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100여명 '제2 n번방'..제작자 사라져도 끝나지 않았다

오진영 기자 2021. 4. 14.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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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성착취물 제작·유통 사건이 또 발생했다. ????으로 불리는 인물이 성착취물을 만들어 텔레그램과 다크웹에 뿌렸다. 피해자만 100명이 넘고, 미성년자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진다. 성착취물 제작자는 경찰 수사가 시작되자 극단적 선택을 했다. 하지만 성착취물은 계속해서 판매·유통되고 있다.

'인터넷 암시장'으로 불리는 다크웹에서 판매자와 쉽게 접촉할 수 있었다. 한 판매자는 ????의 만든 성착취물을 모두 보유하고 있다고 했다. 가격으로는 70만원어치의 암호화폐를 요구했다. 그는 텔레그램와 암호화폐를 이용하면 경찰에게 걸리지 않는다며 구매를 종용했다. 성착취 피해자들의 고통은 계속된다.
불법 성착취물 판매자는 '경찰에 걸리지 않는다'고 했다
/사진 = 이승현 디자인기자

13일 머니투데이가 텔레그램을 이용해 접촉한 한 판매자는 "텔레그램과 모네로(암호화폐)를 이용해 경찰 단속에 걸리지 않고 성착취 영상을 구매할 수 있다"고 홍보했다. 판매자는 "2모네로 (약 70만원)를 지불하면 영상이 올려져 있는 텔레그램 대화방에 초대해 주겠다"고 했다. 영상의 용량은 1테라바이트(TB)가 넘는다고 했다.

이 판매자가 홍보하는 영상은 최근 경찰이 수사에 착수한 대규모 성착취물 유통 사건과 관련된 영상이다. 경찰과 법조계에 따르면 '????'이라는 계정을 사용하는 A씨는 텔레그램 등 SNS를 이용해 피해자를 유인한 뒤 몰래 영상을 찍었다. 영상에 찍힌 피해 여성만 100명이 넘는다.

A씨는 영상을 다크웹 등에 올렸고, 지난해 경찰 수사가 시작되자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성착취물 제작자는 사라졌지만 그가 온라인에 뿌린 영상은 판매자를 통해 계속 퍼지고 있다. 성착취물이 한번 유통되면 막기 어려운 이유다. 피해자의 고통은 계속되고 있다.

특히 피해자의 상당수는 미성년자로 알려졌다. 판매자들은 피해자들의 이름과 주소·전화번호·출신 학교 등 개인정보까지 주고받았다. 일부 영상에는 직접적으로 특정 피해자의 개인정보가 드러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텔레그램을 유통채널로 이용했다는 것과 피해자의 신상정보가 함께 퍼진 것이 지난해 발생한 'n번방 사건'을 떠올리게 하는 부분이다. 피해자가 100명이 넘는다는 점에서 이미 '제2의 n번방 사건'으로도 불린다.

경찰은 현재 해당 성착취물의 판매자와 구매자 모두를 뒤쫓고 있다. 충북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최근 판매자를 검거했다. 영상의 수가 많고 아직까지 불법 성착취물의 판매가 계속되고 있는 만큼 드러나지 않은 판매자가 더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서울경찰청도 해당 사건을 수사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가 많고 범행 수법이 악질적이어서 사안을 엄중하게 보고 수사 중"이라며 "불법 성착취 영상의 삭제를 위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여성가족부와 협력해 모니터링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성년자 나오는 불법영상, 시청만 해도 재판까지 간다"
/사진 = 뉴스1

법조계는 이 영상을 최초 제작한 A씨뿐만 아니라 판매에 가담한 사람들과 구매한 사람들까지 처벌된다고 설명한다. 일부 성착취 영상은 명백히 아동·청소년으로 볼 수 있는 피해자들이 등장하기 때문에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라 시청만 하더라도 처벌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이 사건의 피의자 수십명을 전담하고 있는 박성현 법률사무소 유 대표변호사는 "아동·청소년이 등장하는 불법 성착취물의 경우 영상을 구입하거나 소지·시청한 자의 경우 1년 이상의 징역에 처해질 수 있다"며 "피해자의 동의 없이 유포된데다 일부 영상은 미성년자가 등장하기 때문에 대부분 재판까지 간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박 변호사는 "아직까지 이 사건과 관련된 피의자가 입건되지 않은 것은 관련자가 너무 많아 대상을 특정하는 데에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며 "미성년자가 등장하는 영상을 유포한 자는 물론 시청만 한 사람도 모두 처벌 대상"이라고 했다.

경찰은 일부 판매자의 주장과는 다르게 암호화폐로 거래한다고 해서 추적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경찰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암호화폐라고 해 수사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며 "판매자와 구매자 모두를 특정하는 방식으로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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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진영 기자 jahiyoun2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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