서슴지 않음으로써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버마 군부는자기들이 주도한 선거에서 아웅산 수지 여사가 이끄는 민주세력이 80% 이상의 의석을 차지하자 이를 불법적으로 무효화시키고 정권을 내주지 않았습니다.

오늘날 버마는 많은 천연자원을 가지고 있는 나라이지만 국민은 극도의 가난 속에 고통을 받고 있고
소수 군부 사람들만 부귀영화를 누리고 있습니다.
이러한 버마 군부의 행태는 인류의 양심으로서는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처사라 아니할 수 없습니다.

■ 독재 시달리는 국민 돕는 건 권리이자 의무
존경하는 여러분!
독재에 시달리는 국민들을 돕는 것은 민주주의를 신봉하는 우리들의 신성한 권리이자 의무입니다.
한국이 반세기 동안 독재에 시달릴 때 세계의 민주인사들은 우리에 대해서 성원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오늘날 한국 민주주의는 국민의 희생을 아끼지 않는 투쟁의 결과이지만 또 한편으로는 세계 민주세력의 성원의 덕도 컸다고 생각합니다.
이제는 우리가 도울 차례인 것입니다.

■버마 민주세력 투쟁 지속적으로 지지
저는 동료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아웅산 수지 여사와 버마 민주세력의 투쟁에 대해서 일관되게 지원해왔습니다.
야당시절이나 대통령이 되었을 때나 퇴임 후에도 저는 이러한 노력을 쉬지 않았습니다.
제가 1994년 ‘아태민주지도자회의(FDL-AP)’를 창설했을 때 버마의 아웅산 수지 여사에 대한 지원이 주 의제였습니다.

저는 대통령에 취임한 후에도 일관된 노력을 했습니다.
1999년 ‘아세안+한중일 정상회의’가 필리핀에서 열렸을 때 저는 버마 군부의 지도자인 탄 쉐 총리를 직접 만나 아웅산 수지 여사와 협력해서 민주화를 이룩하도록 장시간 설득했습니다.

2000년 9월 유엔천년정상회의 때는 클린턴 미국 대통령과 함께 버마 민주화를 지원하는 결의안을 발의했고, 원탁회의에서도 이를 강조했습니다.
퇴임 후에는 버마를 직접 방문해서 아웅산 수지 여사를 만나고자 했으나 입국비자를 얻지 못해서 포기한 일도 있습니다.

작년(2006년)에는 광주에서 ‘노벨평화상수상자 광주정상회의’를 열었으며 그 자리에서 버마 민주화를 지지하는 결의안을 채택했습니다.
이 외에도 기회 있을 때마다 단독으로 또는 동료 수상자들과 함께 버마 민주화를 지원하는 노력을 아끼지 않았으며 앞으로도 그러할 것입니다.

■민주화 투쟁 계속, 세계 민주세력 성원해야
우리의 경험에 비추어서 국내에서 국민들의 목숨을 건 반독재 민주화 투쟁이 계속되고 해외에서 세계 민주세력의 성원이 끝이지 않는 한 버마에서의 민주주의 회복은 필연적으로 이루어질 것입니다.

우리는 버마 민주화를 지원하지만 우리가 버마 민주주의를 쟁취해서 버마 국민들에게 선물할 수 있다는 오만한 생각은 결코 가져서는 안 됩니다.
버마 민주주의를 위한 투쟁의 주체는 어디까지나 버마 민주인사들이고 버마 국민들입니다.
우리는 이를 지지하고 성원하는 데 불과한 것입니다.

한국에서 군사독재의 처참한 탄압을 겪어온 우리로서는 오늘의 버마 국민들이 겪고 있는 고통에 대해서 내 일처럼 이를 걱정하고 격려하고 있는 것입니다.

연설 중인 김대중 전 대통령(2007년)


■버마 국민들 세계의 성원 기다려
존경하는 여러분!
오늘 밤의 이 행사는 버마 국민들에게 큰 격려가 될 것으로 믿습니다.

민주주의를 갈망하고 있는 버마 국민들은 세계에서 보내는 성원을 목마르게 기다리고 있습니다.
저는 버마 민주화의 영웅인 아웅산 수지 여사와 버마 민주세력의 불굴의 노력이 반드시 성공할 것을 확신해 마지않습니다.

또한 한국과 세계 도처에서 피나는 망명생활을 보내면서 조국의 민주화를 위해 헌신하고 노력하는 버마 민주인사들에게 아낌없는 존경과 성원을 보내야 겠습니다.

■민주주의 실현되는 날 함께 승리 노래하자
그리하여 버마 민주주의가 실현되는 그날 버마 국민과 함께 얼싸안고 승리를 노래합시다.

새해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2008년에는 세계 모든 민주세력, 특히 버마의 민주세력에게 성공과 승리의 한 해가 되기를 바라마지 않습니다. 감사합니다.

(정리 유승용, 영상편집 이두형)

유승용 기자 (hara1848@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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