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국민의힘 집권하려면 더 유능하고 더 개혁적으로 변해야" [세상을 보는 창]

박창억 2021. 4. 14. 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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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대권 도전 밝힌 유승민 前의원
"4·7 재보선 野 압승은 민심이반 때문
文정부 정책 무능과 위선 심판한 것
2030 지지 잘못하면 언제든 돌아서
김종인 前위원장, 黨 혁신 길 잘 제시"
"윤석열·홍준표 등 범야권 대권주자들
국민의힘 입당 뒤 단일후보돼야 승산
이재명 지사 기본소득은 악성 포퓰리즘
코로나 이후 경제는 성장이 가장 중요"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이 최근 두 번째 대선 도전 의사를 밝혔다. 자기 정치인생의 마지막 도전이란다. 첫 대선 도전에 나선 그를 2016년 10월 인터뷰한 적이 있다. 그동안 얼마나 변화하고 진화했을까. 12일 국회 앞 사무실 ‘희망 22’에서 1시간 30분가량 만나 인터뷰를 했다. 4·7 재보선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았던 그는 국민의힘이 집권하려면 더 유능하고 더 개혁적으로 변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또 윤석열 전 검찰총장, 홍준표 의원,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등 범야권 대선주자들이 모두 국민의힘에 들어온 후 단일후보를 선출해야 정권교체를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문재인정부에 대해서는 “잘한 게 정말 아무것도 없다”고 비판했다. 여권 유력 대선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가 주장하는 기본소득에 대해서는 ‘악성 포퓰리즘’ ‘정책 매표’라고 평가절하했다.
 
―4·7 재보선 국민의힘의 압승 원인은.

“문재인정부 4년에 대한 민심이반이 제일 컸다. 4년을 지내면서 문재인정부의 실체를 국민들께서 정확히 알아챈 것 아니냐는 생각을 한다. 이 실체 중 하나는 무능이다. 경제·부동산 등 정책적인 능력이 부족하다. 그 다음은 거짓과 위선이다. 거기에다 국민들한테 사과를 하거나 반성을 할 줄 모르는 게 굉장히 컸던 것 같다.”

―국민의힘이 잘해서 승리한 건 아니지 않나.

“국민의힘이 잘했다고 말할 수는 없다. 민심이라는 게 이렇게 무서운 것이구나 느낀다. 민심이 지금은 우리를 찍었지만 우리가 잘하지 못하면 또 어떻게 될지 모른다. 특히 2030의 지지는 굉장히 냉정한 지지다. 그 지지는 우리가 잘못하면 언제라도 돌아설 수 있다. 그래서 우리가 그만큼 두려움을 느껴야 하는 상황이다.”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이 12일 여의도 국회 앞 사무실 ‘희망22’에서 세계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최근 두 번째 대선출마 의사를 밝힌 그는 국가 운영의 양축인 경제와 안보문제에 대해 오랜 시간 고민해 왔고, 잘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4·7 재보선 결과와 관련해서는 “분노한 민심이 국민의힘에 분노를 풀어달라는 기회를 준 것 아닌가”라고 밝혔다. 허정호 선임기자
―국민의힘의 향후 과제도 적지 않아 보이는데.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께서 당의 변화의 방향은 어느 정도 잡아주신 것 같다. 이번에 분노한 민심이 지금 국민의힘에 분노를 풀어달라는 기회를 준 것 아닌가. 그런데 분노를 풀려면 국민의힘이 유능해야 하고, 과거보다 훨씬 더 개혁적이어야 한다. 이 두 가지를 기둥으로 국민의힘이 변했으면 좋겠다.”

―문재인정부 4년의 공과를 평가한다면.

“뭔가 잘한 부분을 찾아보려고 나름 짚어봤는데 긍정적으로 평가를 해주고 싶어도 진짜 없다. 친중(親中) 노선으로 가면서 안보의 근간이 많이 흔들렸고, 비핵화도 완전히 가짜고 모든 게 쇼였다는 게 드러났다. 경제는 코로나19가 오기 전부터 소득주도성장으로 많이 망가졌다. 복지지출과 코로나 재난지원금 때문에 국가재정을 악화시켰다. 교육은 생각나는 게 거의 없다. 노동개혁도 전혀 안 했다. 이 정부는 친노동정부로 노동개혁을 할 수 있었는데 전혀 안 했다. 백신과 부동산, 이 두 가지 사례를 보면 어떻게 이렇게 무능할 수 있나 싶다.”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의 공과를 평가하면.

“그분의 능력이 상당하다. 김 전 위원장 전에는 당의 변화·혁신에 대해서 당 지도부가 방향 제시조차 못했던 것 같다. 김 전 위원장이 와서 당을 수도권, 중도층, 젊은 층이 쳐다볼 수 있는 당으로 방향 전환을 시켰다. 그런 건 당연히 고마워하고 높게 평가한다. 그러나 그분이 추진했던 당의 변화와 혁신이 우리 당 구성원한테 지금 체질화됐는지는 모르겠다. 제가 말했던 유능함과 개혁이 아직 많이 부족하다.”

―대선주자로서 본인의 강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대한민국의 시대적 문제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해 왔고, 국가경영전략을 갖고 있다. 코로나를 겪으면서 저성장·저출산·양극화, 이 삼중고는 더 악화됐다. 거기에 대해 제일 오래 고민했고 제일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경제는 어릴 때부터 공부했고, 국회 국방위에 8년 있었다. 결국은 나라를 지탱하는 두 기둥이 경제와 안보 아닌가. 경제와 안보에서 문제 해결능력을 보여주는 게 보수가 할 일이다.”

―현재 지지율은 저조한데.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과 갈등을 빚으면서 지지율이 확 올랐던 적이 있다. 그건 일시적인 현상이었다고 생각한다. 대선까지 11개월 남았는데 지지율이 두세 번은 출렁거릴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음 대선은 사이비 진보, 사이비 보수를 끝내는 선거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유불리를 따지지 않고 올바른 길로 매진해 국민의 시대정신과 만나다 보면 지금과는 많이 다를 것이다. 조급하게 생각하지 않고 즉각적인 대응은 자제하려고 한다.”

―박근혜·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에 대한 입장은.

“당연히 사면해야 한다고 오래전부터 일관되게 말했다.”

―박 전 대통령과 화해도 해야 하지 않나.

“감정적으로 싸운 게 아니니까 화해란 표현이 적절한지는 모르겠다. 당시 옳은 소리, 쓴소리 더 세게 못한 게 후회된다. 제가 그런 노력을 더 했더라면 불행한 사태를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언젠가는 그분이 저에 대해서 다시 생각할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을 해 본다. 박근혜정부 때 있었던 일에 대한 그분의 생각이 바뀌면 저에 대한 생각도 바뀔 수 있을 것이다.”

―윤 전 총장은 정치를 할 것으로 보는가.

“사실상 정치를 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 검찰총장 임기를 안 채우지 않았나. 본인이 확고한 결심을 했는지는 앞으로 두고 봐야 하지만, 현재 사실상 정치를 하고 있다고 본다.”

―그의 잠재력은 어떻게 평가하나.

“제가 ‘정치인 윤석열’을 평가할 수는 없다. 개인적 인연으로 몇 번 봤지만, 모두 검사 시절이었다. 그분이 정치를 하게 될 줄은 꿈에도 생각 못 했다. 야권 후보니까, 경쟁자가 될 것이다.”

―야권 단일후보 선출을 주장하고 있는데.

“가장 경쟁력 있는 야권 단일후보가 나가야 정권교체를 할 수 있다. 정권교체를 확실히 하려면 범야권 단일후보를 선출해야 한다. 4·7 선거 이후에 여권은 오히려 분열 에너지가 생긴 것 같다.”

―윤 전 총장이 국민의힘에 들어올 것으로 보나.

“당연히 들어와야 한다. 우리가 혁신을 잘하면 당장은 아니더라도 들어올 것 같다. 우리 당에 큰 경쟁의 장을 만들어야 한다.”

―홍준표 의원,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도 함께 해야 하나.

“국민의힘의 문이 열려 있어야 한다. 궁극적으로는 다 모일 것이다.”

―여권 후보는 이재명 경기지사가 될 것으로 보는가.

“잘 모르겠다. 친문 세력이 굉장히 배타적이어서, 이 지사에게 마음을 열고 받아들여 하나가 되고 당선을 위해 노력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든다. 가을까지 엎치락뒤치락할 수 있다. 친문에서 자체 후보를 내서 총력으로 밀면서 알력이 심해지면, 여권이 분열할 수도 있다.”

―이 지사의 기본소득을 강하게 비판해 왔는데.

“그분이 서민과 공정을 강조하는데, 기본소득이야말로 공정하지 못한 것이다. 중산층 표심을 잡으려고 그런 것 같다. 일종의 정책을 통한 매표다. 복지의 기본원리는 어려운 분을 돕는 것이다. 모든 사람에게 다 주자는 게 기본소득이다. 기본소득은 악성 포퓰리즘이다. 어려운 분을 선별하는 어려움이 있지만, 복지는 어려운 분 찾아서 도와드리는 것이다. 어려운 분, 코로나로 피해를 입은 분만 도움을 드려야 한다는 게 내 철학이다. 정책적으로는 이 지사와 나는 극과 극이다.”

―성장과 분배에 대한 입장은.

“1987년 민주화 이후 복지·분배에 대한 욕구가 커졌다. 그러나 코로나 이후에는 성장이 가장 중요한 가치가 되어야 한다. 다음 정부에서는 경제성장에 올인을 해야 한다. 성장을 통해 저출산·양극화를 해결하는 선순환 경제로 나가야 한다. 성장이 방아쇠가 돼야 한다.”

―미·중 갈등이 심화되는데 한국 외교가 갈 길은.

“안보에 관해서만은 원칙을 확실히 지켜야 한다. 안보는 죽고 사는 문제다. 한·미 동맹이 문재인정부와 같아선 안 된다. 자주국방은 한·미 동맹과 같이 가는 거다. 그래야 안보력이 배가된다. 안보는 안보대로, 경제는 경제대로 국익을 따지면서 중국이 받아들이게 해야 한다. 쿼드(Quad)도 당연히 참여해야 한다. 미국의 동아시아 전략에서 열외당한다면 한국은 강대국 사이에서 외톨이가 될 것이다. 우리 운명을 좌우할 수 있는 문제다.”

박창억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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