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지 몰린 캐머런 前영국총리

파리/손진석 특파원 2021. 4. 14. 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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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리 사임한뒤 기업 로비스트 활동
장관에 특혜 압박… 정부 조사나서
데이비드 캐머런 전 영국 총리의 최근 모습/로이터 연합뉴스

2010년부터 6년간 영국 총리를 지낸 데이비드 캐머런이 기업 로비스트로 활동하다 정부 조사를 받는 처지가 됐다. 캐머런은 2016년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국민투표가 가결돼 혼란이 벌어지자 총리에서 물러났다.

12일(현지 시각) BBC에 따르면, 영국 총리실은 나이절 보드맨이라는 변호사에게 캐머런의 로비 의혹에 대한 독립적인 조사 권한을 부여했다. 보드맨은 일종의 ‘특별 검사’ 자격으로 6월까지 조사 결과를 정부에 보고할 예정이다.

캐머런은 2018년 8월부터 그린실캐피털이라는 회사의 고문으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이 회사는 캐머런이 총리 시절 보좌관이었던 렉스 그린실이라는 사람이 2011년 설립한 신생 금융회사로 근년에 경영난에 빠졌다. 지난해 캐머런은 리시 수낙 재무장관에게 여러 차례 문자 메시지를 보냈는데, 코로나 피해 기업 지원 대상에 그린실캐피털을 포함시켜 달라는 요구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보수당 선배인 캐머런이 열네 살 어린 수낙에게 ‘전관’으로서 비공개 압력을 넣은 것이다. 그린실캐피털은 그러나 코로나 지원 대상 기업에 포함되지 않았고, 지난달 파산 신청을 했다.

캐머런은 2019년 10월 렉스 그린실과 매트 행콕 보건부 장관이 술자리를 갖도록 주선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그린실캐피털이 개발한 급여 지급용 어플리케이션을 NHS(국민건강서비스)가 도입하도록 로비하기 위해서였다고 영국 언론들은 보도했다.

캐머런은 2010년 만 43세로 총리가 됐을 때 전 세계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198년만의 최연소 영국 총리라는 점이 부각됐다. 하지만 동유럽 등에서 이민자들이 몰려드는 바람에 비등해진 영국인들의 불만을 달래기 위해 2016년 브렉시트 여부를 국민투표에 부친 것이 결정적인 악수가 됐다.

캐머런은 부결될 것으로 보고 국민투표 카드를 꺼냈지만 예상 밖으로 찬성이 절반을 넘어 가결됐다. 큰 혼란이 벌어지자 캐머런은 투표 한 달 만에 총리직에서 사임했고 그해 의원직마저 던져 정계에서 은퇴했다.

그는 부유한 주식 중개인의 아들로 태어나 명문 사립 이튼스쿨을 거쳐 옥스퍼드대를 나왔다. ‘금수저’로 살면서 어린 나이에 출세 가도를 달린 탓에 평범한 영국인의 생각을 읽어내지 못했고, 그에 따라 브렉시트 투표와 관련해 오판하는 바람에 나라를 혼란에 빠뜨렸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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