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오염수 방류 확정..후쿠시마 "좌절과 분노만 남았다"
[앵커]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를 바다로 방류하는 계획을 오늘 공식 확정했습니다.
2년 뒤면 막대한 양의 오염수가 태평양으로 쏟아질 것으로 보이는데 우리나라와 중국 등 주변국은 물론 일본 내부에서도 큰 반발과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후쿠시마 현지에 나가 있는 박원기 특파원 연결해 자세한 소식 알아봅니다.
박원기 특파원! 바람이 많이 부는 것 같은데 지금 가 있는 곳이 어딥니까?
[기자]
네 후쿠시마 원전에서 북쪽으로 약 5킬로미터 떨어진 바닷가입니다.
후쿠시마 원전의 오염수 방류에 가장 먼저 피해를 입을 수 있는 어촌이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일본 정부는 오늘 관계 각료회의를 열고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의 오염수의 해양 방류 방침을 공식 확정했습니다.
[스가 요시히데/일본 총리 : "원전 폐로를 진행하고, 후쿠시마의 부흥을 이뤄내기 위해서 (오염수 처분은) 피할 수 없는 과제입니다."]
2011년 동일본대지진 당시 후쿠시마 원전에선 수소 폭발 사고가 있었습니다.
이후 사고로 벌어진 틈새에 빗물과 지하수 등이 유입되면서 방사성 물질이 포함된 오염수가 하루 평균 140톤씩 발생했는데요.
도쿄전력은 지금까지 이 오염수를 다핵종 제거 설비라는 시설로 걸러 원전 구역 내 저장 탱크에 보관해 왔습니다.
하지만 내년 가을 쯤이면 저장 공간이 포화에 이르면서 '해양 방류 말고는 방법이 없다', 이게 지금까지 일본 정부의 주장이었는데요.
오늘 결정으로 이 주장에 결국 쐐기를 박았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일본 정부는 오염수 처리를 앞으로 어떻게 하겠다는 건가요?
[기자]
네 앞으로 2년 후인 2023년부터 방류를 시작하겠다는 게 기본 계획입니다.
그 후 30년에서 40년에 걸쳐서 조금씩 양을 나눠 오염수를 모두 처분하겠다는 건데요.
문제는 오염수를 다핵종 제거 설비로 걸러도, 트리튬이라는 방사성 물질은 기술적으로 걸러 내기가 어렵다는 것이었는데요.
일본 정부 측은 이 트리튬 오염수를 희석해서 식수 기준의 7분의 1수준까지 농도를 낮춘다는 대책도 내놓았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안전이 검증되지 않은데다, 지금 준비 중인 원전 폐로 작업이 본격화하면 훨씬 많은 양의 고농도 오염수가 얼마나 더 나올지 가늠하기도 어렵습니다.
[앵커]
누구보다 자국 어민들이라든지, 후쿠시마에 사는 지역민들이 직접 피해 영향권에 있다고 할 수도 있는데요.
반응은 어떻습니까?
[기자]
네, '바다를 더럽히지 말라', 이들의 목소리입니다.
오염수를 앞으로 30년 동안 바다에 버리면 도대체 그 책임은 누가 질 거냐는 겁니다.
누구보다 어민들의 반발이 큰데요. 직접 들어보시죠.
[기타무라/어민 : "(우리 어민들은) 물고기를 잡아 생활하지 않으면 안되는 사람들인데, 지금부터 어떻게 될지 아주 막막합니다."]
[오노 하루오/후쿠시마 어민 : "누구 한 명 납득하는 사람이 없는데 스가 총리 한마디에 (방류를) 결정하다니, 그게 말이 됩니까?"]
분노하는 건 어민뿐만이 아닙니다.
방류 결정 소식에 주민들은 가지야마 경제산업 장관이 방문 예정 시간에 맞춰 후쿠시마 현 청사 앞으로 몰려들어 항의 시위를 했습니다.
[사토 미카/후쿠시마현 시민 : "정말 걱정이 됩니다. 더는 아이들과 바다에도 가지 못하고, 물고기도 먹지 못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들은 방류 대신 장기간 육상 보관 같은 대안 마련을 촉구했습니다.
이번 결정은 도쿄올림픽 100일을 하루 앞두고 이뤄졌는데요.
'후쿠시마 부흥'에 대한 기대는 좌절과 분노로 바뀌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후쿠시마에서 KBS 뉴스 박원기입니다.
촬영기자:정민욱/영상편집:한찬의/그래픽:김지훈
박원기 기자 (remember@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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