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나는 모른다/김상연 논설위원

김상연 2021. 4. 14. 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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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는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는 것이 아는 것이다"라는 공자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모르는 것은 모르는 것이지 그것이 어떻게 아는 것이란 말인가.

묘하게 동시대 서양의 소크라테스도 "나는 내가 모른다는 것을 안다"고 말한 것을 보면 뭔가 심오한 뜻이 있을 법 했지만 도무지 해독할 수 없었다.

그런데 이렇게 남 얘기하듯 떠드는 나도 혹시 모르는 것을 안다고 착각하며 사는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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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는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는 것이 아는 것이다”라는 공자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모르는 것은 모르는 것이지 그것이 어떻게 아는 것이란 말인가. 말장난 아닌가. 묘하게 동시대 서양의 소크라테스도 “나는 내가 모른다는 것을 안다”고 말한 것을 보면 뭔가 심오한 뜻이 있을 법 했지만 도무지 해독할 수 없었다. 그런데 사회에 나와 온갖 인간군상을 접하면서 비로소 공자의 말을 깨닫게 됐다. 세상에는 자신이 모른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 즉 모르는데 안다고 착각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이다. 공자와 소크라테스가 그런 사람들을 보고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았으면 그런 자기비하적 역설을 폈을까라는 생각마저 든다.

자신이 모른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위험하다. 모른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다른 사람의 능력을 빌려야 하기 때문에 겸손하다. 반면 모른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스스로 유능하다는 착각에 이상한 판단을 자신 있게 내리기 십상이다. 그렇다고 이것을 교정하기도 힘들다. 모른다는 것을 모르니 고쳐야 한다는 생각 자체가 들 수 없는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남 얘기하듯 떠드는 나도 혹시 모르는 것을 안다고 착각하며 사는 건 아닐까. 식은땀이 난다.

carlo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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