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못해"·"집값 비싸"..서른 넘은 내가 '캥거루족' 된 이유

김지현 기자 2021. 4. 14. 0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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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혼 30대' 절반 이상이 부모와 함께 산다.

이들은 집 살 돈이 없어 독립하지 못하고, 취업을 못해 부모님과 함께 산다고 말한다.

부모와 함께 사는 미혼 인구 중 42.1%는 취업을 못한 상태다.

결국 지난해부터 부모님 집에서 함께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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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혼 30대' 절반 이상이 부모와 함께 산다. 이들은 집 살 돈이 없어 독립하지 못하고, 취업을 못해 부모님과 함께 산다고 말한다. 자신들을 사회가 내몬 ‘캥거루’라고 부른다.

문재인 대통령은 13일 열린 영상 국무회의서 “청년들의 눈높이에 맞고 청년들이 체감할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하는데 신경을 써달라”며 부동산 문제 해결과 함께 일자리 창출을 꼽기도 했다.
30대 미혼 절반 이상 ‘캥거루’…주식 투자로 눈길
/그래픽=이승현 디자인기자

이날 통계청에 따르면 30대 미혼 인구 중 부모와 동거하는 사람의 비율은 54.8%로 절반을 넘어섰다. 30~34세의 경우엔 57.4%, 35~39세도 50.3%였다. 부모와 함께 사는 미혼 인구 중 42.1%는 취업을 못한 상태다.

경기도에서 직장을 다니고 있는 윤모씨(31)는 대학을 졸업하기 전 독립이 목표였다. 하지만 8년 가까이 5개의 집을 전전하며 윤씨가 느낀 건 부모님의 도움 없이는 제대로 된 집을 구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단열이 안 되는 곳, 보안에 취약한 곳들도 많았고 무엇보다 2년 꼴로 집을 옮겨다녀야하니 안정감이 들지 않았다.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고 버티는 집주인들도 있었다. 결국 지난해부터 부모님 집에서 함께 살고 있다.

윤씨는 “회사사람 중 둘만 모여도 주식 이야기를 한다”며 “선배 한 명이 외국 주식으로 3000만원 가까이를 벌어들였다는 것을 보고 너도 나도 뛰어들었다”고 했다. 지난해 연봉이 동결된 윤씨의 꿈은 주식으로 번 돈을 보태 내 집 자금을 마련하는 것이다.

직장인 오모씨(33)도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는 캥거루족이다. 출퇴근에 걸리는 시간은 왕복 세 시간이 넘는다. 지하철 노선 두 개를 갈아타고, 버스도 타야한다. 올 초 오가는 데에 걸리는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회사 인근 부동산을 알아봤다. 하지만 벌이에 맞는 적당한 공간은 없었다. 수지에 맞는 원룸들은 너무 작고 방음이 안됐고, 괜찮은 곳은 보증금이 너무 비쌌다.
취업 힘들어 부모님께 손 벌려…“청년주택 등 개선 필요”
(서울=뉴스1) 이재명 기자 = 지난 2월 입주한 서울 용산구의 청년주택.

퇴사를 하고 재취업을 준비하는 김모씨(30)는 얼마 전 부모님이 있는 대전으로 내려왔다. 원래 목표는 서울에 살며 1년 안에 새 직장을 구하는 것이었으나 실업상태가 장기화되며 캥거루족이 됐다. 김씨는 “그동안 벌었던 돈도 다 써서 생활비가 부담 돼 돌아왔다”며 “온라인 강의를 듣고 줌으로 스터디를 하고 있다”고 했다.

다시 늘어나는 코로나19(COVID-19) 일일 확진자수에 김씨는 올해 취업도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한다. 고용노동부가 12일 발표한 3월 노동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구직급여 수급자는 75만9000명으로 집계됐다. 기존 역대 최대 기록인 지난해 7월의 73만1000명을 뛰어넘었다.

결혼을 하고 부모님과 함께 사는 경우도 적지 않다. 2년 전 결혼한 강모씨(35)는 당시 치솟았던 서울 집값을 감당할 길이 없어서 장모님 댁에 들어가 살기로 결정했다. 강씨는 "걸어서 회사까지 20분이 채 걸리지 않고, 남는 방이 두개 있어 생활비를 드리고 함께 살기로 했다"고 했다. 지금 강씨의 가장 큰 꿈은 더 이상 부모님께 손 벌리지 않고 아내와 둘만의 집에 사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청년층에 호의적인 부동산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지금의 청약제도는 가입기간, 부양가족 등 나이가 있는 사람들에게 유리하다”며 “세대별로 나눠 경쟁을 하게 하는 등의 개편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권 교수는 원룸 중심인 청년주택도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권 교수는 “청년들이 원하는 집은 ‘진짜 집’”이라며 “방 2~3칸의 주택 공급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대출규제·LTV 완화도 병행해야 취업조차 힘든 청년들의 소외감, 박탈감이 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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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현 기자 flow@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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