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념보다는 실리..MZ 세대, 현대적 의미의 '개인'이 탄생했다

오연서 2021. 4. 14. 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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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적 의미의 '개인'들이 처음 탄생했다."

이은형 국민대 교수(경영학)는 "엠제트 세대에게는 나에게 손해를 끼치는 일이 곧 불공정"이라며"예를 들어, 입시에서 내가 한 문제 틀려서 대학이 달라질 수 있는데 여기에 무슨 '엄마찬스' '아빠찬스'가 끼어들면 완전히 분노할 수밖에 없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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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분석한 정치 의식
조직·이념에서 자유로워
실리 따라 유연하게 이동
2030 MZ 세대는 지난 4·7 재보선에서 조직과 이념으로부터 자유롭게 이슈에 따른 유불리를 따지며 실리 투표를 한 것으로 분석됐다. 연합뉴스

“현대적 의미의 ‘개인’들이 처음 탄생했다.”

양승훈 경남대 교수(사회학)는 엠제트(MZ) 세대를 이렇게 정의했다. 1980년대 초~2000년대 초반 태어난 이들을 이전 세대와 구분짓는 가장 중요한 특징은 조직과 이념으로부터 자유롭다는 것이다. 양 교수는 “과거에는 한국적 조직문화나 질서를 싫어는 해도 적응할 수 있는 존재라면, 지금 세대는 하기 싫은 건 안 한다는 의식이 강하다. 괴로운 조직에 가서 괴롭게 일할 생각은 없다”고 설명했다. 조직에 대한 소속감보다는 개인의 정체성을 중요시한다. 이념보다는 나에게 얼마나 큰 손해 또는 이익을 주느냐에 대한 계산으로 정치적 입장을 정한다. 이런 ‘유연한’ 정치 감각으로 젊은 유권자들은 이슈에 민감하게 움직인다. 이전에 민주당을 찍었다고 하더라도, 상황이 달라지면 이번 선거에선 국민의힘에 표를 던지는 데 별다른 거리낌이 없다. 여야 정치인 모두에게 엠제트 세대가 민심 변화의 선행지표가 되는 이유다.

‘디지털 네이티브’로 불리는 이들은 정치 관련 정보를 얻는 경로도 이전 세대와 다르다. 온라인 뉴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유튜브 등을 통해 쏟아지는 뉴스·정보에 민감하다. 비대면으로 소통이 가능한 디지털 세상에서 웹 기반의 커뮤니티 활동에도 적극적이다. 양 교수는 “엠제트 세대는 나와 취향이 맞는 웹 커뮤니티, 팔로우하는 트위터 계정 등으로부터 영향을 받는다”며 “자기가 노는 커뮤니티에서 나온 의견이 참조자료 수준이 아니라 자신의 정체성이 된다. 한 커뮤니티에서 어떤 이슈가 올라오고, 한쪽의 의견이 반복해서 나오면 중간에 그걸 끊기가 어렵다. 알고리즘을 통해 계속 재생산 된다”고 말했다. 이념보다는 이슈에 따른 커뮤니티의 반응이 엠제트 세대의 정체성을 결정 짓는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조국 사태, 인국공(인천국제공항) 사태 등 일련의 공정 이슈에 대한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의 격분이 곧 엠제트 세대의 정치의식을 결정지었다고 분석했다. 이은형 국민대 교수(경영학)는 “엠제트 세대에게는 나에게 손해를 끼치는 일이 곧 불공정”이라며“예를 들어, 입시에서 내가 한 문제 틀려서 대학이 달라질 수 있는데 여기에 무슨 ‘엄마찬스’ ‘아빠찬스’가 끼어들면 완전히 분노할 수밖에 없다”고 짚었다. 이 교수는 “반면 이런 세대에게 검찰개혁 같은 이슈는 성층권에서 이뤄지는 논의처럼 멀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이번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구조사에서 20대 남성이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에게 압도적 지지를 보내고, 여성은 15%라는 적지 않은 비율이 페미니즘을 표방하는 소수 정당에 투표한 것에 대해 전문가들은 ‘진보-보수’의 구분이 아니라 ‘실리’에 따른 결정이라고 분석한다.

이은형 교수는 “‘나’를 중심으로 세상을 보는 엠제트세대에게 ‘국가’는 지켜야 할 대상도, 내가 군대에 간다고 해서 지켜지는 대상도 아니다”라며 “군 복무기간을 단지 ‘잃어버린 시간’이라고 보는 남성들은 여성 채용 우대 제도 등 성평등 정책 등을 얘기하는 정당에 반감을 갖게 된다”고 말했다.

반면 젊은 여성의 경우 내 삶에 가장 직결되는 이슈는 ‘안전한 사회’다. ‘강남역 살인사건’ 같은 강력범죄, 디지털 성범죄에 언제든 타겟이 될 수 있다는 데 두려움이 있고, 이를 행동으로 표현한다”고 말했다.

엠제트 세대가 전반적으로 조국사태, 인국공(인천국제공항) 사태, 엘에이치(LH) 투기 의혹 사태 등 입시·취업과 직결된 최근의 불공정 이슈에 똑같이 분노했지만, 남성은 현 정권 심판으로, 여성은 기성 정치 전반에 대한 분노로 선택이 갈렸다는 것이다.

오연서 기자 lovelett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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