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패권싸움] ㊥ 혜택 보따리 푸는 美·中·EU..규제 덫에 빠진 韓
[아이뉴스24 서민지 기자] 전 세계적인 반도체 부족 사태 속 패권을 가져가려는 각국의 움직임이 거세지고 있다. 미국과 중국, 유럽연합(EU) 등이 반도체 산업을 키우기 위해 지원에 나선 가운데 한국의 경우 세금, 규제 등으로 인해 성장세에 발목이 잡힐 수 있어 돌파구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2일(현지 시간) 반도체 업계 대표들과 가진 화상 서밋에서 반도체 분야에 대한 공격적인 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근 반도체 품귀 현상이 심화되는 가운데 중국이 반도체 육성에 박차를 가하자 이를 견제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바이든 행정부는 반도체 자립을 위해 적극 나서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최근 2조2천500억 달러(약 2천535조5천억원) 규모의 인프라 투자 계획을 발표했는데, 이중 500억 달러(약 56조3천억원)를 반도체 분야에 투입할 예정이다.
또 미국은 자국 내 반도체 공급망 강화를 위해 반도체 설비투자액의 40% 세금 면제 등 인센티브 정책도 마련했다. 각 지방 정부에서도 다양한 인센티브를 내세우며 반도체 공장 유치에 적극적이다.
중국은 지난 2015년 '중국제조 2025'를 내걸고 반도체 자급률 높이기에 나선 상태다. 2025년까지 반도체 자급률을 70%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이에 2025년까지 1조 위안(약 171조8천억원) 규모의 투자를 집행할 계획이다.
유럽연합(EU)도 이번 반도체 수급난을 계기로 자립화를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EU는 최대 500억 유로(약 67조원)를 투자해 2030년까지 전 세계 반도체 시장 점유율 20%를 확보하겠다는 청사진을 그렸다.
반면 한국은 반도체 분야에 대한 특별한 혜택이 없어 기업들이 투자에 적극 나서기 어려운 상황이다. 법인세율이 타국 대비 높은 수준인 데다 반도체 설비 투자에 대한 세액 공제율은 3%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국내 기업들도 해외에 눈을 돌릴 수밖에 없는 분위기다. 실제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와 애리조나, 뉴욕 중 한 곳에서 파운드리 공장을 증설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투자 규모만 최소 170억 달러(약 19조1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미국 지방 정부들은 세제 혜택 등 다양한 인센티브를 삼성전자에 제시하며 공장 유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미국 정부의 투자 압박이 가해지면서 삼성전자의 고민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미중 갈등이 심화되는 상황에 중국의 눈치도 살펴야 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에 낸드플래시 공장을 운영 중인 데다 전체 반도체 매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0%에 달한다.
여기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국정농단 재판으로 수감돼 '총수 부재'라는 리스크에도 직면한 상태다. 총수가 없는 상태에서 정부의 도움도 없는 상황이라 대규모 전략과 장기 프로젝트를 추진하기 힘든 상황이다.
우리나라는 뒤늦게 전략 마련에 나서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오는 15일 청와대에서 경제계 인사들을 대거 초청해 확대경제장관회의를 개최한다. 이 자리에서는 반도체 관련 사안이 중점적으로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앞서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 9일 한국반도체산업협회(KSIA) 회장단과 간담회를 갖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반도체 업계는 신속하고 실효성 있는 반도체 산업 지원 프로그램 이행을 위해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한 특별법' 제정을 요청했다.
연구개발과 제조설비 투자비용에 대해 최대 50%까지 세액공제를 확대하고, 반도체 제조 시설에 대한 각종 인허가를 신속하게 내줄 것을 요구했다. 또 전력과 용수 공급, 폐수 처리 시설 같은 반도체 인프라에 대한 공공 지원도 요청했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는 국내 수출의 20%가량을 차지하는 중요한 산업으로, 정부의 보다 적극적인 지원책이 필요하다"며 "대응이 늦어지면서 국내 기업들의 해외 진출이 활발해질 경우 경쟁력이 악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서민지 기자(jisseo@inews24.com)▶네이버 채널에서 '아이뉴스24'를 구독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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