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대체 백신 없어.. 1600만명 접종 스케줄 다 꼬일판
우리나라에 들어왔거나 들어올 예정인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은 유럽에서 혈전 문제가 불거졌다. 접종 후 ‘드문 혈전’ 사례가 나와 독일·프랑스 등 유럽 각국과 다른 대륙 국가들이 잇따라 55~60세 이상만 이 백신을 접종하도록 했다. 우리나라는 상반기 접종하는 백신의 대부분이 AZ이고 다른 백신은 대안이 없어 영국처럼 30세 미만에 대해서만 접종을 제한했다. 그러나 갈수록 AZ 백신에 대한 국민 불신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13일 얀센 백신도 혈전 문제가 터졌다. 이번엔 유럽이 아닌 미국이다. 미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엄밀하게 백신 심사를 하는 곳이다. 그런 미국 보건 당국이 얀센 백신에 대해 일시 접종 중단을 권고한 것이다. 우리나라는 총 600만명분을 도입하기로 계획했다. 부산광역시 인구의 2배가 접종받을 수 있는 물량이다. 본격 도입이 올 3분기부터인데 이 백신을 사용하지 못하게 될 처지에 놓였다. 정부가 그동안 ’11월 집단면역 형성'을 말해왔는데, AZ에 이어 얀센발(發) 2차 비상이 걸린 것이다.
◇AZ·얀센 불신 더 커질 듯
AZ와 얀센은 모두 아데노바이러스 기반 백신이다. 아데노바이러스를 코로나 항원 전달체로 쓴다. 그런데 혈전 문제는 공교롭게도 모두 아데노바이러스 기반 백신인 AZ·얀센에서 발생한 상태다. 게다가 이 백신들의 혈전은 젊은 층, 특히 여성에게 많이 발생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사망자도 여성이 대부분이다. 젊은 층과 여성들로선 백신 공포가 생길 수밖에 없다.
이미 우리나라는 AZ 백신 혈전 문제로 1차 진통을 겪었다. 유럽의약품청(EMA)과 세계보건기구(WHO), AZ 백신의 모국(母國)인 영국이 “그래도 접종하는 게 안 하는 것보다 이익이 크다”고 권고했지만, 유럽 주요 국가들은 이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고 55세나 60세 이상만 AZ 백신을 접종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유럽 국가보다 사정이 더 다급한 것은 우리나라다. 유럽 국가들처럼 고령층에 대한 AZ 백신 접종을 중단할 경우 상반기 접종할 백신 물량이 크게 부족해진다. 그렇다고 ‘11월 집단면역’을 누누이 강조해온 정부로서는 목표를 수정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이에 정부는 ‘8주→10주→12주’로 AZ 백신 접종 간격을 늘리는 방식으로 상반기 AZ 백신 1차 접종자 수를 800여만명으로 확 늘렸다. 2분기 접종 계획만 한 달 새 5차례 수정하면서 영국처럼 30세 미만에 대해서만 접종 중단 결정을 했다. 그러면서도 AZ 백신을 이미 1회 접종받은 30세 미만에 대해서는 2회에도 AZ 백신을 맞으라는 모순된 권고를 했다. 백신 물량이 부족하기 때문에 나온 어쩔 수 없는 고육책이라는 평가도 있지만 이미 AZ 백신을 1회 접종받은 사람들 사이에선 불만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올 상반기 중 AZ 백신 2차 접종을 받는 대상자는 약 96만명이다.
미 정부의 얀센 백신 접종 잠정 중단 결정으로 우리 정부의 접종 계획은 또 한 번 벽에 부닥친 상황이다. AZ 백신처럼 얀센 백신에 대한 국민 기피 현상도 본격적으로 불거질 가능성이 있다. 미 정부가 전 연령층에 대한 얀센 백신 중단 결정을 내린 만큼 우리 정부가 AZ 백신처럼 30세 미만만 얀센 백신 접종을 제한할 가능성도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올해 국내 들어올 예정인 AZ 백신은 총 1000만명분, 얀센 백신은 총 600만명분이다. 1600만명의 국민 접종 계획이 해외 혈전 발생 사례와 미국·유럽 각국 등의 접종 중단 결정으로 뒤틀리게 된 것이다.
◇노바백스도 해외 승인 상황 봐야
이런 상황에서 대체 백신을 구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정부가 올 하반기 도입 시기·물량이 확정됐다고 밝힌 백신은 노바백스 하나다. 정부는 12일 “3분기까지 노바백스 백신 2000만회분을 생산·공급할 예정”이라고 했다. 노바백스 백신은 3주 간격, 2회 접종으로 설계돼 있다. 감염병 전문가들 사이에선 노바백스가 전통적인 백신 제조 방식인 ‘단백질 합성 항원 백신’이라 안전성이 높을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다만 노바백스도 미국과 유럽의 승인 상황을 꼼꼼하게 살펴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직 노바백스를 승인한 곳은 전 세계적으로 없는 상태다.
결국 현재 시점에서 안전성이 검증된 것은 화이자와 모더나 두 백신이다. 하반기 국내 도입 예정인 화이자 백신 물량은 950만명분이다. 미 바이든 행정부는 올해 5월까지 자국 성인 전원 접종 계획을 공표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내 얀센 백신 접종이 중단되면 화이자에 대한 미국 내 수요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이는 국제적으로 화이자 백신 물량 부족으로 이어지게 된다. 950만명분이 올 하반기 국내 제대로 공급될지 장담하기 어려울 수도 있는 것이다. 올해 총 2000만명분을 받기로 계약한 모더나 백신은 국내 공급 일정이 정해지지 않았다. 정부가 여전히 협상에 난항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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