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오염수 방류에 발끈했지만 '저지 묘안' 없는 정부
정부는 13일 일본의 후쿠시마 제1 원자력발전소 오염수 해양 방류 결정에 "최인접국인 한국과의 충분한 협의·양해 없이 이뤄진 일방적 조치"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긴급차관회의와 주한 일본대사 초치 등으로 정부 차원의 항의하는 제스처를 보였지만 결정을 철회시키거나 방류를 저지할 현실적 대안은 마땅치 않다. 정부 당국자가 "실질적으로 한계가 있다"며 어려움을 토로하는 배경이다.
정부, 日 "강한 유감"표명은 했지만...
정부는 이날 오전 일본 각의(국무회의) 결정 직후 국무조정실과 외교부, 해양수산부, 원자력안전위원회 등이 참여한 긴급 차관회의를 소집하고 대책을 논의했다. 구윤철 국무조정실장은 회의 후 브리핑에서 "일본의 결정에 강한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이어 "일본의 결정은 주변국가의 안전과 해양 환경에 위험을 초래할 뿐 아니라 특히 최인접국인 우리나라와 충분한 협의 없이 이뤄진 일방적 조치"라며 "우리 국민 건강에 위해를 끼치는 어떤 조치도 용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최종문 외교부 2차관도 아이보시 고이치(相星孝一) 주한 일본대사를 외교부로 불러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의 해양 방류 결정에 대해 강력히 항의했다. 최 차관은 △투명한 정보 제공 △국제사회가 수용할 수 있는 관련 환경 기준 준수 △국제사회의 참여를 통한 객관적 검증 필요성을 강조하는 정부 입장을 담은 구술서를 전달했다. 아이보시 대사는 일본 정부가 해양 방류를 선택한 이유 등을 설명하고 한국 등 주변 환경에 영향이 없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지난 2월 부임한 아이보시 대사가 외교부에 초치된 것은 처음이다.
"방류 결정 철회 현실화는 한계"
정부의 향후 대응 조치는 크게 세 가지다. ①오염수 처리 과정 전반에 대한 투명한 정보 공개와 검증 요구 ②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대한 객관적인 안전성 검증 요구 ③수입식품 방사능 검사 강화 및 일본산 수산물 수입금지 조치 확대 검토 등이다. 이를 통해 오염수 방류 과정과 검증의 투명성을 제고하고 일본산 수산물 수입 기준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일본의 오염수 방류를 기정사실화한 조치들이다.
정부 대응이 '방류 저지'가 아닌 '소통'과 '검증 강화'에 초점을 맞춘 것은 일본 측이 결정한 이상 이를 저지하거나 되돌릴 수 없는 방안이 없다는 판단에서다. 공해상 방류라면 국제 해양법 위반에 해당하지만, 내해에 방류하는 것은 주권국가의 권한에 속한다. 외교부 당국자는 "(일본) 내해에 방류하는 것이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우리가 저지하거나 철회 요구를 현실화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했다.
정부가 이날 일본 측에 '일방적 결정'을 비판한 것은 결정 과정에서 양국 간 소통이 부족한 측면이 크다. 일본 측은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 결정을 내릴 것이라는 사실을 '아주 최근' 통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사실상 日 지지... 외교적 압박도 난망
주변국과의 연대로 일본을 압박하는 것도 쉽지 않다.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12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일본의 방류 결정은) 국제 안전 기준에 따른 것"이라며 사실상 지지 입장을 밝혔다. 과거사 문제 등으로 한일관계를 관리해야 할 필요성이 큰 정부 입장에선 대대적인 일본 압박에 나서기 어려운 상황이다.
정치권 등에서는 국제사법재판소(ICJ)나 국제해양법재판소(ITLOS) 제소 등의 방안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IAEA는 지난해 4월 일본이 제안한 원전 오염수 처리 방안보고서에 대해 "해양 방류는 기술적 관점에서 볼 때 관행에 부합한다"고 밝혔다. 원전 이용의 안전을 책임지는 국제기구가 유권해석을 내린 상황에서 법적 대응이 쉽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정부는 IAEA 검증단에 한국 전문가를 파견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일본에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지정하는 원전 전문가를 검증단에 포함시켜달라고 요청했다. 일본은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지만, 검증 주체인 IAEA가 수용할지는 별개의 문제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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