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나홀로 행보 속 野정계개편 '지지부진'
윤석열, 노동전문가 만나..금태섭, 창당 카드 제시
"정계개편 불가피..몸값 높이는 전략 구사"
"김종인 도와야 윤 전 총장 야권 중심에 서"
[이데일리 박태진 기자] 4·7 재보궐선거 후 한층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됐던 야권발 정계개편이 지지부진하다. 제1야당인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의 합당이 진통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차기 대권주자로 꼽히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독자적으로 대선행보에 나섰다. 금태섭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창당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야권 대통합이 정권교체의 필수조건이라는 점에는 모두 공감하지만 정당별, 인물별 셈법이 제 각각이라 이해관계별로 눈치작전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국민의힘 vs 국민의당, 통합 신경전 지속…금태섭도 독자행보
13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은 합당 문제를 놓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국민의힘은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통합 전당대회를 치를지 여부에 대해 국민의당에 답변을 달라고 요청했고, 국민의당은 내부 의견을 수렴 후 전달하겠다며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주호영 국민의힘 당 대표 권한대행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제가 파악하기로는 국민의당이 시도당부터 의견 수렴하는 절차를 거치고 있고 다음 주 중에는 결론 낼 수 있다고 간접적으로 들었다”면서 “그래서 공식라인 통해서 국민의당 시간 계획표를 알아보려고 하고 있다. 안철수 대표가 국민의힘은 의사가 정리됐냐고 반문하셨기 때문에 저희는 이번 주 금요일(16일) 예정된 의원총회에서 합당문제에 대한 의원들 의견을 정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전날(12일) “오늘부터 시도당부터 시작해 당원들의 의사를 묻는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 금태섭 전 의원도 독자 행보를 걸을 것으로 보인다. 그는 12일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윤 전 총장 같은 분도 정치할 수 있는 틀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라며 창당에 나설 것을 시사했다.
이런 상황에서 정계 개편의 주요 인물로 꼽히는 윤 전 총장은 최근 노동전문가와 만나 청년 일자리 문제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계 등에 따르면 윤 전 총장은 지난 11일 오후 서울 종로의 한 음식점에서 정규직과 비정규직, 대기업과 중소기업 등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문제를 연구하는 정승국 중앙승가대 사회복지학과 교수와 만나 양극화 문제 등에 관해 대화를 나눴다.
윤석열 차기 1위 질주…김종인과 협력 여부 관심
윤 전 총장은 차기 대권 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론조사 기관 리얼미터가 JTBC의 의뢰로 지난 10일과 11일 전국 남녀 1016명을 대상으로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를 물은 결과, 응답자의 36.3%가 윤 전 총장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23.5%,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2.3%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3.1%포인트, 응답률은 4.0%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전문가들은 더디게 진행되고 있지만 정계 개편은 불가피하다는 데 무게를 뒀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국민의당 입장에서는 서울시 공동운영, 지역위원장 확보, 당직자 고용 승계 등을 확실하게 매듭짓고 합당하자고 주장하고, 국민의힘은 어차피 통합하자고 했으니 통합하면 되는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개편이 늦어지고 있다”며 “선거전에는 서로의 지지층 표심을 얻기 위해 통합하겠다고 했지만, 선거가 끝나고 상황이 달라지자 서로가 셈법을 통해 몸값을 높이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합당이 이뤄지지 않을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정계 개편은 선거에서 패배했을 때 활발히 이뤄지지만, 지금 야권은 승리했기 때문에 국민의힘에서 덜 아쉬운 것이고, 안 대표는 합당 추진까지는 노력할 것”이라며 “환경상 그 어느 때보다 합당 가능성이 높은 편이지만, 실제로 통합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라고 분석했다.
또 윤 총장이 야권 대권 주자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킹메이커’ 역할을 하는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등 비중 있는 인물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윤 전 총장이 지지율이 높아 김 전 위원장과 손을 잡으면 무게감이 더해지겠지만, 그렇지 않고 제3지대에서 세력만 형성한다면 야권에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을 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으로 본다”고 평가했다.
박태진 (tjpark@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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