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로 사람과 사람 사이 '홈통' 채워줄 복합문화공간이죠"

김경애 2021. 4. 13. 21:56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밖에서 외관만 보면 흔한 북카페처럼 보인다.

"만화와 카페와 문화 사이에서 상상과 휴식을 즐기는 복합문화공간이죠. 만화에서 칸과 칸 사이의 비어 있는 공간을 '홈통'이라고 하거든요."

"김 대표는 워낙 만화 전문가로 덕후들 사이에 유명하시잖아요? 전시, 축제, 캐릭터 상품 전문 가게까지 만화와 관계된 모든 기획을 시도했으니까요. 그래서 평소에도 늘 만화를 매개로 한 새로운 문화공간을 함께 구상하곤 했죠."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짬][짬] 문화기획자 김성진 사람잇 대표·송하원 유알아트 대표

성공회대 문화대학원 선후배 사이인 문화기획자 김성진(왼쪽) 사람잇 대표와 송하원(오른쪽) 유알아트 대표는 만화를 매개로 한 지역재생과 문화공동체를 시도하고 있다. 김경애 기자

밖에서 외관만 보면 흔한 북카페처럼 보인다. 문을 열고 들어가 보면 만화도서관이다. 고개를 돌려 반대편 벽을 보면 ‘갤러리’ 문패 아래 일러스트 작품이 전시 중이다. 그 왼편 책장에는 신간 만화와 웹툰 작품집을 진열해두고 파는 서점이다. 맨 안쪽 계산대에서는 음료 메뉴판을 내걸어놓은 카페다. 자세히 보니 와인도 파는 주점이다. 테이블은 고작 2개, 전체 면적 31㎡(약 9평)에 불과한 작은 공간이 무척 다채롭다. 서울 금천구 독산로에 있는 ‘홈통’이다.

“만화와 카페와 문화 사이에서 상상과 휴식을 즐기는 복합문화공간이죠. 만화에서 칸과 칸 사이의 비어 있는 공간을 ‘홈통’이라고 하거든요.”

지난해 말 의기투합해 ‘홈통’을 함께 꾸민 만화 전문 문화기획자 김성진(51) ‘사람잇’ 공동대표와 공공문화개발센터 유알아트 송하원(36) 대표는 13일 “이 거리에선 마을 사랑방을 운영하는 공동 통장으로 불린다”고 소개했다.

서울 금천구 독산로 ‘빨간집’ 거리
보행환경 개선사업 임대공간 4호점
지난해말 의기투합해 ‘홈통’ 차려
만화도서관·웹툰 갤러리·카페 등등

“만화 덕후로 수집해온 3500권 공유”
“문화다양성 살려 도시재생 성공 기대”

‘홈통’은 금천구의 독산로 보행환경개선 임대공간 4호점이다. 김경애 기자

“서울의 외곽지역인 금천구는 이주민·청년·여성·노동·젠더·세대 등 다양한 문화다양성 요인이 밀집된 곳이잖아요? 지난 2017년 유알아트 사무실을 옮겨온 뒤 금천구에 문화다양성 사업을 제안해 채택이 되면서 ‘홈통’까지 열게 됐어요. ‘독산로 보행환경 개선 사업’ 공모를 보고, 문화다양성 사업의 연장선에서 대안·다양성 만화를 소개하고, 이를 매개로 지역문화공간을 함께 만들어보자고 김 대표에게 제안을 했죠.”(송 대표)

“개인적으로 ‘만화 덕후’로서 20여년간 수집해온 국내외 다양성 만화와 독립 만화 3500권도 공유할 수 있고 ‘사람과 사람을 잇는다’는 공간의 취지에도 공감해서 기꺼이 제안을 받아들였죠.”(김 대표)

실제로 서울 금천구 독산로 약 3㎞ 구간은 1970~80년대 인근 구로공단 노동자들의 유흥을 위해 조성된 이른바 ‘빨간집’ 밀집지역으로 유명했다. 2000년대 들어 공단이 사라진 뒤 서민 주거지역으로 변모하면서 유흥주점(맥양집) 정비 여론이 높아졌다. 이에 금천구는 2018년부터 생활환경 거리문화 개선을 위해 ‘빨간집’ 정리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유흥주점이었던 공간을 금천구에서 매입한 뒤 ‘독산로 보행환경 개선을 위한 임대공간’으로 공모를 해서 문화·주민공동체 공간으로 바꿔나가는 사업이에요. 1년 단위로 보증금과 월 임대료, 철거와 시설공사(인테리어) 비용을 일정 금액 지원해주니까 운영에 큰 부담은 없어요.”

1호점은 이미 사업기간이 끝났고, 2호점은 학교 밖 청소년들이 함께 운영하는 커피전문점 ‘데일리 로스팅’, 3호점은 옷가게 ‘에프비아이’(FBI) 그리고 ‘홈통’이 4호점이라고 송 대표는 설명했다.

하지만 세대가 다른 홈통의 두 공동 통장을 의기투합하게 해준 매개체는 ‘문화다양성’과 ‘만화’만이 아니다. 두 사람은 성공회대 문화대학원 동문으로 5년 차 선후배 사이다. 일본어를 전공한 김 대표는 2012년 성공회대 대학원에서 ‘한국 대안만화의 역사와 성격 연구’로 석사 학위를 받은 뒤 이듬해부터 모교에서 겸임교수로 강의를 해왔다. 송 대표는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를 거쳐 2017년 문화대학원에서 ‘제3서점의 내부 동학에 관한 연구’로 학위를 받았다.

홈통은 불과 9평 남짓 작은 공간이지만 복합문화공간의 구색을 갖추고 있다. 김경애 기자

“김 대표는 워낙 만화 전문가로 덕후들 사이에 유명하시잖아요? 전시, 축제, 캐릭터 상품 전문 가게까지 만화와 관계된 모든 기획을 시도했으니까요. 그래서 평소에도 늘 만화를 매개로 한 새로운 문화공간을 함께 구상하곤 했죠.”

이에 호응하듯 김 대표는 “1989년 고3 때 ‘부산 청소년문화한마당’을 공동기획한 이래로 지금껏 문화기획자로서 지역 주민들이 일상 속에서 함께 소통하는 ‘문화허브’ 같은 공간을 운영해보는 게 꿈이었다”고 답했다.

김 대표의 이력을 보면, 2002년 젊은 여성 만화가들과 함께 한 실험적 만화전시 ‘젊은 만화의 힘, 무한상상의 자유-환타지전’에서부터, 2003년 앙굴렘 국제만화페스티벌 한국만화 특별전 참여, 2004년 서울국제만화페스티벌(SICAF) 기획운영팀장, 한국만화 100주년 기념전에서의 ‘독립만화전’, 2011년 부천국제만화축제의 ‘프랑코-코레엔느전’, 그리고 2016년 인사동 쌈짓길에서 만화를 팝아트 형식으로 표현한 작품을 기획·판매한 ‘두 달만 만화가게’까지 만화 전시로 시작해 축제 총괄피디까지 섭렵했다.

“만화와 웹툰은 누구나 부담없이 즐길 수 있어 문턱이 낮은 문화매체죠. 만화작가를 비롯해 일러스트레이터, 게임작가 등 재능 있는 자원도 많아요. 하지만 여전히 독립예술장르로서 대접은 미흡한 편이죠. 그래서 ‘홈통’을 사설 만화도서관의 성공 사례로 정착시키고 싶어요.”(김 대표)

“지역의 ‘제3공간’으로서 젊은이들의 독서 모임, 영화 상영회, 북토크 등도 진행할 참입니다. ‘회색지대’로 꼽혀온 금천구가 도시재생의 성공지대로 탈바꿈하도록 ‘홈통’을 전진기지로 만들고 싶어요.”(송 대표)

김경애 기자 ccandori@hani.co.kr

Copyright © 한겨레.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크롤링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