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 출점 막는 지역상권법, 전문가들 "위헌 소지"..법사위 강행 어려울듯
지역상인 동의 없이는 스타벅스·올리브영 같은 대기업 계열 점포의 출점을 금지하는 ‘지역상권법’에 법리적인 허점이 많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잇따랐다. 유통업계 전반은 물론이고 임대인이나 소비자의 권리와 상충하는 조항들이 지적되면서 더불어민주당의 일방적인 법 제정 작업에 문제가 많다는 비판이 나온다.
1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자위)는 전날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본관에서 ‘지역상권 상생 및 활성화에 관한 공청회’를 열었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장이 대표발의한 지역상권법의 산자위 전체회의 상정을 위한 것이다.
이 법은 지난해 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해 재발의됐다. 산자위 소위를 세 번이나 거쳤음에도 여야간 법률상 쟁점에 대해 합의하지 못했다. 하지만 민주당 소속 산자위원들이 중심이 돼 해당 법안을 소위에서 통과시켰다. 이날 연 전문가 공청회는 형식을 맞추기 위해 뒤늦게 개최한 것이다. 이후 이 법안은 산자위 전체회의와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본회의에 상정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이날 공청회에 참석한 법조·유통 전문가들은 해당 법이 법리적으로 보완해야 할 조항이 많다는 점을 지적했다. 지역상권법이 이달 중으로 국회 본회의까지 통과하기에는 문제가 많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젠트리피케이션(상권의 임대료가 상승하면서 원주민과 소상공인이 밀려나는 현상) 문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입법 의도 자체에는 공감하면서도, 상당수 조항이 경제적인 부작용을 가져오거나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할 가능성, 과잉 규제일 가능성 등을 우려했다.
지역상권법은 △상업지역의 비율이 50% 이상이거나 △일정 수 이상의 도소매 점포가 모여 상권을 형성한 지역을 시·도 산하 지역상권위원회 심의를 통해 ‘지역상생구역’이나 ‘자율상권구역’ 등 ‘지역상권 활성화구역’으로 지정하도록 한 것이 골자다.
이렇게 지정된 지역에는 대규모점포와 준대규모점포, 연매출이 일정 수준 이상인 가맹본부의 직영점 등의 출점이 제한된다. 대형마트의 출점과 영업시간을 제한하는 유통산업발전법(유통법)과 제과점 등의 대기업 가맹점 출점을 규제하는 중소기업 적합업종제도에 포함되지 않는 분야의 대기업 출점을 막는 방향이다.
◇ "평등권·재산권 등 기본권 침해···‘법률유보의 원칙’ 위배 우려도"
대표적인 법리적 허점으로 지적된 부분은 재산권 등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는 활성화구역을 지정하는 기준을 법률이 아닌 ‘대통령령’으로 규정하도록 한 점과 운영 기준 등을 ‘지방자치단체의 조례’에 따르도록 한 점이다.
문상일 인천대 법학부 교수는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내용은 반드시 법률로써 그 구체적인 내용을 정하도록 하는 ‘법률유보의 원칙’은 헌법상 중요한 원칙"이라면서 "활성화구역을 지정하는 요건이 해당 구역의 토지 소유자와 상가 건물 소유자, 임대인의 재산권과 진출 예정 사업자 등의 경제적인 이익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사항임에도 제정법률안에서는 이에 대한 기준을 법률로 정하지 않고 대통령령 등으로 위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문 교수는 "활성화구역 안에서 지방자치단체가 조례로 특정 종류의 영업 활동을 금지·제한할 수 있도록 돼 있는데, 이 경우 지자체 별로 금지되는 업종의 종류가 다를 수 있다"면서 "이는 헌법상 평등권과 재산권, 영업의 자유를 침해할 가능성도 충분히 제기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경만(비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헌법의 경제민주화 부분에서 일정 부분 국가가 시장에 개입하면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고 돼 있는데 이 또한 계약의 자유 원칙을 위반하는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대해 문상일 교수는 "소비자 역시 경제민주화에서 중요한 가치라고 본다"고 답했다.
그는 "경제활동을 제한하는 법률의 제정이나 개정 기준에서 가장 우선시 돼야 할 부분은 소비자로, 소비자의 이익이나 선택권을 고려하지 않은 경제 정책은 결국 후퇴하고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 유통법·상생법·상가 임대차보호법과 겹쳐 ‘중복 입법’ 우려
지역상권법이 임대료 상승에 따른 소상공인의 내몰림 현상(젠트리피케이션)을 우려한 입법이라는 민주당의 주장에 대해서도 반론이 나온다. 이미 관련 규제들이 시행되고 있어 ‘중복 입법’이나 ‘과잉 입법’의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2017년 말 개정된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상가임대차보호법) 시행령’에 따르면, 상가 임대료의 인상률 최고 연 5%다. 이에 더해 지난해 9월 개정된 상가임대차보호법이 시행되면서 상가 임대료를 6개월 이상 연체하지 않는 한 임대인이 계약 해지를 요구하거나 계약 갱신을 거절하기 어렵게 됐다. 더욱이 상가임대차보호법상 상가 건물에 관한 정의 규정을 그대로 준용할 경우, 아파트 단지 상가 안 세탁소까지 지역상권 활성화구역으로 묶여 대상이 광범위해진다.
김정재 국민의힘 의원(경북 포항시북구)은 "지역상권법은 상생협약을 맺어 임대료를 제한하고 대규모점포 등의 입점을 제한하자는 취지인데 현재 대규모점포들은 유통법이라든지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대·중소기업 상생법)에 의해서 (출점 등이) 제한되고, 상가도 연 5%로 임대료 상승률을 제한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주택도 임대료를 제한하고 전세권을 4년으로 늘려놓으면서 ‘전월세 대란’이 일어나지 않았느냐"면서 "상권이 새롭게 생기고 한창 활성화되면 임대료가 오르면서 (상권이) 이동하는데 영원히 한 상권에 특정 업종만 있도록 임대료를 묶는 것이 맞느냐"고 의문을 제기했다.
조춘한 경기과학대 경영학과 교수는 "(이마트) 노브랜드가 시장에 진출하면서 20~30대 소비자가 찾아오고 청년몰이 생기고 기존 시장 상인분들의 매출이 늘어난 사례가 있고, (여의도) 더현대서울의 경우에는 여의도 뿐만 아니라 영등포, 용산까지도 상권이 활성화되고 있다고 점주 분들이 얘기한다"면서 "사실상 복합쇼핑몰과 오프라인에서 복합쇼핑몰, 전통시장, 소상공인이 어우러졌을 때 상권이 활성 화되는 것이지 어떤 특정 단체만 있다고 해서 활성화된다고 보지 않는다"는 의견을 냈다.
지역상권의 특색을 유지하기 위해 해당 법안의 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문병윤 법무법인 소울 대표변호사는 "우리나라는 자유시장경제 질서 내에서 경제주체 간의 경제적 편차를 수정·조정하기 위해서 다양한 입법 노력을 경주해 왔다"면서 "지역상권의 특색과 매력, 독자권 등을 유지·존속시키기 위해 대규모점포 또는 중대규모 점포, 가맹사업본부가 운영하는 직영점을 제한하는 것은 타당하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등 야당 소속 산자위원들은 이날 공청회 결과를 토대로 해당 법안을 산자위 소위원회에서 재논의할 것을 요청했다. 이에 따라 산자위 간사인 송갑석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이 협의를 통해 지역상권법의 처리 방향을 결정할 예정이다.
앞서 홍익표 의원이 복합쇼핑몰도 대형마트처럼 의무휴업을 도입하는 내용을 골자로 대표발의한 유통법 개정안도 국회 처리가 어려워졌다. 소비자들의 반대 여론이 일면서 여야 의원들 모두가 부정적인 입장으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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