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푸틴에 수개월내 제3국서 정상회담 제안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 시각)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통화하고 수개월내 제3국에서 정상회담을 열 것을 제안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에게 우크라이나에서 긴장이 고조되는 것에 대한 우려도 전했다. 이날 통화는 두 정상이 최근 서로를 공개 비난하는 등 긴장된 관계를 보이는 가운데 이뤄졌다.
백악관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통화에서 우크라이나 주권과 영토 보전에 대한 미국의 약속을 강조하면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국경 부근에서 군부대를 증강하고 있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고 긴장 완화를 촉구했다. 이는 최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돈바스 지역에서 친러시아 분리주의 반군을 지원하고 병력을 결집하는 등의 움직임을 보인 것에 경고의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해석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그러면서 양국의 다양한 이슈를 논의하기 위해 수개월 내에 제3국에서 정상회담을 열자고 제안했다. 바이든은 통화해서 사이버공격과 선거개입과 같은 러시아의 행위에 대응해 국익 수호를 위해 단호히 행동하겠다는 언급도 했다.
크렘린궁은 미국 측의 요청으로 푸틴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의 통화가 이뤄졌다고 밝히고, 통화에서 양국 관계 현 상황과 일부 국제 현안이 깊이 있게 논의됐다고 전했다. 크렘린궁은 우크라이나 분쟁과 관련해 푸틴 대통령이 2015년 ‘민스크 평화협정’에 근거한 정치적 해결 입장을 밝혔다고 전했다. 민스크 평화협정은 우크라이나가 프랑스·독일의 중재로 돈바스 지역 친러시아 분리주의 반군과 체결한 협정으로, 해당 지역에서의 반군과 정부군 간 교전 중단과 평화 정착 방안을 담고 있다.
크렘린궁은 바이든 대통령이 오는 22~23일 화상으로 열리는 기후 정상회의에 푸틴 대통령을 초청했고, 가까운 시일 내에 정상급 대면 회담을 개최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크렘린궁은 푸틴 대통령이 회담 제안을 받아들였는지에 대해선 밝히지 않았다. 크렘린궁은 이밖에 바이든 대통령이 양자 관계 정상화와 전략적 안정성 및 군비 통제, 이란 핵문제, 아프가니스탄 정세, 글로벌 기후변화 등에서 협력을 원했다고 전했다.
이번 통화는 바이든 대통령이 러시아에 경고 메시지를 내면서도 양국 관계에 대한 외교적 해법을 모색하려는 움직임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 두 정상 간의 관계는 다소 경색된 모습을 보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월 푸틴 대통령과의 첫 통화때 러시아 야권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 문제에 대해 거론하고 이후 러시아에 제재를 가했다. 바이든은 또 지난달에는 방송 인터뷰에서 푸틴 대통령을 ‘살인자’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그렇다”라고 답해 러시아의 반발을 샀다. 푸틴 대통령은 이에 바이든 대통령을 비난하고, 그에게 온라인 생중계로 진행되는 공개 토론을 하자고 제안하는 등 호전적인 자세로 맞섰다.
블룸버그통신은 러시아가 대면 회담 제안을 환영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AP통신은 크렘린궁을 인용해 푸틴 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과 통화 직후 사울리 니니스퇴 핀란드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었고, 핀란드는 과거 여러 차례 미국과 러시아의 정상회담이 진행됐던 곳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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