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우의 간신열전] [79] 임금에 아첨해 돈 탐하는 폐행

이한우 경제사회연구원 사회문화센터장 2021. 4. 14.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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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각종 역사서나 조선 세종 때 편찬한 ‘고려사’에는 ‘간신전’과는 별개로 ‘영행전(佞倖傳)’ 혹은 폐행전(嬖幸傳)이라는 항목을 두고 있다. 영행이나 폐행은 같은 말로 살살거리는 아첨으로 임금의 눈에 들어 돈을 탐하는 자들을 말한다. 그런 점에서 자리를 탐하는 간신과는 구별이 된다.

우리의 세종대왕에 비견될 만큼 훌륭한 군주였던 한나라 문제(文帝)도 등통(鄧通)이라는 사람을 사사로이 아껴 그를 큰 부자로 만들어 주었다. 등통은 문제에게 종기가 생기면 입으로 고름을 짜낼 정도였으니 눈 밝은 임금이라는 문제도 예뻐하지 않을 수 없었는지 모른다. 그러나 등통은 문제의 아들 경제(景帝)가 즉위하자 전재산을 몰수당하고 돈 한 푼 없이 남의 집에 빌붙어 살다가 죽었다.

혼미한 임금이 들어서면 이런 영행이나 폐행은 점점 많아진다. 한나라 말기 성제(成帝) 때에는 성제 자신이 이런 자들과 술자리를 즐겼기 때문에 악명을 떨친 영행이 많았다. 그중에서도 가장 심한 자는 장방(張放)이다. 그는 성제와 잠도 같이 자고 몰래 궁 밖을 나가 민간에서 놀 때도 늘 동행했다. 이에 승상이나 어사대부 등 공직에 있는 바른 신하들이 탄핵해 지방으로 내쫓았으나 그때마다 성제는 비판 여론이 사라지기를 기다렸다가 다시 서울로 불러올렸다. 결국 강직한 승상 적방진(翟方進)이 그를 탄핵하자 성제는 어쩔 수 없이 지방으로 내보냈다. 그러면서도 500만전이라는 거액을 안겨주었다.

김어준을 굳이 분류하자면 관직을 노리는 것 같지는 않으니 간신 범주에 넣을 수는 없고 바로 이 영행이나 폐행의 범주에 넣는 게 좋을 듯하다. 교통방송이라는 공익기관에서 특정 정파에 쏠린 이야기나 해대며 고액의 출연료를 빼먹고 있는 영행. 영(佞)이란 ‘아첨하다’ ‘살랑거리다’는 뜻이다. 그래도 한나라에는 바른 신하들이 있어 결국은 장방을 쫓아냈지만 이 정권 신하들은 앞다퉈 김어준에게 머리를 조아렸다. 다행히 우리 백성이 한나라보다는 나아 김어준 퇴출을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 동의자가 나흘도 안 돼 20만명을 넘겼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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