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銀 '리브엠' 노조 반대에 좌초 위기..혁신 1호 날개 꺾이나

금융위 재심사 통과 안되면 서비스 중단..10만 가입자 피해 우려
노조 고유업무 고집하며 반대..정부 혁신금융 지원사업에도 타격

(KB국민은행 제공) © 뉴스1

(서울=뉴스1) 국종환 기자 = 정부가 1호 혁신금융서비스로 선정한 KB국민은행의 알뜰폰 '리브엠' 사업이 노조의 반발로 좌초될 위기에 놓였다. 은행 측은 경쟁이 치열한 금융환경에서 생존을 위해 변화를 시도하고 있으나, '고유업무'만을 고집하는 노조의 반대에 막혔다. 이 서비스가 중단되면 10만명의 가입자도 피해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 혁신금융심사위원회는 이날 오후 회의를 열어 KB국민은행의 리브엠 사업 재지정 여부에 대한 결론을 내릴 예정이다.

리브엠은 금융위가 2019년 4월 국내 1호 혁신금융서비스(금융규제 샌드박스)로 선정해 그해 말 KB국민은행이 출시한 알뜰폰(MVNO) 사업이다. 도입 당시 금융과 통신의 첫 만남으로 주목받았다. 현재 10만명의 가입자가 이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은행은 통신사업을 할 수 없지만 정부가 2년간 이 사업에 대해 규제를 적용하지 않는 '샌드박스 특례'를 줘 한시적으로 부여했다. 금융업계의 혁신을 장려하기 위해서다. 오는 16일 1차 사업기간이 끝나면서 재심사를 받게 됐다. 금융규제 샌드박스는 사업 시행 2년 후 심사를 통해 추가로 2년간 특례를 연장해 준다.

그러나 리브엠은 국민은행 노조의 반발에 부딪히면서 재심사 통과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만약 재심사에 통과하지 못하면 은행은 사업을 접어야 한다.

국민은행 노조는 리브엠이 은행 고유업무 수행에 지장을 줄 뿐 아니라, 직원들의 업무 부담을 가중시킨다고 주장한다. 은행 업무에 더해 알뜰폰 판매 관련 일이 늘어나거나 실적 압박이 생길까 걱정하는 것이다. 노조는 은행에 맞서 금융위에 리브엠 사업 재지정 취소 진정서를 냈다. 금융위가 혁신금융서비스를 승인하면서 부가조건으로 '과당경쟁 금지'를 달았는데, 은행이 이를 어겼다는 것이다.

하지만 은행 측은 노조의 주장과 우려가 지나치다는 입장이다. 국민은행에 따르면 리브엠 가입은 대부분이 비대면으로 이뤄지고, 영업점 개통 고객은 전체 가입자 중 1%대로 극소수에 불과하다. 은행은 또 직원들이 부담을 갖지 않도록 영업 점포에 리브엠 전담 아르바이트 요원을 130명 배치해 업무를 지원하고 있다. 리브엠 판매가 영업점 실적 평가에 미치는 영향도 거의 없다.

은행 측은 무엇보다 서비스가 중단될 경우 10만명에 이르는 리브엠 고객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점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 리브엠 서비스가 중단되면 가입자들은 불가피하게 다른 통신업체로 이동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은행거래 실적에 기반해 소비자들이 누렸던 요금제 혜택 등이 사라질 가능성이 크다.

혁신금융을 주도해야 하는 금융당국으로선 국민은행 노조의 반대가 부담스러운 눈치다. 금융당국은 국민은행에 사측과 노조가 먼저 갈등을 풀 것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측은 노조를 설득하기 위해 협상을 시도하고 있으나 아직 타협점을 찾지 못한 상태다.

금융권 관계자는 "빅테크의 금융권 진출이 가속화하는 금융환경과 대조적으로 노조는 고유업무만을 고집하며 실적 과당경쟁을 이유로 사업 확장을 반대하고 있다"며 "생존과 직결될 수밖에 없는 과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이는 곧 직원과 노조에도 직접적인 위협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jhkuk@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