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금융지주의 인뱅 반격..은행연합회장 총대 멨다
김 회장 금융권 니즈 파악하자 적극 움직여
금융당국 내부에서도 카뱅의 독점 목소리
일부서 "제살깎아 먹기식 과잉 경쟁 우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금융지주는 이르면 이달 내 은행연합회를 통해 인터넷은행 설립을 원한다는 의견을 금융위원회에 전달할 계획이다. 이들은 은행연합회가 실시한 수요조사에서 “금융당국이 인허가를 내준다면 긍정적으로 설립을 검토하겠다”는 의견을 냈다. 금융지주가 100% 지분을 가진 자회사 방식의 인터넷은행 설립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KB나 우리금융 지주 등은 산하 은행을 통해 인터넷은행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나 재무적 투자자로 역할은 제한적이다. 금융당국은 오는 7월 은행 경쟁도 평가결과를 바탕으로 설립 허용 문제를 살펴볼 방침이다.
그동안 금융지주 내부에서는 전략 부서를 중심으로 독자적인 인뱅을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비대면 금융위주로 시장이 급격하게 변화하는 과정에서 은행 앱을 통한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점포 없이 운영하는 인터넷은행과 비용 측면에서도 불리하고 빡빡한 규제나 내부 조직논리를 앞세우는 특성상 경쟁력을 발휘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인뱅 면허(라이센스)를 확보하면 오프라인 은행 중심의 금융지주로서는 전략적 융통성을 발휘할 수 있는 측면도 크다.
특히 코로나 비대면 금융으로 전환이 더 빨라지면서 더 늦출 수 없다는 생각이 강해졌다. 작년 18개 국내은행·우체국의 인터넷뱅킹(모바일뱅킹 포함) 자금이체·대출신청 금액은 1일 평균 58조6579억원으로 2019년보다 20.6%나 뛰었다.
하지만 인·허가권을 쥔 금융당국 설득이 쉽지 않은 일이다. 정부가 나서 핀테크를 육성해왔고 덩치 큰 은행이 이제 막 태동한 인뱅을 견제하려는 것 아니냐는 오해를 받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금융관료 출신이기도 한 그는 금융권의 요구에 부정적이었던 당국을 설득하는데도 적극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금융지주와 은행권이 올 초 인뱅을 설립하고 싶다는 의견을 타진했을 때, 금융당국에서 만족스러운 대답을 듣지 못했다. 하지만 김 회장 등이 소비자 편익과 빅테크의 영향력을 고려하면 소비자 선택권을 확대해야 한다며 설득하자 분위기가 달라진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 입장에서도 금융지주의 인터넷은행 진출을 검토해보는 게 나쁘지 않은 카드다. 지금까지 IT 기반의 인터넷은행에 힘을 실어줬던 금융당국 내부에서는 인터넷은행 시장의 쏠림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꾸준히 흘러나왔다. 실제 카카오뱅크의 3월 말 기준 수신 잔액(약 25조4000억원)은 전북은행은 물론 광주은행의 덩치를 제쳤다. 전자금융거래법 등이 국회를 통과하면 카카오나 네이버 같은 빅테크의 공세는 더 강화할 전망이다.
경쟁자를 통해 카뱅 등의 독주를 막으면서 금융지주를 지렛대 삼으면 중금리 대출 확대 같은 정책 목표를 추진하는 데 도움이 된다. ‘기울어진 운동장’론을 내세우며 반발했던 금융지주를 다독일 수도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당국의 눈치를 보는 금융지주나 은행권이 당국과 사전 교감없이 이렇게 적극적으로 움직이겠느냐”며 “기막힌 타이밍”이라고 했다.
하지만 인뱅 설립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국내 인터넷은행 시장 규모를 고려하면 제살깎기 경쟁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지주 내부에 인터넷은행 자회사가 설립되면 다른 인터넷은행은 물론 계열 은행과도 경쟁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마저 나온다.
아울러 케이뱅크가 증자를 받은 뒤 이제 겨우 정상화한데다 제3인터넷은행인 토스뱅크가 출범조차 안 된 상황에서 금융지주 계열 인터넷은행이 뛰어들면 기존 인터넷은행에 직격탄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LCC(저가항공사)가 돈이 된다고 대형 항공사를 포함해 너도나도 뛰어들며 과잉경쟁이 벌어지며 시장이 망가졌다”며 “당국이 경쟁을 통한 편익 외에도 여러가지를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장순원 (crew@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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