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안되는 車 반도체..삼성전자, 美 압박에 고민 깊어지나

김승한 2021. 4. 14.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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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 "차 반도체 6∼9개월 내 생산" 즉답
삼성 수익성 없어 차량용 거의 안 만들어
삼성전자 클린룸 반도체 생산현장. [사진 제공 = 삼성전자]
미국 백악관이 반도체 부족 사태에 강력히 대처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가운데 삼성전자가 미국의 요구에 어떻게 화답할지 관심이 쏠린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이날 백악관 화상회의에 최시영 파운드리사업부장(사장)이 참석했다. 하지만 삼성 측은 이와 관련해 구체적 주문내용과 대응에 대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반도체 공급부족에 따른 GM·포드 등 미국 자동차 기업의 생산 중단이 시작된 만큼 부족한 차량용 반도체 생산 확대 방안 등을 논의했을 것으로 내다본다.

이는 백악관 회의에 참석한 삼성전자와 대만의 TSMC, 미국의 글로벌파운드리 등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를 비롯해 네덜란드 NXP 등 차량용 반도체 기업에 차량용 반도체 부족 사태에 대처해 달라는 압박으로 해석된다.

이에 따라 TSMC, 삼성전자 등 파운드리 기업들은 차량용 반도체 생산 확대를 위한 움직임을 이어나갈 것으로 보인다.

발언 도중 반도체 웨이퍼 들어 보이는 바이든 대통령. [사진 = 연합뉴스]
다만 그간 삼성전자는 차량용 반도체를 거의 생산하지 않았던 터라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분야에선 글로벌 최강자지만 차량용 반도체는 거의 생산하지 않았다. 쉽게 말해 '돈'이 안되기 때문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차량용 반도체는 고성능 메모리에 비해 수익성이 떨어진다"며 "차량용 반도체는 스마트폰과 PC 등의 메모리 반도체와 달리 교체주기가 길어 국내 기업들은 생산을 꺼리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차량용 반도체 교체 주기는 통상 10년으로 본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까지 직접 나서면서 파운드리 기능까지 갖춘 삼성전자는 차량용 반도체 생산에 압박을 느끼는 상태다. 여기에 경쟁사인 인텔 역시 차량용 반도체를 즉각 늘리겠다는 입장을 내 삼성에겐 더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로이터와 인터뷰에서 "인텔 공장 네트워크 안에서 차량용 반도체를 생산하는 것을 설계 업체와 논의 중이며 6∼9개월 안에 생산하는 것이 목표"라며 백악관의 요구에 답했다.

[사진 = 연합뉴스]
미국이 자국 중심의 반도체 공급망 체계를 강화하고, 일자리 창출에 적극 나선 만큼 글로벌 기업들의 미국 내 반도체 생산 시설 투자도 줄을 이을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대통령은 화상회의에 참석해 "오늘 내가 여기 있는 이유는 우리가 어떻게 미국내 반도체 산업을 강화하고 미국의 공급망을 보장할 것인지 말하기 위한 것"이라며 "우리의 경쟁력은 기업들이 어떻게 투자하느냐에 달렸다"고 말했다. 사실상 미국 내에 공격적인 투자를 주문한 것이다.

TSMC는 이미 미국 애리조나에 120억달러(약 13조5000억원)를 투자해 파운드리 공장 건설을 짓는데 이어, 이번 반도체 공급 부족에 협력하기 위해 미국을 포함해 3년 간 1000억달러(약 112조7000억원)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역시 미국에 170억달러(약 19조2000억원)를 투자해 추가 반도체 공장을 짓기로 하고 유력후보지인 텍사스주(오스틴)와 새로운 인센티브 방안을 협상 중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재용 부회장의 부재로 현재 삼성전자의 대규모 투자계획과 의사결정이 지연되고 있지만 미국 투자만큼은 더는 결정을 미룰 수 없는 상황이 됐다"며 "백악관의 초청까지 받은 마당에 서둘러 투자계획을 공개할 것 같다"고 말했다.

[김승한 매경닷컴 기자 winone@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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