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삼성 '반도체 비공개 회동'..어떤 말 오갔나

심재현 기자 2021. 4. 1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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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13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제16회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상공의 날 기념식에 참석해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등과 환담을 나누면서 유영민 대통령비서실장, 이호승 정책실장에게 "기업인들을 활발히 만나 대화하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 /사진=뉴스1


청와대가 삼성전자와 비공개 회동을 한 것으로 13일 확인됐다. LG전자 출신의 경제통 참모 유영민 대통령비서실장과 기획재정부에서 잔뼈가 굵은 이호승 청와대 정책실장이 나섰다.

☞ 4월13일 보도 '[단독]文 "기업 소통" 일주일만에…靑 1호 만남은 삼성 반도체' 참조

회동은 지난 9일 이뤄졌다. 미국 백악관이 삼성전자 등을 초청해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대책을 논의한 지난 12일(현지시간) 화상 회의에 앞서 준비상황 등을 지원하고 조율하기 위한 자리였다는 게 청와대가 본지 단독보도 이후 밝힌 공식 입장이다.

정치권과 재계에서는 임기 내내 적폐 청산 등 정치 이슈에 초점을 맞췄던 청와대가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 마지막 1년여를 두고 4·7 재보선 참패로 약화된 국정운영 동력 수습을 위해 경제 현안 해소에 집중하기 시작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문 대통령이 지난달 31일 기업과의 소통 강화를 지시한 것과 맞물려 이호승 정책실장이 경제단체를 찾는 등 청와대와 경제계의 만남이 잇따르고 있다.

문 대통령은 오는 15일 확대경제장관회의에도 삼성전자를 포함해 SK하이닉스, 현대차, 한국조선해양 등 반도체·전기차·조선업계의 최고경영자(CEO)를 초청해 주요 전략산업 현황을 점검할 예정이다.

지난 9일 회동에서는 유영민 비서실장과 이호승 정책실장이 삼성전자 고위임원들을 만나 반도체산업 현안에 대해 폭넓게 의견을 나눴다. 주요 의제는 청와대가 밝힌대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참석한 백악관 화상회의 대책 논의였다. 바이든 정부가 미국 내 반도체 생산기지 신·증설 투자와 중국 견제를 노골적으로 압박하는 데 따른 대책과 준비현황 등에 대해 의견이 오간 것으로 파악된다.

삼성전자 내부 사정에 밝은 재계 한 인사는 "같은 날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주재로 열린 반도체협회 회장단 간담회에서 공개된 것처럼 세제·인프라 지원과 인력확충 방안 등 다양한 얘기가 나온 것으로 안다"며 "기술패권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경쟁에 가속도가 붙는 상황에서 전략산업으로 떠오른 반도체 전략에 대해 민관이 의견을 가다듬은 것"이라고 말했다.

유영민 대통령비서실장과 이호승 청와대 정책실장이 지난달 30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제14회 국무회의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뉴시스


청와대는 최근 미국을 중심으로 글로벌 반도체 패권경쟁이 재점화하면서 삼성전자를 비롯한 국내 반도체업계의 부담이 커진 상황을 심각하게 인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지난 2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기타무라 시게루 일본 국가안보국장과 진행한 회의에서 대북정책 외에 반도체 관련 논의가 심도 있게 진행되면서 청와대 내부에서도 국내 반도체산업을 둘러싼 글로벌 여건이 심상치 않다고 보기 시작했다는 후문이다.

정치권 한 인사는 "서훈 실장이 참석한 한미일 안보실장회의에서 회의 시간의 3분의 2 동안 반도체 관련 논의가 이뤄졌다고 들었다"며 "미국이 반도체 문제를 단순한 경제 이슈가 아니라 안보정책 문제로 대한다는 것을 청와대가 인식하면서 삼성전자 등 업계와 소통에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 주재로 오는 15일 열리는 확대경제장관회의에서도 핵심의제가 반도체가 될 전망이다. 이정배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장(사장), 이석희 SK하이닉스 사장, 공영운 현대차 사장, 최웅선 인팩 대표, 가삼현 한국조선해양 대표 등 전략산업부문의 기업 CEO가 다수 참석하지만 사실상 핵심은 반도체라는 분석이다. 백악관 회의 이후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한 국내 반도체업계의 대응책 등이 주요 논의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재계에서는 문 대통령의 기업 소통 강화 지시 이후 이호승 정책실장의 경제단체 방문, 유영민 비서실장의 삼성전자 비공개 회동 등이 숨가쁘게 이어지는 것을 두고 청와대 주도의 민관 경제현안 타개에 대한 기대감도 나온다. 특히 확대경제장관회의에 기업 CEO가 대거 참석하는 이례적인 상황에 대해 청와대 정책의 무게 중심이 정치 이슈에서 경제 이슈로 옮겨간 것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대목이 아니냐는 해석이 고개를 든다.

정치권 한 인사는 "기업인 출신의 유영민 비서실장과 정부부처에서 경제 현안에 대해 잔뼈가 굵은 이호승 정책실장을 잇따라 선임했던 데서도 이런 의중이 엿보인다"며 "반도체산업을 필두로 미국 주도의 글로벌 산업 재편에 시동이 걸린 상황에서 모처럼만의 민관협력 움직임이 국내 산업의 경쟁력 강화로 이어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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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현 기자 urm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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