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수급 걱정 말라? "전략 차질 인정하고 K방역 되살려내자"

임소형 2021. 4. 14.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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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덕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차장(보건복지부 장관)이 12일 오후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노바백스 코로나19 백신 공급 일정을 포함한 코로나19 대응 특별방역점검회의 내용에 대해 비대면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우리나라 주력 코로나19 백신,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은 혈전 논란 끝에 30세 이상에게만 접종한다. 노바백스 백신 도입은 늦춰졌다. 해외에서 효과를 발휘하고 있는 화이자 백신은 소량만 들어오고 있다. 그런데도 문재인 대통령은 전날 코로나19 대응 특별방역 점검회의에 참석해 “세계적인 백신 생산 부족에도 우리나라는 다방면의 대비책으로 불확실성을 낮추고 있다”고 자찬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그간 성공적이라 평가받았던 ‘K방역’의 근간인 사회적 거리 두기의 효과는 예전 같지 않다. 정부 스스로도 방역 피로감을 이유로 단계 상향 조정을 망설일 정도다.

13일 전문가들은 "이제 정부도 방역 정책에 차질이 생겼음을 인정하고 솔직하게 국민들에게 협조를 구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백신 수급 문제 때문에 방역 의존도가 더 높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니, 무조건 괜찮다고만 할 게 아니라 조금 더 고생하자고 국민들에게 설명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①백신 수급 불확실은 현실…‘11월 집단면역’에 얽매이지 말라

코로나19 백신 얘기만 나오면 정부는 "7,900만 명분 확보"를 내세운다. 걱정 말라는 것이다. 노바백스 백신만 해도 2분기부터 2,000만 명분이 차례로 들어온다고 했으나, 일러야 6월에나 생산이 시작된다. 정부의 백신도입 태스크포스(TF) 관계자는 이날도 여전히 “애초부터 '빠르면' 2분기부터 순차 도입 예정이었고, 여러 조건이 충족되면 3분기 1,000만 명 접종이 가능하다"고만 했다. 공급 차질 자체를 인정하지 않았다. 얀센과 모더나 등 다른 백신 공급 일정도 여전히 안갯속이다.

이는 정부 탓만 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장덕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백신 수급 문제는 어느 나라 정부도 정확히 모르는, 정말 불확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자꾸 자신 있다고만 말한다는 점이다. 심지어 11월 집단면역 달성이라는 목표를 앞당기겠다는 말까지 내놓는다. 최원석 고려대 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지금 상황으로 보면 11월 집단면역은 여러 모로 쉽지 않다”며 “집단면역 시기를 늦출 순 없지만 굳이 얽매여야 하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현실을 감안한 변화가 있을 수 있음을 미리 설명해둬야 한다는 의미다.


②이상반응 이유 더 명확히…차라리 백신 선택권 검토를

국내에서 코로나19 백신을 맞고 숨진 사례는 지난 12일까지 총 47건이었고, 그중 피해조사반 심의가 이뤄진 건 32건이다. 이 가운데 백신과의 인과성이 인정된 사례는 없었다. 같은 기간 발생한 중증 이상반응 의심 사례 41건 중 심의가 완료된 17건에선 2건만 인과성을 인정받았다.

문제는 백신과의 인과성이 없다는 설명에만 그친다는 점이다. 그러면 당연히 왜 사망했느냐, 왜 중증 이상반응이 발생했느냐는 질문이 나올 수밖에 없다. 기저질환 때문이라면 구체적으로 어떤 병이 무슨 문제를 일으켰는지 알아야 불안감이 줄어들 텐데, 방역당국은 개인정보를 이유로 밝힐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한다. 부작용이 아무리 드물다 해도 맞는 사람 입장에선 10만 명, 100만 명당 1명이 자신일 수 있다는 불안감을 떨치기 어렵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접종에 따른 개인의 위험도는 중요한 문제인 만큼 백신 종류와 접종 시기 선택권을 부여하는 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구체적으로, 이상반응은 있어도 빨리 맞을 수 있는 AZ 백신과 이상반응이 적지만 접종 순서는 하반기로 밀리는 다른 백신 중 선택하게 하는 방안이다.


③K방역 위기…한계 다다른 거리 두기 체계, 지금이라도 바꿔야

요양병원의 고령층 같은 고위험군의 코로나19 감염은 줄었지만, 직장과 학교 등에서 일상 감염이 늘며 오히려 3차보다 더 큰 규모가 될지도 모를 4차 유행 문턱에 와 있다. 이동량마저 꾸준히 느는 추세다. K방역은 위기를 맞았다. 김윤 서울대 의대 의료관리학교실 교수는 “비용 대비 효과가 떨어지는 현행 거리 두기 시스템을 바꾸지 않고는 돌파구가 없다”며 “지금이라도 거리 두기 개편안을 도입하는 게 낫다”고 강조했다.

현행 거리 두기 체계의 한계는 정부 스스로 자초한 면이 크다. 피해 업종 보상이 늦어지며 형평성 문제를 키웠고, 단계 기준을 지키지 않아 무용론을 불러왔다. 장덕진 교수는 “정부에 대한 신뢰가 떨어진 상황에서 믿고 따라달라는 요청만으론 국민을 설득할 수 없을 것”이라며 “준수하면 명확히 이득을 얻는 선별적 방역수칙을 만들어 한 사람 한 사람이 잘 지킬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소형 기자 precar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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