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가 동결"..'부자 감세' 주도하는 서울시장

송진식·김희진 기자 2021. 4. 13. 21:41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경향신문]

당선 직후부터 “시 차원 재조사”
제주·부산 등 광역단체도 동조
내년 대선 정국 이슈 될 가능성도
동결 땐 부동산 많은 부유층 수혜
정부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 차질
“오세훈 시장이 상위 10% 대변”

오세훈 서울시장(사진)이 당선 직후부터 “공시가격 동결”을 요구하고 나서면서 정부가 지난해 11월 발표한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이 추진 첫해부터 난관에 부딪히고 있다. 공시가격 상승에 이의를 제기 중인 제주, 부산 등 광역단체도 동결 요구에 동참할 것으로 보여 논란은 내년 대선을 앞두고 확산될 조짐이다. 공시가격이 동결될 경우 부동산 보유가 많은 부유층의 세금감면 혜택이 크다는 점에서 사실상 ‘부자 감세’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13일 서울시 관계자는 “공시가격 재조사를 위해 준비작업을 하고 있다”며 “뜻을 같이하는 광역자치단체들과 공동으로 공시가격 문제에 대응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오 시장은 지난 10일 올해 공시가격(안) 상승이 너무 높다는 점을 지적하며 “공시가격 재조사가 필요한 경우에는 재조사를 해서 왜 동결해야 하는지 근거를 마련하는 게 필요하다”고 밝혔다. 지난 11일에는 원희룡 제주지사가 페이스북을 통해 “서울시장과 공시가격 검증, 부동산 정책 바로잡기에 함께 나서기로 했다”고 밝혔다. 박형준 부산시장도 지난 12일 수영구, 해운대구, 동래구 등의 공시가격 산정결과를 재점검하고 문제가 있을 경우 재조사 및 제도 개선을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내년 대선 정국까지 공시가격 문제가 부동산 정책의 주요 이슈로 부각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안)을 보면 종합부동산세의 기준이 되는 ‘9억원 초과’ 주택은 전체의 3.7%인 52만5000가구다. 이 중 78.6%인 41만3000가구가 서울에 몰려 있다. 공시가격 문제에서 핵심에 해당하는 서울에서 시장이 공개적으로 인상 반대를 들고 나오면서 정부의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은 첫해부터 타격을 입게 됐다. 정부는 69%(2020년 기준) 수준인 현실화율을 단계적으로 올려 2030년까지 90%로 끌어올리겠다고 밝힌 바 있다.

오 시장의 요구대로 공시가격이 동결될 경우 부동산 보유가 많은 부유층일수록 실질적인 세금감면 혜택을 보게 된다. 서울의 경우 올해 공시가격이 6억원 이하인 주택이 전체의 70.6%인 182만5000가구로 예상되고 있다. 이들 가구는 재산세 인하 특례에 따라 올해 보유세(재산세+종부세)가 지난해보다 줄어들기 때문에 공시가격 동결 문제와 연관이 크지 않다.

실질적인 효과는 종부세 부과 대상인 9억원 초과 주택(서울은 16%)에서 주로 발생한다. 공시가격이 지난해 9억6000만원(시세 13억7000만원)에서 올해 12억원(시세 17억원)으로 오르는 아파트의 경우, 224만원가량 보유세를 더 내야 하지만 동결되면 낼 필요가 없다. 같은 방식으로 공시가격이 27억7000만원에서 30억원으로 오르는 아파트 소유자는 동결될 경우 916만원을 더 안 내도 된다. 공시가격이 50억원 이상인 초고가 주택 소유주나 다주택자 등의 경우 공시가격 동결 시 많게는 수천만원의 보유세 절감 효과를 보게 된다.

공시가격이 동결될 경우 직접적인 효과가 특정 계층에 집중된다는 점에서 동결 요구가 사실상 ‘부자 감세’나 마찬가지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공시가격은 집값이 특히 많이 오른 일부 지역 등에서 상대적으로 많이 올랐다”며 “결국 상위 10% 정도 자산을 가진 사람들은 그에 맞는 세부담을 해야 하는 것인데, 오 시장이 이들을 대변하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오 시장 본인이 공약한 ‘서울 부동산 시장 안정’과 배치된다는 의견도 있다. 남기업 토지+자유연구소 소장은 “공시가 동결은 부동산 실효세율을 떨어뜨리고 부동산 기대수익률은 높인다. 결국 부동산 가격이 더 오르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송진식·김희진 기자 truejs@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