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항쟁' 사진으로 기록한 김빛솔씨..'크라우드펀딩' 응원
"종군기자 아니지만, 도움 청하는 미얀마인 외면 할 수 없었다"
(서울=뉴스1) 조재현 기자 = "저를 종군기자로 생각했는지, 이런 사실을 알려달라며 눈물짓는 미얀마인을 마주했을 때 당황스럽기도 했어요. 하지만 이들의 진정성 있는 목소리들을 듣고 있으니 어떤 식으로든 도움을 주고 싶었어요."
군경의 유혈진압으로 희생된 시민 수가 700명(12일 기준)을 넘어선 미얀마. 긴장감이 극에 달한 미얀마의 민주화를 응원하며 적극적인 지원의 손길을 보내는 한국인이 있다.
거리에서 만난 시위대를 직접 찍은 사진들을 엮어 국내 한 크라우드펀딩 사이트에서 판매 중인 김빛솔씨(32)다. 수익금으로 시위대 유가족에게 위로금을 지급하거나 시위대에 필요한 물품을 지원하겠다는 게 빛솔씨의 일차적인 목표다.
빛솔씨는 지난 2017년부터 미얀마 최대 도시인 양곤에서 지냈다. 그는 양곤에서 차량으로 약 2시간 거리에 위치한 바고시의 한 공장에서 '공장장'으로 일했다. 하지만 쿠데타가 격화되자 계획했던 석사과정을 밟기 위해 지난달 한국으로 돌아왔다. 이후 민주화를 갈망하는 미얀마인들을 위해 홀로 펀딩을 기획했다.
"크라우드펀딩 자체가 막 거창한 건 아니에요." 휴대전화 너머로 들려온 빛솔씨의 어조는 차분했다. 빛솔씨는 "처음에는 시위를 나간다는 미얀마 친구들의 말에 단순한 호기심으로 사진기를 들고 나갔는데 시위 현장에서 마주한 미얀마인들의 말 한마디에 마음의 변화가 일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카메라를 들고 다니는 저를 종군기자로 생각했는지, 다른 나라에도 이런 사실(군부 쿠데타)을 널리 알려달라며 눈물짓는 미얀마 사람들을 봤을 때는 사실 좀 당황스럽기도 했었지만, 이들의 진정성있는 목소리를 들으니 어떻게든 도움을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시위에 앞장서는 20대 안팎의 청년들을 보면서 공장에서 함께 일하던 형, 누나, 동생들이 떠올랐다고 했다. 이 때문에 시위대가 조금이라도 안전하게 시위에 참여했으면 하는 마음에서 도움을 줄 방법을 찾게 된 것이라고.
빛솔씨는 "대단한 일은 아니지만, 한국에도 미얀마의 현실을 알리고 시위대에 도움을 줄 방법이 무엇일까 고민하던 차에 사진집을 기획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빛솔씨는 "시위 현장은 격렬하고 위험하다는 생각이 있었는데, 실제로 시위 과정을 지켜본바, 시민들의 시위는 너무나 평화로웠다"며 "많은 사람이 절박하게 민주 정부로의 원상 복귀와 군부 쿠데타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는 모습은 마음 한편을 뭉클하게 했다"고 말했다.
빛솔씨는 이번 민주화 시위 현장을 담은 사진을 한데 묶어 사진집 형태로 판매한다. 사진찍기가 취미였다는 빛솔씨가 담아낸 미얀마 시위 현장은 생동감이 넘친다. 현장에서 직접 보고 느낀 점도 사진과 함께 적어 이해도를 높였다.
그가 쿠데타 이전 미얀마를 여행하며 찍어뒀던 사진은 엽서 형태로 판매한다. 엽서에는 미얀마의 여러 일상이 담겨 있는데, 이번 사태가 조속히 해결돼 평화로운 미얀마의 모습을 보고 싶다는 염원이 담긴 셈이다. 목표 펀딩액은 100만원이었는데 현재까지 106명이 참여, 258%의 달성률을 기록 중이다.
그의 일터이기도 했던 바고시의 상황은 악화일로다. 빛솔씨와 해외 언론 보도 등에 따르면 지난 8일 오후부터 9일 오전까지 미얀마 군경의 유혈진압으로 지금까지 최소 80여명 이상이 숨진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지난달 사망한 11명을 더해 이 지역에서만 100여명의 사망자가 나온 상황이다. 지난달 27일 양곤에서 114명이 숨진 이래 한 도시에서 발생한 최다 인명피해다.
시위에 참가한 시민들은 군경이 박격포와 유탄발사기 등 중화기를 동원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군부의 폭력적인 행태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공유되고 있다.
군경이 무력 진압을 시작한 후로는 오후 11시까지도 도시 곳곳에서 총소리가 울린다. 인터넷 검열은 물론, 숨어있는 시위대를 찾기 위해 일반 가정집까지 검문하는 경우가 비일비재 하다는 게 빛솔씨의 설명이다. 군경은 길거리에서 시민들의 휴대전화를 검사해 시위와 관련된 사진이 있는지까지 살펴보고 있다.
빛솔씨는 당초 펀딩을 기획하며 발생한 수익금을 바고시의 사망자 유가족에게 기부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바고시 사망자가 급격하게 증가, 지원금이 부족할 수도 있어 다른 지원 방안을 고민 중이다.
그는 "현지 대안매체 '미얀마 나우'(Myanmar Now)나 미얀마 민주진영의 임시정부 격인 '연방의회 대표위원회'(CRPH)에 직접 기부하는 방식도 고려 중"이라고 설명했다.
2차 펀딩도 계획 중이다. 빛솔씨는 "이번엔 80페이지 분량의 사진집을 제작했는데 미얀마 시민들의 모습을 담아내기엔 부족한 양"이라며 "더 좋은 아이디어들이 모인다면 기꺼이 펀딩을 추진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인터뷰 말미에도 미얀마에 대한 관심을 당부했다. 빛솔씨는 "꼭 경제적인 지원이 아니더라도 관심 자체만으로 미얀마인들에게 큰 힘이 될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빛솔씨가 기획한 펀딩은 사이트 '크라우디'에서 오는 5월14일까지 참여할 수 있다.
한편, 미얀마 군부는 지난해 11월 총선에서 심각한 부정이 있었다고 주장하며 지난 2월1일 쿠데타를 일으켰다. 미얀마 인권단체인 정치범지원연합(AAPP)에 따르면 쿠데타 발발 이후 12일까지 사망자는 710명에 달한다. 억류된 시민도 3000명을 넘어섰다.
cho8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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