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퍼 주머니에 20만원이.." 사망한 유흥주점 업주 준강간 혐의 중국인 구속영장 '기각'

인천의 한 유흥주점서 60대 업주 숨진 채 발견 / 경찰, 업주 사망 전 마지막으로 만나 성관계한 30대 중국인 유력 용의자로 체포 / 영장 전담 판사 "주거지 일정해 증거 인멸 우려 없고, 준강간 혐의 다퉈 볼 여지 있어" / 경찰, 약물 중독 살해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수사 중

본 기사내용과 무관. 게티이미지뱅크

 
인천의 한 유흥주점에서 60대 여성 업주가 숨진 채 발견된 가운데, 사망 하루 전 이 업주를 성폭행한 혐의를 받는 30대 중국인의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됐다. 재판부는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고, 준강간 혐의는 다퉈 볼 여지가 있다”고 영장 기각 사유를 밝혔다.

인천지법 영장 전담재판부(정우영 부장판사)는 지난 13일 오후 준강간 및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카메라 등 이용촬영 혐의를 받는 A씨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 뒤 구속영장을 기각했다고 14일 밝혔다.

정우영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A씨가 (B씨와의) 성관계 사실은 인정하지만 대가로 20만원을 피해자에게 줬다고 주장하는데 (실제로) 피해자 상의 점퍼 주머니에 현금 20만원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피해자가 단순히 만취한 것으로 잘못 생각해 처음 약속한 대로 피해자와 성관계를 했던 것으로 볼 여지도 충분히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피의자가 중국인이긴 하나 오랫동안 부모와 함께 국내에 살면서 회사에 다니고 있고 주거도 일정하다”면서 “준강간 혐의의 사실관계와 현재까지 수집된 증거자료 등을 보면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A씨가) 국내에 거주하는 동안 어떠한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도 없다”면서 “카메라 등 이용 촬영 혐의는 피의자의 휴대전화에 저장된 사진 등으로 충분히 소명됐다. 피의자의 준강간 혐의에 관해 다퉈 볼 여지가 있고 지금 단계에서의 구속은 피의자의 방어권을 지나치게 제한한다고 판단된다”라고 밝혔다.

A씨(30대·남)는 지난 7일 오후 11시쯤 인천시 서구의 한 유흥주점을 방문해 업주 B씨(60대·여)와 술을 마셨고, 잠든 B씨를 성폭행한 혐의를 받는다.

A씨는 다음날(8일) 오전 9시40분쯤 유흥주점에서 빠져나왔고, B씨는 9일 유흥주점 안에 달린 방에서 쓰러져 있다가 다른 손님에게 발견됐다.

신고를 받은 경찰과 119구급대원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 B씨는 이미 숨진 상태였으며 몸에 별다른 외상은 없었다.

경찰은 B씨가 생전 마지막으로 만난 손님이 A씨인 사실을 확인하고 그를 유력 용의자로 체포했다.

그러나 A씨는 B씨와의 성관계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살인 혐의는 부인했다. 

A씨는 경찰조사에서 “B씨와 성관계 이후 술에 취했다고 생각해 휴대폰 사진을 3번 촬영했다”면서 “이후 B씨가 움직이는 장면이 사진에 담겼다”고 주장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B씨의 사인이 외력에 의한 것이 아니라 ‘뇌출혈’이라는 1차 구두소견을 경찰에 알렸다.

경찰은 B씨가 술에 취해 뇌출혈이 진행된 상태에서 사망한 것으로 보고 A씨에게 준강간 혐의만 적용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한편 경찰은 국과수의 최종 부검결과를 기다리는 한편, B씨가 약물에 중독돼 살해됐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계속 수사하고 있다.

현화영 기자 hhy@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