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의 코로나 자가진단키트, 낮은 신뢰도에 '발목'
신속진단키트도 검체 채취 위해서는 의료인 필수
PCR 진단법에 비해 신뢰도 낮아 전문가도 의견 분분
오 시장은 지난 12일 기자 간담회를 열어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의 희생을 강요하는 일률적인 규제 방역이 아니라 민생과 방역을 모두 지키는 상생 방역으로 패러다임을 바꾸겠다"며 "중앙정부가 자가진단키트 도입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서울시는 신속항원검사키트를 활용한 시범사업 시행도 적극 검토하겠다"며 "야간 이용자가 많은 노래연습장에 시범 도입해서 코로나19 예방에 효과적인 검증할 것"이라고 밝혔다.
생활 현장에서 시민 스스로가 자가진단키트를 활용해 즉석에서 코로나19 양성 여부를 판별한 뒤 음성자에 한해 식당과 카페, 유흥업소 출입을 허용하고, 이를 기반으로 자영업자들의 영업시간을 늘려주자는 발상이다.
사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이같은 형식의 진단키트를 도입해 방역에 활용하자는 주장은 있어왔다. 하지만 문제는 전문가 도움없이 시민들 스스로가 쓸 수 있는 '자가진단키트'는 국내에 없다는 점이다.
현재 코로나19 진단키트는 크게 3가지로 나뉜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유전자를 잡아내는 PCR 진단법과 바이러스의 항원이나 항체 단백질을 탐색해 내는 항원진단법, 항체진단법 등이다.
표준 방법은 PCR 진단법으로, 정확성이 높지만 결과가 나오려면 4~6시간이 걸리고 비용도 비싸다. 또한 분석 기기가 필요해 현장에서는 사용할 수 없다.
항체진단법은 주로 혈액을 이용하는데, 혈액 샘플을 '임신테스터기'처럼 생긴 키트에 떨어뜨려 줄무늬가 생기는지 여부에 따라 음성과 양성을 구별해 낸다. 하지만 이 방식은 바이러스에 감염된 뒤 대략 일주일 이후부터 생기는 항체에 반응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감염 초기 확진자를 걸러낼 수 없다. 또한 완치자와 감염자를 구분할 수 없다는 결정적인 단점도 있다.
이를 보완한 것이 항원진단법이다. 항원진단법과 항체진단법은 15~30분 정도면 분석 결과가 나오기 때문에 '신속진단키트'로도 불린다.
하지만 국내 허가된 항원진단키트는 모두 '셀프'용이 아닌 '전문 의료인'용이다. 즉 콧속 깊숙이 면봉을 찔러 넣어 검체를 채취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일반인이 아닌 의료인만 사용할 수 있다. 결국 오 시장의 생각처럼 생활 현장에서 신속 진단을 하기 위해서는 식당과 카페, 유흥주점 등에 의료인을 일일히 배치해야 한다. 시범 실시는 가능하겠지만 서울시 전역에 걸쳐 신속진단키트를 사용하는 것은 현재로서는 불가능한 셈이다.
신속진단키트의 두 번째 문제는 정확성이 낮다는 점이다. 특히 특이도(음성을 음성으로 판별해 내는 확률)보다 민감도(양성을 양성으로 판별해 내는 확률)가 낮다.
서울대 의대가 최근 A사의 항원진단키트로 118명을 진단한 결과 78명의 음성자는 모두 음성자로 판별해 특이도는 100%를 나타낸 반면, 양성자 40명은 7명만 양성으로 판별해 PCR에 비해 17.5%의 낮은 민감도를 기록했다.
서울대 의대 연구팀은 "낮은 민감도로 인해 해당 진단키트는 임상용(clinical test)으로는 적합하지 않다"고 결론 내렸다.
연구팀의 일원인 김남중 교수는 "항원진단방식 자체가 PCR 방식에 비해 민감도가 낮은게 사실"이라며 "하지만 선별(screening) 목적이라면 항원진단방식도 검사를 반복적으로 실행하면 감염 확산을 막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대한진단검사의학회 감염관리 이사를 맡고 있는 이혁민 신촌세브란스병원 교수는 "진단 방식 자체의 문제이기 때문에 반복검사 한다고 해서 민감도가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그는 "타액 등으로 간단하게 자가검사를 할 수 있는 진단키트가 새로 나온다면 민감도는 더욱 낮아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진단이 방역을 대신할 수 없다"며 "현재 표준 방식인 PCR 검사를 더욱 확대하고 방역을 강화해야 현재의 확진자 증가세를 막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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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이기범 기자] hope@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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