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경제부총리? 홍남기 같은 예산통은 그만"..경제학자 이구동성
경제학자들 "시장과 소통 가능한 리더 필요"
"예산 관료 중용, 경제 부진의 원인 중 하나"
"4년간 경제 정책 평가하고 잘못된 정책 방향 전환 필요"
경제부처 장관들의 개각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관가 안팎에서 나오면서, ‘최장수 기획재정부 장관’ 타이틀을 갖고 있는 홍남기 경제부총리의 교체가 유력시된다. 문재인 정부의 세번째 경제부총리 인선은 조만간 이뤄질 전망이다.
경제 전문가들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경기 회복세를 공고화하고, 경제구조 개혁을 주도하기 위해서는 거시경제를 종합적으로 조망할 수 있는 경제수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전직 김동연, 현직인 홍남기 부총리와 같은 예산관료 출신이 또 다시 경제부총리 자리에 중용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추진력이 강하고 꼼꼼한 리더십을 발휘하는 예산관료들은 경제구조 개혁의 장기적인 방향성을 제시하는 데 한계를 노출했다는 견해도 나왔다. 거시경제 정책 수립, 정책 조정 등에 전문성을 갖고 있는 관료 출신이 차기 경제부총리로 중용돼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다.
14일 조선비즈는 ‘문재인 정부 임기 1년을 남기고 인선될 차기 경제부총리가 매진해야 할 과제’를 주제로 경제 전문가들에게 전화 인터뷰를 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 장민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에게 질문을 던졌다.
◇"거시 정책 전문가가 부총리 맡아야"
전문가들은 이번 경제부총리만큼은 보수적이고 꼼꼼한 성향이 짙은 예산 관료 출신을 지양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문재인 정부의 초대 경제부총리였던 김동연 전 부총리, 홍남기 부총리 모두 예산관료 출신이다. 4년째 ‘예산통’이 경제 정책을 총괄하고 있는 상황이 지속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얘기다. 코로나19 이후의 총체적인 경제 구조 개혁과 거시경제 관리를 해야하는 현 시점에서는 예산 관료의 장점이 발휘되기 어려운 환경이라는 지적이다.
장민 연구위원은 "문재인 정부 들어 예산관료 출신들이 잇따라 경제요직을 독식하면서 균형감있는 경제 정책이 실행되기 어려운 측면이 있었고, 결과적으로 경기침체 장기화에 유연하게 대응하기 어려웠다고 생각한다"면서 "예산 관료 중용이 경기부진의 한 원인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예산관료는 종합적인 경제정책 구상 집행보다는 곳간지기로서 보수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경제정책 수립시 견제역할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 "종합적인 경제 정책의 키를 쥐는 부총리는 거시 정책 전문가가 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석진 교수는 "예산 관료 출신들은 예산을 통해 다른 부처를 조율하는 훈련이 돼있고, 꼼꼼한 성향이 있다. 홍 부총리도 이러한 면 때문에 발탁이 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면서 "이런 종류의 리더십은 국지전을 벌일 때는 좋은 덕목이지만, 지금은 경제 전쟁을 지휘할 수 있는 사령관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예산 관료의 장점은 다른 부처에 대한 ‘그립감(장악력)’이 강하다는 것인데, 대통령 입장에서 보면 레임덕 걱정 탓에 예산 관료를 부총리 뿐 아니라 다른 부처 차관으로 임명하는 등의 유혹이 있을 수는 있다"고 덧붙였다.
김상봉 교수도 "정권이 끝나가고, 예산은 이미 대부분 짜여져 있는 상황에서 굳이 예산 관료가 부총리를 할 필요가 없다"며 "재산세 등 시장과 연관이 있는 업무를 해봤거나, 산업 관련 업무를 해본적이 있는 등 시장과 소통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춘 부총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준경 교수는 "지금은 거시적 관점에서 경제 문제를 바라보고 재정 보수주의에 얽매이지않는 부총리가 필요하다"며 "예산 관료 출신은 그런 시각이 없다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정부 살림살이’를 관리하는 관점으로 다른 사람들이 제시하는 지출을 깎으려고 하는 성향이 무척 강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대통령 임기 1년 남은 상황...다음 정권 ‘다리’ 역할 필요
전문가들은 차기 경제부총리가 매진해야 할 과제로 ‘지난 4년간의 경제 정책 평가와 잘못된 정책의 방향 전환’을 꼽았다. 코로나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재정지출 확대보다는 ▲노동 시장의 비용 증가 ▲가계 부채 ▲내수 침체 등 코로나19 이전부터 한국 경제를 괴롭혀온 고질적인 병폐를 끊어내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현 정권의 임기가 1년 가량 남은 점을 감안하면 큰 구조 개혁은 어려울 가능성이 크다는 점은 한계로 언급됐다.
성태윤 교수는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노동 시간 단축 제도의 경직적인 시행 등으로 나타나는 노동 시장의 비용 충격을 완화시키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며 "당장 최저임금을 낮추고 다시 노동시간을 늘리자는 게 아니라, 이런 규제들을 합리화해서 생산 시장이 보다 원활히 작동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도 "대기업을 옥죄는 방향이 아니라 중견·중소기업을 키워야 하고, 노동 부문의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시각이 필요하다"고 했다.
우 교수는 "정권이 넘어가는 상황에서 ‘다리’ 역할을 잘 해줄 수 있도록, 거시경제의 지표를 관리해줘야 한다"며 "새로운 일을 벌려 성과를 내려고 하기보다는 지금까지 만들어온 정책 성과를 잘 갈무리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 교수는 "코로나19 피해 등으로 빚으로 버티고 있는 사람이 무척 많다"며 "자영업, 가계부채, 내수 침체 문제 등을 잘 다룰 수 있는 부총리가 필요하고, 정부가 일정 부분을 부담하는 방향으로 재정 운용을 탄력적으로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장 연구위원은 "미래 경제 정책의 기본 방향을 제시하고, 재정 개혁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며 "지난 4년간 정책에 대한 평가와 잘못된 정책의 방향 전환도 중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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