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책방의 미래를 제시합시다 [미션 임파서블, 동네책방 (10)]

2021. 4. 14. 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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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경향]
4월부터 책방이음은 ‘도서관 속의 서점’으로 거듭납니다. 도서관과 서점의 관계를 새롭게 하기 위해 도서관으로 아예 들어가 보기로 했습니다.

사람들은 출판사에서 펴낸 책을 지역 도서관에서 찾고 동네책방에서 구매하고 있습니다. 출판사와 도서관과 동네책방이 서로 독자를 공유한다는 점에서 셋은 참 가까워야 할 텐데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대체로 동네책방과 도서관은 도서 납품, 책 축제와 관련해 간헐적으로 연락을 취하고 있습니다. 또 출판사와의 관계는 어떨까요. 일부 동네책방과 몇몇 출판사와 저자 만남, 특별한 전시, 도서의 직거래를 하고 있지만 활성화되지 않은 상황입니다.

서울 은평구 한 도서관의 모습.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게없음. / 경향신문 자료사진


도매상의 안정적인 운영 필수적

동네책방뿐 아니라 도서관·출판사 모두를 위해 이 셋은 가까워야 합니다. 책방과 도서관의 상생 방안으로 몇년 전부터 시민이 신청한 책을 도서관이 아닌 동네책방에서 바로 빌려볼 수 있는 ‘지역 서점 희망도서 바로 대출’ 서비스를 자주 언급합니다. 기존 독자가 도서관으로 희망도서를 신청해 도서관에서 빌려보던 것을, 동네책방에 신청해 그곳에서 바로 받아 보고 도서관으로 반납하는 제도로 바꾼 것입니다. 이로 인해 동네책방을 찾는 독자의 발걸음이 늘어나고 도서 구매가 발생하기에 긍정적인 평가가 많습니다.

참 좋은 제도입니다만 이미 시행 중인 희망도서 대출제도의 문제점이 시정되지 않고 반복되지 않을까 싶은 우려가 없지 않습니다. 최근 몇몇 공공도서관의 희망도서 납품 요청을 받으면서, 동일한 출판사의 동일 저자의 책을 도서관의 특성과 무관하게 모든 도서관에 ‘희망도서 대출제도’를 이용해 주문한 경우가 발견됐습니다. 도서관 소장에 꼭 필요한 책으로 보기 어려운 책이라 도서관으로 연락을 했지만 몇가지 예외인 경우를 빼고 독자의 요청에 응할 수밖에 없는 제도의 허점을 이미 파악한 주문이어서인지 막을 수 없었습니다.

도서관에서 구매한 책은 시민의 세금으로 구매한 공공자산이기 때문에 제도적으로 이전과 폐기가 대단히 어렵게 돼 있습니다. 그래서 구매할 때부터 신중을 기해야 합니다. 작은 규모의 공공도서관 중에는 서고를 갖고 있지 않은 곳도 많습니다. 책을 꽂을 서가가 없는 것입니다. 이런 문제는 독자가 참여하는 도서관 장서위원회에서 수서 문제를 해결하면 어떨까 싶습니다.

동네책방이 도서관으로 책을 잘 납품하기 위해서는, 동네책방에 책을 공급하는 도매상의 안정적인 운영이 필수적입니다. 무엇보다 운영 가능한 수익이 확보돼야 합니다. 그러나 도매상의 수익률이 점점 나빠지고 있습니다. 지난해부터 도매상에서 정가의 10%에서 5%로 내려서 동네책방으로 책을 공급하고 있습니다. 도매상 간 경쟁이 과열된 결과입니다.

일부 동네책방은 수익이 5% 더 생기니 이를 반깁니다. 그러나 연 매출 1000억대의 도매상 수익이 50억밖에 나지 않는데, 고정비를 지출하고도 운영이 가능할지 의문입니다. 도매상은 운영난을 타개하고자, 지나치게 낮은 가격의 공급계약을 출판사에 요구한다는 소식도 들려옵니다. 이렇게 되면 출판사의 수익률이 악화될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출판사의 비용으로 전가하는 방법으로 과잉 경쟁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셈입니다.

현재 출판계 상황은 정말 참담합니다. 온라인서점은 덤핑판매를 하고 있고, 동네책방에서 독자의 도서 구매가 현저히 줄어들었습니다. 그래서 수익률을 높이고자 합니다. 이에 맞추려고 도매상들은 동네책방에 낮은 공급률로 도서를 공급하고 있습니다. 도매상은 출판사에 부담을 떠넘기고 있습니다. 출판사는 또 다른 누군가에게 부담을 넘기면서 살아나려고 발버둥 치고 있는 것입니다. 공멸로 가는 제로섬게임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해결의 열쇠는 온라인서점에

이를 해결할 열쇠는 문제를 야기한 온라인서점이 쥐고 있습니다. 온라인서점은 그동안 갖가지 독자 혜택으로 서점계를 석권했습니다. 결국 동네책방은 몰락하고 독자는 온라인서점으로 대부분 이동했습니다. 그렇다면 온라인서점이 경영 상황이 좋아야 합니다. 그러나 현재 온라인서점조차 과잉 경쟁으로 수익률이 너무 낮아 걱정하는 상황입니다.

여기에 더해 전국 배송망을 갖춘 쿠팡에서 지난해부터 도서를 본격적으로 판매하기 시작했는데, 1년 만에 3위 온라인서점과 어금버금한 매출이 나왔다고 합니다. 온라인서점이 이커머스회사와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 도래했습니다. 온라인서점에 어떤 방책이 있을까요. 지금은 로켓배송에 실시간 총알 배송으로 대응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이런 방법으로 전국 각지에 물류창고를 두고 직배송 시스템을 이미 갖춘 이커머스업체들을 이길 수 있을까요?

오히려 온라인서점이 생존하는 방법은 전국에 촘촘하게 있는 동네책방과 상생 방안을 만들어 동네책방 도서유통의 어려움을 덜어주고 공동 기획의 행사와 상품 개발로 이커머스업체들의 소용돌이 속으로 들어간 책을 건져내고 서점을 살리는 방안이 아닐까 싶습니다. 또한 근본적으로 단순 책 구매자를 책 읽는 독자로 탈바꿈하는 데 투자하고, 출판사의 생산비가 보전되도록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동안 동네책방은 ▲원활한 도서 공급 ▲적정공급률 ▲제시간 배송이 필요하다고 출판계에 요구했습니다. 그 결과 공급률 인하와 배송과 도서 공급의 문제는 거의 해결됐습니다. 이제 동네책방이 출판계를 살리기 위해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합니다. 능력이 충분합니다.

공모사업 심사 때마다 동네책방의 뛰어난 기획에 감탄합니다. 꼭 한번 방문하고 싶은 책방은 또 얼마나 많은지요. 시샘 날 정도로 독자의 사랑을 받는 곳은 셀 수 없을 정도입니다. 이제 도서관의 어려움을 같이 고민하고, 출판사와 상생할 수 있는 방법을 먼저 제시합시다. 이것이 곧 동네책방의 미래가 될 것입니다.

책방이음은 도서관 속 서점에 이어 출판사와 관계를 한 단계 높이는 기획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전국의 동네책방이 언제나 독자와 함께하는 공간이 되는 데 일조하겠습니다. 그동안의 연재를 읽어준 독자님께 깊은 감사를 전합니다.

※〈미션 임파서블, 동네책방〉 연재가 10회로 마무리됩니다.

조진석 책방이음 대표·전 전국동네책방네트워크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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