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檢 "이규원, 김학의 피의자 전환 어렵다는 것 알고도 출금 강행"

유원모 기자 2021. 4. 14. 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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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법상 피의자만 출금조치 가능.. "윤중천 보고서 허위" 공소장 적시
金 강제수사 대비해 왜곡 가능성도
이광철 전화 받은 차규근-이규원 서로 통화하며 출금 절차 진행
檢 "李비서관이 사실상 진두지휘"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불법 출국금지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이규원 당시 대검찰청 과거사진상조사단 검사를 기소하며 이 검사가 허위 내용이 담긴 윤중천 면담보고서를 작성했다는 점을 공소장에 언급한 것으로 13일 전해졌다. 이 검사가 ‘윤중천 보고서’ 작성 당시 이미 김 전 차관에게 범죄 혐의를 적용하기가 어렵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김 전 차관을 상대로 피의자 신분인 경우에만 가능한 출국금지를 강행했다고 본 것이다.

검찰은 출국금지 직전 이광철 대통령민정비서관(당시 민정수석실 선임행정관)이 차규근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과 이 검사에게 출금 조치와 관련해 연달아 연락한 직후 이 검사가 차 본부장에게 연락하는 등 이 비서관이 사실상 출금 과정을 진두지휘했다는 점도 공소장에 적시했다.

○ “이규원, 金 혐의 적용 어렵다는 점 알고도 출금”

수원지검 수사팀(팀장 이정섭 부장검사)이 서울중앙지법에 제출한 공소장에 따르면 이 검사는 2019년 3월 23일 김 전 차관을 출국금지하기 위해 작성한 긴급출금요청서 등 3개의 공문서에 가짜 사건번호를 기입하는 등 허위로 작성, 행사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검찰은 이 검사가 김 전 차관이 애초에 피의자가 되지 않는다는 점을 알고도 출금 요청 사유에 ‘뇌물수수 등으로 수사의뢰 예정’이라는 문구를 넣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검사가 2018년 12월∼2019년 1월 건설업자 윤 씨를 면담한 뒤 허위 내용을 담아 보고서를 작성하면서 당시로선 김 전 차관에 대한 피의자 전환이 어렵다는 점을 인지했을 것이라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이 검사가 가짜 사건번호를 동원하는 등 절차적인 위법을 저질렀을 뿐 아니라 김 전 차관에게 범죄 혐의를 적용하기 어렵다는 실질적인 인식도 갖고 있었다는 것이다.

수사팀은 이 검사가 김 전 차관에 대한 수사의뢰나 출국금지 등 추후 강제적 수사 절차에 대비해 사전작업 성격으로 윤중천 면담보고서를 왜곡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현행 출입국관리법상 출국금지 대상자는 ‘범죄 혐의가 있는 피의자에 대해 수사기관의 장이 요청할 경우’로 한정돼 있다.

윤중천 보고서 왜곡 등 대검 진상조사단의 김 전 차관 성접대 재조사 관련 각종 의혹은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검사 변필건)에서 수사 중이다. 검찰은 진상조사단과 윤 씨와의 면담 과정이 기록된 녹취록 등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 검사가 작성한 면담보고서에 허위 내용이 담겼을 뿐 아니라 특정 대목에선 의도적인 왜곡이 있었다고 의심하고 있다.

○ 李→차규근 이규원 통화 후 이규원→차규근 통화

공소장에 따르면 김 전 차관의 출국 시도 당일인 2019년 3월 22일 이 비서관이 차 본부장, 이 검사와 연쇄적으로 통화한 직후 김 전 차관 출국금지를 위한 구체적 절차가 진행됐다. 해당 통화는 이 비서관→차 본부장, 이 비서관→이 검사, 이 검사→차 본부장 순으로 이뤄졌다.

이 비서관은 먼저 차 본부장에게 전화를 걸어 “이 검사가 출금과 관련해 연락이 갈 것”이라고 했다. 이 비서관은 이어 이 검사와 통화하며 “김 전 차관을 출국금지해야 한다. 이미 대검, 법무부와 이야기가 됐다. 차 본부장에게 연락해보라”는 취지로 말했다. 이에 이 검사는 곧바로 차 본부장에게 연락해 출금에 필요한 행정 절차 등을 논의한 뒤 법무부에 출금요청서를 보냈다.

차 본부장과 이 검사의 공소장에는 이 비서관의 이름이 수차례 등장한다. 다만 이 비서관이 김 전 차관 출국 정보를 알게 된 경위와 법무부, 대검 간부 등과 논의한 세부 내용 등은 빠져 있다. 검찰은 이 비서관을 조만간 불러 출금 과정에 관여한 경위를 규명할 방침이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김도읍 의원 등은 1일 기소된 차 본부장과 이 검사에 대한 공소장을 공개해 달라고 법무부에 요청했지만 법무부는 12일 “현재 진행 중인 공범 등 관련자 수사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며 공개를 거부했다.

유원모 onemore@donga.com·고도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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