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와 하프시코드 동시에.. 건반악기 二刀流라 불러다오
하프시코드와 현대식 피아노, 무대서 악기 번갈아가며 연주
"둘의 정서적 공통점 주목해주길"
하나의 무대에 두 대의 건반 악기. 24일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열리는 피아니스트 안종도(35)씨의 독주회는 악기 비교 체험의 기회다. ‘피아노의 조상’으로 불리는 옛 건반악기인 하프시코드와 현대식 피아노를 같은 무대에 나란히 놓고 번갈아가며 연주하는 것. 낭만주의 이후의 작품들을 연주하기에 좋은 피아노와 바로크 음악에 특화된 하프시코드를 한 연주자가 같은 무대에서 선보이는 건 지극히 이례적인 경우다. 9일 인터뷰에서 그는 “건반악기의 역사를 실시간으로 넘나들고자 했다”고 말했다. 피아노의 ‘백 투 더 퓨처(Back to the Future)’인 셈이다.
프로그램 구성도 이채롭다. 전반부에서 17세기 프랑스 바로크 작곡가 루이 쿠프랭의 모음곡을 먼저 하프시코드로 연주한 뒤, 피아노로 자리를 옮겨서 모차르트의 피아노 소나타 17번 등을 들려준다. 17세기 독일 바로크 작곡가 요한 야콥 프로베르거와 슈만의 독주곡을 하프시코드와 피아노로 각각 연주하는 후반부도 마찬가지다.
굳이 번거롭게 악기를 옮겨다니면서 연주하는 이유는 뭘까. 안씨는 “두 악기의 소리 비교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두 악기 사이에 존재하는 정서적 공통점에 주목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쿠프랭과 모차르트의 작품은 형식적 단아함과 정서적 균형미가 두드러진다면, 반대로 프로베르거와 슈만의 곡에서는 ‘불 같은 열정’이 넘쳐흐른다는 설명이다.
안씨는 현대식 피아노와 고악기인 하프시코드를 넘나드는 건반악기의 ‘이도류(二刀流)’. 프로야구에서 투타 겸업이 희귀한 것처럼, 클래식 음악계에서도 고악기와 현대식 악기를 모두 연주하는 건 드문 경우다. 건반을 누른다는 점에서 두 악기는 같지만 피아노는 해머가 현을 때려서 소리를 내는 ‘타현(打絃)악기’다. 반면 하프시코드는 현을 뜯어서 소리를 낸다는 점에서 오히려 류트나 기타 같은 ‘발현(撥絃)악기’와 닮은 구석이 있다. 피아노가 웅장하고 강력하다면, 하프시코드는 상대적으로 정갈한 소리를 낸다. 독주회에 앞서 18일 예술의전당 교향악축제의 원주시향 무대에서도 그는 하이든의 협주곡을 하프시코드로 연주한다.
그는 2012년 프랑스 롱 티보 크레스팽 콩쿠르에서 1위 없는 2위에 입상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그는 피아노에 전념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좋아하는 프랑스 바로크 음악을 현대식 피아노로 연주하다가 그는 자꾸 난관에 부딪혔다고 했다. 안씨는 “바로크 시대 작곡가의 의도와는 달리, 표현이나 감정을 과장하고 있진 않은지 되묻게 됐다”고 말했다. 2017년부터 독일 브레멘 음대에서 고음악 연주 과정을 다시 공부하고, 지금은 영국 명지휘자이자 연주자인 리처드 이가(Richard Egarr)를 사사하고 있다.
‘한 분야에 전념해야 대가가 될 수 있다’는 것이 야구뿐 아니라 음악계의 통설. 하지만 그는 “모차르트는 피아노와 오르간뿐 아니라 현악기까지 다뤘고, 멘델스존은 음악뿐 아니라 그림에도 빼어났다”면서 “예술의 본질은 악기 선택에 있는 것이 아니며 오히려 표현의 폭이 넓어질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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