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 막기 위해선 '토초세' 부활 필요" 목소리 나와 "벼룩 잡으려다 초가삼간 다 태우는 꼴" 우려도 제기
‘LH(한국토지주택공사) 사태’로 거세진 부동산 투기 근절 요구와 관련해 “투기를 근본적으로 막기 위해선 ‘토지초과이득세’(토초세)의 부활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진보 정치권과 시민사회로부터 나오고 있다. 투기 목적의 유휴토지(장기간 방치되거나 사용되지 않은 토지)에는 평균 지가 상승을 넘는 ‘초과 이득분’에 높은 세금을 부과함으로써 토지가 투기 용도로 악용되는 걸 막자는 것이다. 하지만 부동산 전문가들 사이에선 토초세를 재도입할 경우, ‘과도한 규제’로 작용해 “벼룩 잡으려다 초가삼간 다 태우는 꼴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13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토초세는 노태우정부 시기인 1990년 본격 시행됐다가 1998년 폐지된 제도다. 토초세는 토지 소유주가 장기간 방치하고 있는 유휴토지에 대한 생산성 향상·효율적 사용 및 투기 방지를 위한 목적으로 노태우정부 시기 도입됐다. 3년 마다 유휴토지의 가격을 조사하고, 그 가격에서 정상 지가 상승분(전국 평균 지가 상승률 등으로 산출)을 뺀 초과 지가 상승분에 대해 50%의 세율을 적용해 세금으로 걷는 방식이다. 농사를 짓지 않고 투기 목적으로 보유한 농지, 비업무용 토지 등이 과세 대상에 해당된다. 유휴상태가 아닌 토지에 대해선 토초세가 부과되지 않도록 해 ‘토지의 생산적 사용’을 독려하는 것이 목적이었으나, ‘미실현 이익에 대한 과세’라는 비판 및 강한 조세 저항, ‘IMF 경제 위기’ 당시 부동산 경기 활성화에 장애가 된다는 등의 이유로 폐지됐다.
◆‘토지공개념’ 기반…정의당 “투기 발본색원 위해선 토초세 재도입 필요”
정의당은 부동산 투기 이익을 막기 위해선 토초세 재도입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정의당 심상정 의원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에서 “국민들이 진정으로 바라는 것은 부동산 불로소득을 철저히 환수하고, 투기를 발본색원하고, 서민들이 접근 가능한 공공주택을 확충하는 것”이라며 토초세 재도입과 공공택지 민간 매각 금지 등을 요구했다. 정의당은 토초세 법안도 곧 발의할 예정이다.
정의당은 본래 목적으로 사용되고 있지 않은 유휴토지에 대해 토초세를 매기고, 토초세의 효과로 유휴토지가 시장에 나오면 국가가 적극 매입해 공공적 목적의 토지 몫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심 의원은 전날 국회에서 열린 ‘토지공개념의 도입과 토지초과이득세 부활’ 토론회에서 “종합부동산세가 유휴토지에도 적용되지만, 토지 과세 부분은 세율이 지나치게 낮아 그 목적을 수행하기 어렵다”며 토초세 도입 필요성을 강조했다.
토초세 재도입 요구에 밑바탕이 되는 건 ‘토지공개념’이다. 개인과 기업의 토지 소유가 보장되긴 하지만, 그 토지에 대한 재산권 행사는 공동체의 이익보다 앞설 수 없으며, 토지를 통한 사익추구는 조세를 통해 엄격히 통제돼야만 한다는 것이 심 의원 주장의 골자다.
재도입을 요구하는 쪽에선 ‘미실현 이익에 대한 과세’라는 토초세를 향한 비판에 대해 “위헌 요소가 없다”고 반박한다. 참여연대 정책위원인 김남근 변호사는 전날 토론회에서 “흔히 토초세는 위헌결정으로 폐지된 것처럼 주장되는데, 헌법재판소는 미실현 이익에 대한 과세라는 그 본질은 입법재량의 문제이어서 그 자체가 위헌은 아니나, 입법 기술상 행정 편의적인 졸속입법 조항이 많아 법 전체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것”이라며 “정부는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 취지에 따라 토초세를 개정해 4년간 토초세를 더 추진하다가 1998년 IMF 사태 직후 건설경기 활성화를 위해 스스로 법을 폐지한 것”이라고 했다.
◆재도입 반대 측 “부동산 시장 위축·사회적 비용 증가 우려”
재도입을 반대하는 쪽에선 토초세 재도입 시 부동산 시장이 위축됨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 및 토지주들이 토초세를 피하기 위해 불필요한 건축물 공사에 나서면서 오히려 사회적 비용만 증가할 수 있다는 점 등을 우려한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토초세는) 전반적으로 시장을 위축시키는 효과가 있어서 바람직해 보이지 않는다”면서 “기업가 입장에서 보면, 공장을 만들 때 땅을 사자마자 공장을 짓지는 않는데 (해당 토지가) 비업무용인지 아닌지 어떻게 아느냐. 또 예를 들어 은퇴 후 시골로 가려 할 경우, 5∼6년 전부터 땅을 사서 미리 준비하지 않느냐”면서 토초세 도입 시 발생할 수 있는 혼란 등을 지적했다. 심 교수는 “(토초세 도입 당시) 토지를 비워놓으면 세금을 부과하니 날림으로 뭔가를 짓는 일도 많았다”면서 “(불필요한 건축 등으로 인해) 사회적으로 비용이 더 커지는 악효과를 낼 수도 있다”고도 주장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토초세는) 개발지역 농지나 임야 등의 토지를 사놓고 원 목적대로 사용하지 않는 것 때문에 도입하려는 건데, 그로 인해서 일반적인 토지 거래까지도 전부 다 규제된다는 것이 문제”라면서 “(토초세를 재도입하면) 토지시장의 거래를 제한하는, 자유로운 시장경제를 해치는 꼴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권 교수는 “물론 투기가 발생하면 강력히 움직여야 한다”면서도 “벼룩 잡으려다 초가삼간 다 태우는 건 잘못된 일이다. 정부가 법 적용을 잘못하게 되면 제3의 피해자가 발생하게 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