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나의 소설 같은 세상] [107] '꼰대 정치'가 답할 차례
“이제 나하고 형님은.” 그날 저녁 식사 후에 니콜라이가 서재에 앉아서 말했다. “시대에 뒤떨어진 사람들이 되었고 우리의 시대는 끝났어요. 어쩌겠어요? 바자로프가 옳을지도 몰라요. 그러나 솔직히 말하면 괴로워요. 이제야말로 아르카디와 친해져서 정답게 살 수 있으리라고 기대했는데 나는 뒤떨어져 있고 그 애는 앞으로 달아나버렸어요. 우린 서로를 이해할 수 없어요.”- 투르게네프 ‘아버지와 아들’ 중에서
러시아의 작가 투르게네프가 1862년에 발표한 ‘아버지와 아들’은 세대 갈등을 다룬 대표적인 소설이다. 대학을 졸업한 아르카디는 친구 바자로프와 함께 집으로 돌아온다. 급진적 진보주의자인 바자로프는 기존의 관습과 질서, 구시대의 유물을 모두 파괴해야 한다고 믿는다. 그런 세계관은 보수주의를 상징하는 아르카디의 아버지 니콜라이와 큰아버지 파벨과 사사건건 충돌한다.
모든 걸 다 안다는 듯 세상을 경멸하던 바자로프도 실은 좌충우돌하며 인생을 배워가는 청년이었다. 그는 사랑이란 감정마저 위선일 뿐이라고 냉소했지만 한 여인을 사랑하게 되면서 삶의 또 다른 진실을 경험한다. 실연의 아픔을 잊으려고 고향으로 돌아간 그는 군의관이던 아버지를 도와 환자를 돌보다 전염병에 걸려 죽음에 이른다.
젊은 세대는 진보·민주·정의·평등이라는 말에 늘 현혹된다. 저 강만 건너면 푸른 초원이 펼쳐질 거라 믿는다. 그들 눈에 기성세대는 답답하고 어리석고 무식하게만 보인다. 구세대에게도 신세대는 한없이 부족하고 불완전하게만 보이는 미완의 존재들이다. 하지만 보수라 불리는 어른들이 진심으로 바라는 것은 그들이 대대손손 건강하고 자유롭고 풍족하게 이 땅에서 오래오래 살아가는 것이다.
모처럼 선거에서 민주당이 참패했다. 정부 여당의 끝없는 실정과 비리가 촛불만 켜면 미래가 저절로 밝아진다고 믿었던 청춘들을 등 돌리게 했다. 하지만 젊다는 건 쉼 없이 변화한다는 것이다. 오늘의 선택이 내일 또 선택하겠다는 약속도 아니다. 이제 기성세대가 답할 차례다. 소신 있게 과감하게 그러나 정직하게, ‘꼰대’를 벗어난 어른들의 성숙한 변화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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