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허·헬멧 없이 킥보드 타면.. 한달후엔 범칙금 12만원
국회, 5개월만에 또 법 뜯어고쳐 각종 규정 오락가락해 혼란 가중
정부는 제대로 홍보·계도 안해
13일 낮 12시 20분,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사거리. 남성 A(23)씨가 인도(人道)에서 보행자를 이리저리 피하며 전동킥보드를 타고 있었다. A씨가 보행자를 피해 속도를 높이려는 순간, 정차한 마을버스에서 승객 2명이 인도로 내려섰다. A씨는 급히 킥보드를 멈췄다. 헬멧도 쓰지 않고, 운전면허도 없는 상태였다. 만약 한 달 뒤, A씨가 똑같은 모습으로 전동킥보드를 타다가 경찰을 만난다면 인도주행 위반(3만원)에 헬멧 미착용(2만원), 무면허 운전(10만원)까지 총 15만원의 범칙금을 물어야한다. 다음 달 13일부터 전동킥보드 관련 처벌이 강화된 개정 도로교통법이 시행되기 때문이다. A씨는 “인도로 달리면 안 된다는 것은 알았지만 헬멧에 면허까지 필요하단 사실은 몰랐다”며 “면허가 없어도 된다고 해서 1월에 중고 킥보드를 샀는데 계속 타려면 면허를 따야 하느냐”고 기자에게 물었다.
한 달 뒤, 개정 도로교통법 시행을 앞두고 시민들의 혼란이 커지고 있다. 전동킥보드 운전 연령과 면허 소지 여부, 헬멧·인도 주행 등 여러 규정이 수시로 오락가락해 제대로 된 규정을 모르는 시민이 많기 때문이다. 다음 달 시행되는 법도, 작년 12월 국회가 ‘전동킥보드를 자전거처럼 활성화하겠다’며 새 법을 만든 지 5개월 만에 ‘안전이 우려된다’며 다시 뜯어고친 것이다.
이날 서울 홍대입구, 신촌, 강남 등에서 만난 전동킥보드 이용자들은 “정확한 전동킥보드 규정이 무엇인지 모른다”고 입을 모았다.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정문 앞에서 전동킥보드를 타던 대학원생 정지형(28)씨는 “2년간 킥보드를 타고 통학했는데, 다음 달 법이 또 바뀐다는 사실은 몰랐다”며 “오토바이 헬멧 미착용도 잘 단속하지 않는 것 같던데, 법이 바뀌더라도 헬멧을 갖고 다닐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공유킥보드가 서울에만 5만여대, 전국적으로는 7만~8만대 있는 것으로 보고있다. 많은 이용자들이 규정을 모르는 것은 정부가 제대로 단속·계도 활동을 하지 않은 탓이란 지적도 나온다. 현행 도로교통법 역시, 법이 바뀌고 채 시행도 되기 전부터 안전 우려로 재(再)개정 법안이 나오는 등 ‘5개월짜리 시한부’ 법안이었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경찰 입장에선 어차피 바뀔 규정을 홍보하는데 소극적이었을 것”이라며 “그러다보니 일반 시민 입장에선 법이 바뀌었는지, 그 법이 또 다시 바뀌는지 알기 힘들 수밖에 없다”고 했다.
경찰청은 다음 달부터 처벌을 대폭 강화한다. 현재는 운전 면허가 없어도 킥보드 탑승이 가능하지만, 다음 달부터는 ‘원동기 이상 면허’가 필요하다. 무면허 운전 시 10만원의 범칙금을 매긴다. 아이가 무면허로 탑승하면 부모에게 대신 과태료를 부과한다. 헬멧 미착용에는 범칙금 2만원, 2인 이상 탑승 시 범칙금 4만원이다.
일각에선 새 법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헬멧 착용 의무화’가 대표적이다. 지난 2018년 자전거의 헬멧 착용이 의무화됐을 당시에도, 서울시는 공용자전거 ‘따릉이’ 대여소에 대여용 헬멧을 비치했지만 97%가 ‘위생 문제’ ‘헤어스타일이 망가져서’ 등의 이유로 헬멧을 쓰지 않았다. 헬멧을 훔쳐가는 사람도 많았다. 결국 해당 규정은 사문화됐다. 전동킥보드 역시 이런 전철(前轍)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서울 강남구 선릉역 앞에서 만난 직장인 한용운(31)씨는 “여론에 따라 규제와 정책이 손바닥 뒤집듯 바뀐다”며 “편하게 출퇴근하려고 킥보드를 타는데 헬멧 안 쓴다고 벌금 매기면 차라리 킥보드를 타지 않는 게 나을 것 같다”고 했다.
경찰은 다음 달 새 전동킥보드법 시행을 앞두고 홍보·계도 활동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이번 주 내로 국토교통부, 행정안전부 등 관련 부처가 모여 홍보·계도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라며 “개정안이 시행되면 각 시·도 경찰청 단위로 단속 활동도 적극적으로 해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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