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참여 요청 없었다”는 핑계

김진명 워싱턴 특파원 2021. 4. 14.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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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왼쪽) 미국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의 스테이트 다이닝 롬에서 토니 블링컨(왼쪽에서 두 번째) 국무장관과 함께 화상으로 진행된 쿼드(Quad) 정상회의에 참여하고 있다. 스크린 왼쪽부터 오른쪽으로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 쿼드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결성된 미국, 일본, 인도, 호주 등 4개국 협의체다./AFP연합뉴스

미국·일본·호주·인도가 2019년 9월 뉴욕에 모여 4국 연합체 ‘쿼드(Quad)’의 첫 외교장관 회의를 연 지 1년 반이 지났다. 바이든 행정부 들어 첫 정상회의까지 열면서 쿼드는 역내 주요 연합체로 자리 잡고 있다. 중국을 바짝 긴장시킨 이 모임에 대해 그동안 우리 외교 당국은 무엇을 얼마나 진지하게 검토했을까. 알 길이 없다. “공식 참여 요청이 없었다”는 입장을 반복해 왔기 때문이다.

지난 1일(현지 시각) 바이든 행정부 고위 당국자는 언론 브리핑에서 “한국 친구들과 (쿼드에 대해) 매우 긴밀히 협의해 왔다”며 “더 긴밀한 협의나 참여를 언제든 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11일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지난 2일 열린 한·미·일 3국 회의에서 서훈 안보실장에게 쿼드 참가를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우리 정부는 요지부동, 공식 참여 요청은 없었다고 한다.

남들은 이런 상황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워싱턴DC의 한 전문가에게 “한국 정부는 계속 쿼드 참여 요청을 받은 적 없다고 하더라”고 물었다. 상대는 즉답 대신 ‘피식’ 웃었다. 이어진 말의 취지는 이랬다. “한국은 요청을 받지 않으면 아무것도 못 하는 나라인가? 참여 요청을 못 받았다면 그것도 문제 아닌가?” 어떻게 해야 ‘공식 요청’이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필요하면 오지 말래도 찾아가는 것이 외교인데 허망한 소리란 얘기였다.

그간 우리 고위 당국자들이 쿼드에 대해 언급한 것을 보면 “특정 국가를 배제”하는 “배타적 지역 조직”이란 부정적 인식이 많았다. 하지만 요즘 쿼드 4국은 오히려 대놓고 중국을 배척하거나 배타적인 인상을 주지 않으려 애쓰고 있다. 4국의 이해관계도 서로 다른 마당에 ‘코로나 백신 제공’ ‘안정적 공급망 구축’ ‘기후변화 대응’ 같은 분야에서 실무적 협력을 하면서 다른 나라들을 끌어안는 것이 낫다고 판단한 것이다.

지난 6일 서울에서 기자들과 만난 외교부 당국자는 “쿼드 국가들과 사안별 협력은 모색해 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쿼드 공식 참여 요청은 못 받았지만, 쿼드 실무 그룹과 사안별 협력은 할 수 있다는 얘기였다. 이게 진심이라면 왜 더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가.

지난 3일 중국에서 열린 한·중 외교회담 뒤 외교부 발표문에는 “(한국의) 신남방·북방과 (중국의) 일대일로 사업 간 연계 협력을 지속 모색해 나가기로 했다”는 대목이 있었다. 앞으로 한국이 미국 혹은 다른 쿼드 참여국과 회담을 할 때도 이처럼 “한국은 쿼드의 이런저런 사업과 연계 협력을 지속 모색하기로 했다”는 발표들이 나오길 기대한다. 동맹 미국이 그렇게 우려하는 일대일로와도 연계를 하는데 쿼드 실무 그룹과는 못 할 이유가 없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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