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업은 日, 오염수 방출 결정.. 韓, 日외교력에 당했다

김청중 2021. 4. 14. 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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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각료회의 결정 직전에 방침 통보
2년 후부터 40분의 1로 희석해 배출
美, 韓정부 우려 전달에도 방류 옹호
정 총리 "단호 반대.. 국제 공조 나설 것"
일본 후쿠시마 제1원전 모습. 교도연합뉴스
일본 후쿠시마(福島) 제1원자력발전소에서 발생하는 방사능 오염수가 결국 바다에 쏟아져 들어가게 됐다.

일본 정부는 13일 오전 폐로(廢爐)·오염수 대책 관계 각료회의를 열고 한국 등 주변국과 자국 국민 반대에도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를 희석해 해양에 방출한다는 결정을 정식으로 내렸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총리는 각료회의 후 “알프스(ALPS·다핵종제거설비) 처리수(1차 정화 오염수의 일본식 표현) 문제는 후쿠시마 부흥을 위해 피할 수 없는 과제”라며 “6년 이상 전문가와 국제기관 평가, 관계자 설명을 통해 해양방출이 현실적이라고 판단해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 준비작업을 진행해 2년 후를 목표로 해양방출을 개시할 예정”이라며 “삼중수소(트리튬) 농도를 국내 규제 기준의 40분의 1 이하로 해 안전성을 확보한 상황에서 해양방출을 실행하겠다”고 했다.

일본 정부는 법령 절차와 설비 설치 등에 필요한 약 2년의 준비 기간을 거쳐 해양방출을 시작한 뒤 후쿠시마 제1원전 폐로 작업 완료 시점인 2041∼2051년까지 방출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13일 오전 도쿄 총리관저에서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후쿠시마(福島) 제1원전 사고로 발생한 다량의 방사성 물질 오염수를 바다에 배출하기로 결정했다. 교도연합뉴스
우리 정부는 일본 정부의 오염수 해양방출에 따른 우려를 이미 일본의 외교 노선에 영향력이 큰 미국 정부에 전달한 상태였다. 미국 정부는 반발하는 한·중과는 달리 일본 결정을 용인하는 입장을 보였다. 미국 정부는 네드 프라이스 국무부 대변인 성명을 통해 “국제적으로 수용된 핵 안전기준에 따른 접근법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우리 정부는 강력히 반발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페이스북 글에서 “바다는 하나다. 주변국의 이해와 공유 없는 일방적 결정에 단호히 반대한다”며 “국제기구를 통한 공론화와 국제사회와 공조를 통해 일본의 결정을 저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날 구윤철 국무조정실장 주재로 외교부, 해양수산부, 원자력안전위원회 등 관계부처 긴급 차관회의를 열고 대응을 점검했다. 구윤철 실장은 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우리 국민의 안전을 최우선 원칙으로 하여 필요한 모든 조치를 다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최종문 외교부 2차관은 이날 오후 아이보시 고이치(相星孝一) 주한 일본대사를 외교부로 불러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 해양방출 결정에 대해 강력히 항의했다. 최 차관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처리 과정 전반에 대한 투명한 정보공개와 검증을 촉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정부는 해양방출 결정 방침을 사전에 통보했으나 우리 정부는 주변국과 소통이 충분히 이뤄지고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외교부는 지난해부터 일본의 해양방출 결정에 대해 기본적으로 주권 사항이라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일본의 방출 결정이 그동안 예상돼왔다는 점에서 정부 대응이 너무 미온적인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구윤철 국무조정실장(가운데)이 13일 오전 서울 종로구 도렴동 정부서울청사에서 부처의 차관들이 참석한 가운데 긴급 기자회견 브리핑을 통해 후쿠시마 원전 방사성물질 오염수를 바다에 배출하기로 한 일본 정부의 결정에 대해 비판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 日 대사 초치 항의했지만… 뾰족한 대응 수단은 없어

13일 내려진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각의 결정은 우리 정부 입장에서는 결코 수용하기 힘든 조치였다. 우리 정부는 이런 입장을 반영한 듯 “절대로 용납할 수 없는 조치”라고 강력 비판하고, 국제원자력기구(IAEA) 등 국제사회와의 검증 공조, 수입식품 검역 강화 등을 대책으로 발표했다. 정부는 그간 일본 정부와 이 문제를 소통해 왔지만, 이번 결정은 갑작스럽다고 주장하고 있다. 우리 정부의 발표에도 대응조치가 마땅한 것은 아니다.

◆정부, “절대 용납 못한다”… 日 대사 초치

정부는 이날 일본 각의 결정이 있자마자 정부서울청사에서 구윤철 국무조정실장 주재로 외교부, 해양수산부, 원자력안전위원회 등 관계부처 차관들이 참석한 긴급회의를 열었다. 구 실장은 회의 직후 기자회견에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방출 결정은 주변 국가의 안전과 해양 환경에 위험을 초래할 뿐만 아니라, 일본의 최인접국인 우리나라와 충분한 협의 및 양해 없이 이루어진 일방적인 조치”라고 강력 비판했다. 이어 최종문 외교부 2차관이 서울 종로구 도렴동 외교부 청사로 아이보시 고이치(相星孝一) 주한 일본 대사를 초치해 일본 정부 결정에 항의했다.

13일 서울 용산구 서울역 대합실에 설치된 TV로 일본 정부가 발표한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방출 공식 결정 관련 뉴스가 중계되고 있다. 뉴스1
정부는 일본 정부에 국민 안전과 해양환경 피해 방지를 위한 구체적 조치를 요구하고, IAEA 등 국제사회에 정부 우려를 전달하면서 검증 공조 방안을 모색하기로 했다. 구 실장은 “국제검증을 통하거나 한국의 과학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피해가 발생하면 배상이나 중단 요구 등 단호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식품 검역을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 해양수산부는 이날 전국 연안 해역에 대한 방사성물질 조사를 강화하고, 수산물에 대한 방사능 검사 확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해수부는 현재 후쿠시마현 등 일본 8개 현의 모든 수산물 수입을 금지하고 있다. 그 외 지역의 일본산 수산물은 수입 시마다 식약처 주관으로 ‘방사능 검사’를 실시해 안전성이 확인된 경우에만 수입하고 있다. 해수부는 일본의 오염수 방출 진행 상황에 맞춰 오염수 유입 우려가 있는 해역과 원양산 수산물에 대한 방사능 검사를 확대 시행하는 방안도 관계부처와 적극 협의해 나간다는 설명이다.

탈핵시민행동 등 환경단체 회원들이 1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일본의 방사능 오염수 해양 방류 계획 중단을 촉구하며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방류 ‘日 주권 사항’이라던 정부…“갑작스러운 결정”

하지만 정부 대책의 실효성에는 의문이 제기된다. 검역 강화는 근본적으로 방류를 막지 못하는 데다, 국제사회와의 공조를 통한 검증도 현재로선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라파엘 마리아노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은 지난해 오염수의 해양 방류에 대해 “기술적 관점에서 볼 때 국제 관행에 부합한다”고 밝혀 사실상 일본 입장을 지지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미국 역시 일본 방류가 국제 안전 기준에 부합한다며 사실상 지지를 표명했다. 구 실장은 이에 대해 “한국은 인접 국가이고 미국은 좀 멀리 떨어져 있다 보니 그런 이야기를 할 수 있다”면서도 “우려가 없다면 왜 IAEA 검증을 이야기하겠나”라고 말했다. 정부는 국제해양법재판소 등 국제사법기관에 제소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입장을 유보했는데, 방류 행위가 이뤄지기 전엔 오염 책임과 방류 행위 간 인과관계가 인정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일본의 방류 결정이 꾸준히 예고됐던 상황에서 정부 대응이 안일했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이유다. 정부는 일본의 결정이 ‘주권 사항’이라는 입장을 꾸준히 유지하면서 검증에 초점을 맞춰왔다. 우리나라 전문가를 포함 여러 국가의 전문가들과 함께 검증단을 꾸리는 방안도 추진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기술적 검증이 충분히 이뤄지기 전 방류 결정이 내려진 것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일본과 IAEA를 통해 정보 공유 등을 하는 것이 있었기 때문에 조금 더 정보 공유 등을 하면서 (방류가) 이뤄질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일본 결정이 갑작스럽고 빠르고, 결정을 내리는 과정에서 직접적으로 (관련국들과) 소통이 부족했다”고 말했다. 당국자는 이날 일본 측의 사전 통보는 있었다고 설명했지만, 그 시점에 대해선 정확하게 언급하지 않았다.
일본 시민단체 회원들이 13일 후쿠시마현청 앞에서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로 발생한 방사성물질 오염수를 바다에 방출하기로 한 일본 정부 결정에 항의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후쿠시마=김청중 특파원
◆현지 주민들 “삶의 뿌리 뽑는 행위”

“해양방출 절대 반대한다!”, “바다에 버리지 마라, 오염수를!”

일본 정부가 13일 오전 후쿠시마(福島)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의 해양방출 결정을 내리자 낮 12시부터 후쿠시마현청 앞에서는 시민 100여명이 모여 격렬한 항의 시위를 벌였다.

시위대는 “원전 사고 피해자이기도 한 후쿠시마 주민은 여러 조사에서 해양 방출에 반대하거나 신중한 입장 요구를 명확히 했으나 정부가 방출 결정을 내렸다”며 중앙정부의 결정 철회와 현(縣)당국의 거부를 요구했다. 더이상바다를더럽히지마!시민회의 등 시민단체 대표들은 현청 간부를 만나 △오염수 처리에 있어서 국제관계 배려 △국민적 합의 △대형탱크에서의 장기 저장 등을 촉구하는 요청서를 전달했다.

주무부처 장관인 가지야마 히로시(梶山弘志) 경제산업상은 이날 오전 폐로(廢爐)·오염수대책 관계 각료회의 후 낮 12시30분쯤 우치보리 마사오(內堀雅雄) 후쿠시마현 지사를 만나기 위해 현청을 방문했으나 항의 집회를 피해 정문이 아닌 다른 문으로 청사에 들어가야 했다. 우치보리 지사와의 면담도 냉랭한 분위기 속에서도 5분도 되지 않아 종료됐다.
주민은 일본 정부 결정에 큰 충격을 받은 분위기다. 사토 미카(佐藤美香)씨는 일본 정부 결정에 대해 “바다는 모두 연결되어 있는데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며 “그동안 희생당해 온 어린이들을 위해 어른들이 목소리를 내야 할 때”라고 말했다.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 직격탄을 맞았던 후쿠시마현 후타바(雙葉)군 나미에마치(浪江町)에 거주하는 요시자와 마사미(吉澤正己)씨는 “원래 2만1500명이었던 주민이 원전 사고 후 피난을 떠났다가 1500명만 돌아와 아직도 마을이라고 부를 수 없는 상황”이라며 “정부의 해양 방출 결정은 이제 아예 (삶의) 뿌리를 뽑아버리는 행위”라고 분개했다.

어업 관계자들은 정부에 대한 배신감을 토로했다. 어업 종사자의 경우 2011년 원전 사고 후 조업 중단이라는 막대한 피해를 봤다. 물고기를 시험적으로 잡아 안전성을 확보하는 시험조업이 지난달 종료되고 본격 조업을 위해 단계적으로 어획량을 늘리기 시작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해양 방출 결정을 내렸다. 후쿠시마 부흥을 강조하는 정부가 주민의 부흥 노력에 오히려 찬물을 끼얹은 격이다.

노자키 데쓰 후쿠시마현 어업협동조합연합회 회장은 가지야마 경산상이 찾아오자 “정부와 도쿄전력이 처리수(오염수의 일본식 표현)에 대해서는 ‘관계자의 이해가 없이는 방출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지킬 것으로 믿어왔다”며 “다시 한 번 해양 방출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福島) 제1원전사고로 발생한 다량의 방사성 물질 오염수를 바다에 배출하기로 결정한 13일 서울 도봉구 창동 한 마트 수산물코너에서 관계자가 '일본산 수산물을 판매하지 않는다'는 안내문을 붙이고 있다. 연합뉴스
전국어업협동조합연합회 기시 히로시(岸久) 회장은 이날 성명에서 “(해양 방출에) 반대 입장을 밝히고 신중한 판단을 요청했음에도 (방출이) 결정된 것에 대해 극히 유감스럽고 도저히 용인할 수 없다. 강력히 항의한다”고 밝혔다. 기시 회장의 해양 방출에 대해 “후쿠시마현뿐만 아니라 전국 어업 종사자의 생각을 짓밟는 행위”라며 “앞으로도 반대 입장을 조금도 굽히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소마(相馬)항에서 만난 주민은 “부흥이 진행되면서 풍평(風評)피해(소문에 의한 이미지 악화)도 감소하고 있던 상황에서 그런 것(오염수)을 흘려보내면 지난 10년 동안의 일이 반복될 것”이라고 한숨지었다.

도쿄에서도 반대 시위가 벌어졌다. 사요나라(안녕)원자력발전1000만인액션실행위원회는 이날 낮 도쿄 총리 관저 앞에서 일본 정부의 오염수 해양 방출 결정을 규탄하는 집회를 열었다. 일반 시민 300여명이 참가한 집회에서 실행위는 “(일본 정부가) 여론에 도전하는 해양 방출을 결정한 것을 인정할 수 없다”며 오염수 저장탱크 부지를 늘려 육상 보관을 계속하거나 방출이 아닌 다른 대안을 찾을 것을 요구했다.

지난 2월 13일에 촬영한 후쿠시마 제1원전의 오염수 탱크. 교도연합뉴스
◆中 “무책임하고 일방적 결정”… 美 “국제 核 안전 기준 따른 것”

13일 일본의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오염수 해양 방류 결정을 두고 G2(주요 2개국)가 상반된 반응을 보였다.

중국은 ‘무책임하고 일방적인 결정’이라며 강하게 비판했고, 중국 매체들은 “일본에 대해 침묵하고 있다”며 미국·유럽 등 서방 정부와 언론매체 등을 비난했다. 중국 외교부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 오염수 처리에 따른 담화문’이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일본은 안전 조치를 마련하지 않은 상태에서 국내외 반대에도 불구하고 주변 국가 및 국제사회와 충분히 협의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오염수 처리를 결정했다”며 “지극히 무책임하고 국제 건강 안전과 주변국 국민의 이익에 심각한 손해를 끼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국가 및 국제원자력기구와 충분히 협의하기 전까지 함부로 오염수를 배출해서는 안 된다”며 주변국들과 함께 공동 대응에 나설 뜻을 밝혔다.

관영 글로벌타임스 등은 “일본의 원전 오염수 방류는 극도로 무책임한 행동으로 중국과 한국 등 이웃 국가들의 강력한 비난을 받아왔지만 서방 세계는 일본의 결정에 침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미국 정부는 12일(현지시잔) 일본 정부의 결정을 “국제 안전 기준에 따른 것”이라며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네드 프라이스 국무부 대변인은 성명에서 “일본 정부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긴밀히 협조해 방사능 감시, 복원, 폐기물 처리, 원전 폐로 등을 포함한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후속 처리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어 “특수하고 어려운 이 상황에서 일본은 여러 선택과 효과를 따져보고 투명하게 결정했으며 국제적으로 수용된 핵 안전기준에 따른 접근법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며 “우리는 일본 정부가 이러한 접근법의 효과를 감독하면서 계속해서 협조와 소통을 해주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라파엘 마리아노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은 오염수 해양 방출에 대해 “기술적 관점에서 볼 때 국제관행에 부합한다. 세계 원전에서 해양 방출은 일상적으로 이뤄진다”며 일본 입장을 지지한 바 있다.

후쿠시마=김청중 특파원, 홍주형·김주영 기자, 세종=박영준 기자, 베이징·워싱턴=이귀전·정재영 특파원 c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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