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경제부총리 과제는?.."시장과의 소통 · 정치적 중립성"
새 부총리의 필수역량·과제
이코노미스트 5인 인터뷰
개각을 앞둔 시점에서 다수의 경제 전문가들이 새 경제부총리의 과제로 첫 손가락에 꼽은 것은 ‘시장과의 소통’이었다. 현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전부터 최저임금 인상과 노동시간 단축 등의 정책을 급진적으로 추진하고, 부동산 시장 참여자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간주하는 등 시장과 적대적인 모습을 보여왔던 부분이 문제점으로 지적해왔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내년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에서 나올 수 있는 무분별한 재정 확대 요구에 ‘부화뇌동’하지 않을 수 있는 정치적 중립성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 출범 전 30%대 후반이었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올해 말 50%에 이를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상황에서, 재정건전성을 위해 브레이크 걸어줄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이다.
14일 조선비즈는 ‘문재인 정부 임기 1년을 남기고 인선될 차기 경제부총리가 매진해야 할 과제’를 주제로 경제 전문가들에게 전화 인터뷰를 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 장민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에게 질문을 던졌다.
이 중 4명은 ‘시장과의 소통’이 시급하다는 견해를 나타냈다. 홍남기 부총리 등 현 정부에서 중용된 예산관료 출신들이 시장과의 소통에 실패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으로 볼 수 있다. 정치권발(發) 무분별한 ‘재정확대론’에 대한 방어를 지목한 의견도 4명에게서 나왔다. 2명은 부동산, 노동시장 정책의 수정을 손 꼽았다.
◇"노동비용·부동산정책, 시장 원칙에 입각해 풀어야 "
대부분의 경제학자들은 차기 경제부총리가 단절된 시장과 정책당국의 소통을 회복하는 데 역점을 둬야 한다고 지적했다. 홍남기 부총리는 청와대 등을 의식한 지나친 경제 낙관론으로 시장과의 불통을 자초한다는 비판을 자주 받아왔다. 코로나19 확산이 본격화되기 직전인 작년 1월 ‘경기회복에 대한 자신감’을 강조한다거나, 지난해 연중 내내 전년 동기비 취업자수가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고용상황이 개선되고 있다’는 낙관론으로 금융시장 참여자들을 황당하게 만들기도 했다. 경제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차기 부총리의 역할은 냉철한 경제상황 인식으로 시장과 눈 높이를 맞추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장민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부총리라면 경제를 바라보는 종합적 시각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면서 "향후 경제정책방향을 뚜렷하게 제시하고, 시장과 소통해서 잘못된 것은 방향을 수정하면서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경제에 대한 전문성이 제일 중요하다"면서 "코로나19 상황에서 경제 운용이 결정적 역할"이라고 말했다. 성 교수는 구체적으로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노동시간 단축의 경직적 시행 등 노동비용 충격과 부동산 정책 실패를 시장의 원칙에 입각해 풀어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더나아가 "노동시장, 자본시장 등 생산요소 시장이 보다 원활하게 작동할 수 있도록 규제를 합리화하는 요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상봉 한성대 교수도 "시장과 소통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우석진 명지대 교수는 "거시경제에 대한 종합적인 안목이 중요하다"면서 "거시경제 지표를 잘 관리할 수
있는 경제적 식견이 있는 분이 다음 정권으로 넘어가는 다리 역할을 잘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선거 앞둔 정치권의 ‘재정확대’ 주장에서 재정 지켜야"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에서 나올 수 있는 무분별한 ‘재정 확대’ 주장에서 국가 재정을 지켜내야 한다는 과제도 제시됐다. 김상봉 교수는 "국가 부채·채무 증가세가 모두 심각하기 때문에 (차기 경제부총리는)재정건전성에 신경 쓸 필요가 있다"면서 "부총리가 정권말 정치권의 돈풀기에 대해 소신을 갖고 재정을 지켜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성태윤 교수는 "선거를 앞둔 시점에 부총리는 중립적 입장에 가까운 분이 해야 한다"면서 "선거를 앞두고 대규모로 돈을 푸는 정책이 나올 가능성이 있는데, 그러면 경제에 무리가 올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가채무비율이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정도로 급증하고 있는 상황이고, 이런 급증은 상당한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면서 "예전에는 ‘후손에 빚을 물려줘야 되겠나’ 하는 식으로 접근했지만, 지금은 후손이 아니라 당장의 경제를 흔드는 문제가 됐다. 이에 대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하준경 한양대 교수는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사람이 많고, 빚으로 버티고 있는 사람도 많아서 이 문제 해법이 가장 중요하다"면서 "자영업, 가계부채, 내수침체 등의 문제를 잘 다룰 수 있는 분이 필요하다. 일단 재정 운용을 탄력적으로 할 수 있는 사람이 부총리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재정보수주의 등에 얽매이지 않고 거시경제적 차원에서 경제를 바라보고, 긴 호흡을 갖고 문제를 처리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실용적 사고와 유연함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선거를 앞둔 정치권과의 갈등 조정 능력을 발휘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우석진 명지대 교수는 "여당 당권주자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우리가 기재부에게 당해서 ‘민생’ 해결을 못했다’는 느낌을 갖고 있는 것 같다"면서 "‘민생’은 결국 돈쓰는 문제로, 앞으로 상당히 갈등 국면에 들어갈 수 밖에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우 교수는 그러면서 "경제부총리는 정부 안팎 및 정치권과의 갈등을 조정할 수 있어야 한다"면서 "정치인 장관들이 많은데, 경제 관련 이슈는 부총리를 통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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