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밭갈기'와 '나무심기'를 아시나요..김남국 '펨코 사태'로 보자

최경민 기자 2021. 4. 14. 0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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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하동 옛 사진 공모전에서 은상을 차지한 ‘밭갈기’. 2015.8.10/뉴스1
'밭갈기'와 '나무심기'. 단순 농촌의 모습을 의미하는 단어가 아니다. 친여·친야 온라인 커뮤니티가 서로에 우호적인 여론 형성을 위해 나름 치열한(?) 대결을 펼치는 양상을 보여주는 용어다. 그리고 이 같은 밭갈기와 나무심기의 양상이 극적으로 드러난 게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펨코(에펨코리아) 사태'였다.
호환 마마보다 무서운 親與 커뮤니티 '밭갈기'
'밭갈기'는 친여 성향의 인터넷 여론 조성 과정을 의미한다. 어원은 불명확하지만 선교 과정에서 비슷한 용어를 쓰는 것으로 알려졌다. 선교를 하듯 문재인 정부에 우호적인 온라인 여론을 조성하라는 것이다. '클리앙', '보배드림' 등에서 타 커뮤니티로 '원정'을 갈 때 주로 쓴다.

여권의 '빅 마우스' 김어준씨는 4.7 재보궐선거 전 유튜브 방송 '다스뵈이다'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의 2005년 내곡동 땅 측량 참석 의혹을 제시하며 시청자들에게 "오늘 쟁기를 만들어놨다"며 "들고가서 밭을 갈아라"고 했다. 방송 내용을 온라인에 퍼뜨리라는 주문이었다.

김남국 의원의 '펨코 사태'에서도 밭갈기가 키워드가 됐다. 김 의원은 지난 12일 2030 세대 여론 파악을 위해 '펨코'와 소통을 하겠다고 페이스북에 글을 남겼다. 비슷한 시간 김 의원은 친여 성향 커뮤니티 '딴지일보'에 "딴게이(딴지일보 유저) 선배님들께서 말해주신 '펨코'를 비롯해서 여러 커뮤니티 소통창구를 함께하겠다"며 "다들 가입해주세요! 필수입니다!"라고 적었다.

'펨코' 유저들은 뒤집어졌다. "대놓고 밭갈기다"라는 우려섞인 글들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김 의원이 '딴지일보가 지정한' 자신들의 커뮤니티에 "가입하라"며 사실상의 밭갈기 동원령을 내린 게 아니냐는 것이다. 한 유저는 "무시를 하면 저쪽에선 '남국이에게 아무 말도 못한다'고 프레임 걸 것이다. 민주당 지지자들은 여기와서 밭갈기를 시전할 것"이라고 글을 남겼다.

김 의원은 13일 직접 '펨코'에 인증하며 "딴지게시판에 남긴 글이 ‘화력지원’이라든가 ‘좌표찍기’ 등을 요청한 것은 절대 아니었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밭갈기' 논란은 잠재워지지 않았다. 해당 글에는 "아직도 조국 수호하시나", "4년 동안 안중에도 없다가 이제와서 관심 가진답시고 기웃거리는 이유가 뭔가" 등 부정적인 댓글이 달렸다.
親野 커뮤니티 고도의 심리전, 나무심기
'강원도 고성 산림생태복원의 숲 조성'행사.2019.9.19/뉴스1
'나무심기'는 친야 성향의 인터넷 여론 조성 과정을 의미하는 용어다. 4.7 재보궐선거가 민주당의 참패로 마무리된 후 광범위하게 퍼진 것으로 보인다. "밭이 갈려있다면 거기에 나무를 심겠다"는 개념에서 출발한 용어로 추정된다. '엠엘비파크(엠팍)', '펨코' 등에서 타 커뮤니티에 '원정'을 갈 때 쓰는 게 보통이다.

주로 선거 패배 이후 클리앙 등에서 올라오는 친문 지지자들의 '자성론'을 '강경론'으로 덮는 과정을 의미한다. 친야 성향 누리꾼들이 일부러 '강경론' 여론을 부추겨서 자성의 목소리를 잠재운다는 개념이다. '조국 수호' 등을 내세운 강성 지지자들의 목소리가 클 수록 내년 대선에서 민주당이 패배할 가능성이 커진다는 계산 하에 이뤄지는 작업이다.

지난 9일 '펨코'에 올라온 글 하나를 보면 △비판글 올라오면 '일베' 몰아가기 △반성글 올라오면 "지금은 지지가 필요하지 비판하는 사람은 필요없다" 적어주기 △'문빠'짓 하기 등으로 나무심기 방법이 정리가 돼 있다. 해당 글에는 "민주당이 아니라 언론·검찰 탓이라 해야 한다"는 댓글도 달렸다.

나무심기 양상은 김남국 의원의 '펨코 사태'에도 역시 존재감을 드러냈다. 김 의원의 '펨코' 게시글에는 "소신파랍시고 대통령한테 엇나가는 인간들 정리 좀 하시라. 주군을 버리는 신하들을 국민들이 뭘 믿고 뽑아주나. 아직 레임덕도 아니니까 대통령 임기 끝날때까지 망신 주지 말고 잘 모시라"는 내용의 댓글이 '베스트 댓글'로 올라왔다.

민주당 강경파 여론을 부추기는 듯한 내용의 댓글이 가장 많은 추천을 받은 셈이다. 2030 세대의 목소리를 들으려고 온 김 의원에게 오히려 '여당 강경파'에 가장 가까운 목소리를 베스트 댓글로 제시한, 전형적인 나무심기라는 평가다. 한 커뮤니티 유저는 이를 두고 "김남국 의원 정신 차릴까봐 사상 최초로 현직의원에게 나무심기를 한 것"이라고 글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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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민 기자 brow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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