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진, 매진, 매진.. 코로나 속 흥행 미스터리
마스크를 쓴 관객들이 쏟아져 나왔다. 지난 9일 밤 10시 서울 신도림역 앞 디큐브아트센터. 뮤지컬 ‘시카고’는 이날도 만석(滿席)이었다. 제작사 신시컴퍼니는 “동반자 외 한 칸 띄어 앉기 방역 지침에 따라 전체 객석의 66%(1232석 중 811석)만 판매 중인데 코로나 이전보다 더 뜨거운 흥행이라 우리도 놀랐다”고 했다.
매진, 매진, 매진···. 뮤지컬 ‘시카고’ ‘위키드’, 연극 ‘조씨고아’ 등은 4월 객석이 다 팔렸다. ‘맨 오브 라만차’의 조승우, ‘드라큘라’의 김준수, ‘위키드’의 옥주현처럼 티켓 파워가 막강한 배우를 향한 쏠림은 과거부터 있었다. 객석이 줄어 매진이 구조적으로 쉬워졌다곤 해도 올해 ‘시카고’나 ‘조씨고아’의 초고속 흥행은 기이한 현상이다. 공연계 흥행 미스터리를 파헤쳤다. 마니아 관객일수록 짧은 기간에 더 자주 공연을 소비하고 있다.
◇코로나 학습 종료
코로나가 1년을 넘기자 뮤지컬 시장이 달라졌다. 인터파크에 따르면 올해 2~3월 뮤지컬 티켓 판매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957% 증가했다. 약 10배 더 팔린 셈이다. 클립서비스 신정아 마케팅본부장은 “관객은 작년 코로나 초기와 달리 ‘공연장은 위험하지 않다’는 학습을 마친 상태”라며 “뮤지컬 ‘위키드’처럼 검증받은 작품이 오랜만에 공연할 경우 희소 가치가 커진다”고 말했다.
‘김종욱 찾기’ ‘빨래’ 등 오픈런(폐막일을 정하지 않고 하는 장기 공연)으로 하던 뮤지컬은 관객이 급감해 문을 닫거나 고전 중이다. 반면 ‘시카고’ ‘위키드’ ‘맨 오브 라만차’ ‘조씨고아’처럼 대중성과 작품성이 확인된 공연들은 과거보다 더 흥행한다. 양극화다. 뮤지컬 평론가 원종원 순천향대 교수는 “데이트 관객이나 초보 관객은 팬데믹 상황이 부담스러워 극장을 꺼리지만, 마니아 관객은 여전히 왕성하게 공연을 소비하고 있다”며 “띄어 앉기로 더 안전하고 쾌적하게 볼 수 있는 대극장 뮤지컬일수록 매력이 커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내일 굶을지 몰라, 오늘 더 먹어
수렵 시대엔 어느 날은 사냥감을 잡았지만 언제 또 포식할지 알 수 없었다. 지금 마니아 관객 앞에 놓인 현실이 그렇다. 그들은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 거리 두기 2.5단계에서 공연 대부분이 취소되거나 연기되는 경험을 했다. 그런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다.
국립극단이 최근 명동예술극장에 올린 연극 ‘파우스트 엔딩’은 예정보다 1년 늦게 개막해 전석 매진됐다. 현재 공연 중인 ‘조씨고아’는 두 시간 만에 표가 다 팔렸다. 국립극단 홍보 담당 이정현씨는 “작년에는 개막했다가 코로나 상황 때문에 일주일도 안 돼 종연한 경우가 여럿 있었다”며 “그래서인지 ‘무조건 앞 회차를 예매해야 한다’는 글이 소셜미디어(SNS)에 자주 보인다”고 전했다.
◇공연도 ‘보복 소비’?
온라인 공연은 현장성이 없어 성에 차질 않는다. 짓눌렸던 욕구는 방역 지침이 완화되고 공연이 재개된 2월부터 끓어넘쳤다. 마니아 관객의 이른바 ‘보복 관람’은 연기와 취소, 긴 기다림의 반작용이다. 원종원 교수는 “어제 못 봤으니 오늘 보상받자는 심리, 내일 못 볼 수 있으니 오늘 보상받자는 심리가 작동하고 있다”며 “코로나의 기세가 꺾이면 일반 관객까지 가세한 ‘보복 관람’이 대폭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정원의 벨마와 티파니 영의 록시를 직관하러 회사 휴가 내고 기차 타고 갔습니다.”
‘시카고’ 관객이 남긴 후기다. 마니아는 KTX로 원정 관람도 불사한다. ‘맨 오브 라만차’를 공연 중인 오디컴퍼니 신춘수 대표는 “지금 공연 시장은 일반 관객이 아니라 한정된 마니아와 재관람으로 지탱되고 있다”며 “코로나를 뚫고 그런 관객이 온다는 사실에 감사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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