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 보말 한 마리 잡아도 과태료 100만원..제주도 고시 논란
제주도가 최근 판매를 목적으로 얕은 바다에서 수산물을 채취하는 이른바 야간 '해루질'을 제한하는 내용의 고시를 발표했다. 일부 다이버들의 무분별한 남획을 제한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당초 취지와 달리 취미로 수산물을 채취하는 레저인들까지 단속하겠다고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현장에선 이 고시를 두고서 갈등이 속출하고 있다.
제주도는 지난 9일 비어업인이 야간에 마을어장 내에서 수산동식물을 잡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의 '비어업인의 포획 채취 제한 및 조건'을 고시했다.
해당 고시는 수산자원관리법에 따른 것으로, 제주도는 수중레저법을 준수하며 해루질을 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단속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최근 레저 행위까지 전부 단속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논란이 되고있다.
양홍식 제주도 해양수산국장은 KBS와의 인터뷰에서 "수중레저 활동이라도 수산자원관리법상 마을어장 내에서 야간에 수산동식물을 채취하는 행위는 처벌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해루질 뿐만 아니라 야간에 관광객이나 도민이 마을어장에서 보말(고둥)을 한 마리만 잡아도 과태료가 처분될 수 있다는 뜻이다.
고시를 위반하면 10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모 제주지역 해루질 동호회 다이버는 "제주도 바다 95%가 마을어장인데, 레저인이나 도민, 관광객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는 정책"이라며 "제주도가 또 다른 갈등을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제주도가 협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고시를 강행하고 있다"며 "행정당국이 다이버와 어촌계의 목소리를 듣고, 사회적 합의를 통해 건전한 레저 문화를 만드는 공론의 장을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밤마다 전쟁…현장 해경은 녹초
고시가 발표된 이후 현장에서도 갈등이 속출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11일 밤 제주시 애월읍 가문동 해안에서 공기통 없이 산소배출 도구와 오리발 등을 차고 하는 이른바 '스킨 해루질'을 하고 있다는 주민 신고가 접수돼 해경이 현장에 출동했다.
당시 해경은 수산자원관리법에 따른 제주도 고시를 인용해 야간에 수산물을 채취할 수 없다며 다이버들을 검문했다.
하지만 다이버들은 수중레저법상 안전 자격과 장비를 갖춰 합법적인 범위에서 해루질을 하고 있었다.
수중레저법상 자격을 갖춘 안전요원은 합법적인 장비를 이용하면 야간에 문어나 오징어, 어류 등을 잡을 수 있다.
이를 두고 해경과 다이버 간 수십 여분 동안 고성이 오갔고, 다이버들이 해경파출소까지 다녀온 뒤에야 상황이 마무리됐다. 결과적으로 과태료 처분은 이뤄지지 않았다.
이처럼 제주도의 고시가 모호하고, 두 개의 법이 상충하면서 밤마다 해루질이 있는 현장에선 갈등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해경의 고충도 늘고 있다.
제주지방해양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3월까지 40여 건이 넘는 해루질 관련 신고가 접수됐다.
지난해에는 관련 신고가 230여 건에 이르렀다.
해경 관계자는 "수산자원관리법과 수중레저법이 서로 상충돼 현장에서 혼선이 일고 있다"며 "제주도가 고시를 만들며 해경과 협의 과정이 없었고, 일방적으로 통보해 문제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런 일이 반복되면 정작 긴급한 구조 신고 시 출동하지 못할 수 있다"며 "그 책임 역시 해경에게 전가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해경 관계자는 "과태료는 국가경찰이 아닌 행정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라며 "해안이라는 특성상 야간에 어촌계에서 발생하는 신고는 대부분 해경으로 접수되면서 갈등이 끊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제주도가 수중레저법을 지킨 해루질 다이버는 단속하지 말라고 하는데, 정작 어촌계에는 해루질을 제한하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며 "현장에서는 해경이 해녀와 다이버 양쪽에서 욕을 먹고 있다"고 토로했다.
해경은 문제가 속출하자 고시에 일부 문제가 있다는 점을 제주도에 전달했다.
제주지역 해루질 동호회 회원들은 이번 고시에 반발하며 집단행동을 예고한 상황이다.
제주도는 갈등이 속출하자 오는 19일 도의회와 해경, 해수부 남해어업관리단과 정책협의회를 통해 명확한 단속 규정을 수립하겠다고 밝혔다.
문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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