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투기대회 흥행 실패로 수억원 못갚은 40대 2심도 '무죄'

법원 "통제할 수 없는 사유 커..사기 인정 안돼"

(서울=뉴스1) 김규빈 기자 = 종합격투기 대회를 개최했지만 흥행에 실패해 지인에게 수억원을 갚지 못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40대 남성이 항소심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12-3부(부장판사 김형진 최봉희 진현민)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사기)등 혐의로 기소된 A씨(42)에게 원심과 같이 무죄를 선고했다.

A씨는 지난 2015년부터 약 2년간 종합격투기 대회 준비자금, 주점 운영비 등을 빌미로 지인 B씨에게 약 8억원을 가로챈 혐의로 기소됐다.

이후 A씨는 지난 2017년과 2018년 '글리몬 FC' 격투기 대회를 두 차례에 걸쳐 개최했지만 후원금 미지급 등으로 모두 흥행에 실패한 것으로 조사됐다.

재판과정에서 A씨 측 변호인은 "격투기 대회 흥행을 위해 B씨를 비롯한 지인들에게 보증을 서달라고 한 것에 불과하다"며 "B씨를 비롯한 지인들에게 어려운 자금사정을 다 얘기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이 사건 범행당시 A씨의 신용등급이 9등급인 점을 비춰보면 A씨에게는 빌린 돈을 갚을 의사가 없었다고 봐야한다"며 "A씨는 자신의 운영하는 주점의 주류대금도 제때 지급하지 못해 속칭 '돌려막기'를 하고 있었다"고 했다.

1심은 "관련 증거에 따르면 A씨가 B씨로부터 수억원을 송금받은 점, 이 사건 무렵 A씨가 경제적으로 매우 어려운 점 등은 인정된다"면서도 "격투기 대회의 흥행실패는 선수미출천, 후원금 미지급 등 A씨가 통제할 수 없는 사유가 큰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B씨 역시 A씨의 변제능력보다는 격투기대회의 성공적인 개최가능성과 수익성을 보고 보증을 선 것으로 보인다"며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A씨가 고의적으로 보증금 상당의 이익을 편취하기 위해 B씨를 속였다고 볼 증거가 없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A씨와 B씨가 수년간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 상당의 금전거래를 했음에도 차용증을 작성하지 않았던 점, A씨가 B씨에게 자신의 변제능력을 속였다고 볼만할 증거가 없는 점, A씨와 B씨가 평소 친밀한 사이였던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해당 판결에 불복한 검찰은 항소했지만 2심도 1심이 옳다고 봤다.

rn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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