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까지판다] 차별금지법, 왜 국회 문턱 넘지 못하고 있나 (풀영상)
<앵커>
대한민국 군인으로서 나라를 지킬 기회를 달라고 했었던 변희수 하사가 그 꿈을 끝내 이루지 못하고 지난 달 세상을 떠났습니다. 강제 전역 처분을 취소해 달라고 냈던 소송은 변 하사의 유족들이 이어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난달 변 하사가 숨지기 하루 전에 정부의 입장이 담긴 답변서가 변희수 하사 쪽에 도착했습니다. 저희 끝까지 판다 팀이 그 답변서를 확인해 본 결과 차별과 혐오를 조장하는 내용이 가득했습니다.
먼저 권지윤 기자가 정부 답변서 내용부터 따져보겠습니다.
<기자>
고 변희수 하사가 복직소송을 낸 지 7개월이 지나서야 정부가 첫 답변서를 법원에 제출했습니다.
54페이지 분량, 육군본부가 작성했습니다.
정부는 답변서에서 변 하사의 성전환 수술을 "고의에 의한 고환 결손으로 심신장애를 초래한 것"이라고 규정했습니다.
성별 정체성 불일치는 정신적 장애가 아니고, 성전환 수술은 검증된 의학적 수술이지만, 이를 정신질환·신체훼손과 연결한 겁니다.
'호기심 대상'이라는 점도 강제전역 사유로 꼽았습니다.
"호기심 대상이 될 수 있는 변 하사는 융합이 어렵고, 군에서의 활용성이 제한된다"는 겁니다.
[홍성수/숙명여대 법학부 교수 : 근본적인 문제가 군인의 어떤 이미지나 상을 전통적인 남성상 거기에 고정을 시켜놓고 그것에서 조금이라도 일탈하면 군복무가 어려울 것이라고 막연하게 생각을 하는(겁니다.)]
게다가 "호르몬 주사를 맞는 변 하사가 전차 조종수 임무를 수행하기 어렵다"며 전투력과도 연결지었습니다.
주기적인 여성 호르몬 치료가 문제라면 여군의 출산과 보건휴가까지 문제될 소지가 있다는 건데, 현재 복무 중인 여군은 1만 4천 명에 육박합니다.
[방혜린/군인권센터 팀장 : 자가당착이죠. 거의 자기모순이죠. 여군은 왜 뽑았어요? 그럼.]
정부는 또 "변 하사의 군 복무는 한 개인의 인권 만을 위해 다수 인권을 무시하고, 타인의 행복추구권을 간과하는 것"이라며 성 소수자의 존재를 타인에 대한 권리침해로까지 규정했습니다.
[방혜린/군인권센터 팀장 : '너는 일병이기 때문에 너는 여군이라서 나의 기본권을 침해한다' 어떤 단어를 갖다 붙여도 그 사람들 논리대로라면 말이 되는 거죠. 혐오와 배제죠. 당연히 존재하는 사람을 없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하는 거잖아요.]
정부는 "의무복무자에 불과한 변 하사를 전역 처분해 오히려 병역의무를 면하게 해 준거"라며 시혜적 조치인양 포장한 데 이어, "트랜스젠더 복무는 안보상황과 나라마다 다른 군사 · 문화적 상황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우리나라처럼 징병제를 시행 중인 이스라엘은 물론 미국, 독일 등 20여 개국이 트랜스젠더의 군 복무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변 하사 강제전역을 차별과 인권침해로 규정했지만, 군은 전역 근거로 삼은 군인사법 시행규칙을 바꾸지 않고 있습니다.
법률 개정 사안이 아닌 정부 의지로 바꿀 수 있는 시행규칙인데도, 인권을 강조해온 현 정부가 고집하고 있는 겁니다.
[홍성수/숙명여대 법학부 교수 : 국가조직에서 트랜스젠더에 대해 어떤 태도를 취하고 있느냐는 사실 사회 전체에 엄청난 영향을 주게 됩니다. 차별적이고 이런 배제적인 태도와 입장들을 취한다면 사회에 미치는 악영향이 굉장히 클 것입니다.]
(영상취재 : 배문산, 영상편집 : 이승희, CG : 홍성용·성재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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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런 성 소수자 문제뿐 아니라 성별이나 인종, 또 종교 때문에 차별을 받았다는 사람이 우리 사회에는 많습니다. 이런 차별을 없애고 평등권을 보호하자는 취지의 법안이 바로 차별금지법입니다. 그동안 여러 차레 법안이 추진됐지만,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고 그래서 지난해 다시 발의된 상태인데 이 법안을 왜곡하는 가짜 정보들이 인터넷에 계속 번지고 있습니다.
계속해서 김도균 기자입니다.
<기자>
한 개신교 단체가 차별금지법이 만들어진 세상이라며 제작한 영상입니다.
교인들이 공원에서 전도를 하자, 인권센터 직원이 법 위반이라고 말합니다.
[차별금지법 위반하셨어요. 공원이라는 공공시설에서 특정 종교에만 구원이 있다고 하면 다른 종교를 비난한 것이 됩니다.]
또 다른 영상, 동성애에 반대하는 목사의 설교를 차별금지법 위반이라고 단정합니다.
[교회 내 (동성애 비난) 설교가 차별금지법의 위반 사항에 해당하게 된다는 뜻입니다.]
국회에 계류 중인 차별금지법안입니다.
동성애에 반대하는 설교나 거리 선교를 금지하는 내용이 여기 있을까요?
법안에 그런 내용은 없습니다.
법안이 금지하는 차별은 고용에서의 차별, 재화나 용역의 공급과 이용, 교육과 직업훈련, 그리고 행정서비스 이용 등에서의 차별 등 네 가지 영역입니다.
설교나 길거리 전도는 어디에도 해당하지 않아, 차별금지법으로 종교나 사상의 자유가 침해된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닙니다.
법이 통과되면 동성애 하는 방법을 아이들에게 가르치고, 심지어 소아성애에, 수간까지 허용될 것이란 등의 허위·왜곡 정보들, 맘카페 등을 통해서도 확산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차별금지법에는 특정 개인이나 집단에 대한 혐오나 편견을 교육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만 있을 뿐, 무엇을 가르치라는 건 없습니다.
특히 소아성애는 성범죄로, 상대방 동의 여부와 상관없이 형사처벌 대상입니다.
[장예정/천주교인권위 활동가 : (반대 측에선) 모두가 이 법을 믿지 않고 신뢰하지 않고 이 법을 싫어하게 만드는 게 목적이기 때문에 과장, 아니면 가짜뉴스들이 굉장히 정교해지고 있고 굉장히 다양한 플랫폼으로 유통되고 있습니다.]
(영상취재 : 배문산, 영상편집 : 이승희, CG : 홍성용·성재은, 화면출처 : 유튜브 '마하나임TV 선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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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 내용 취재한 끝까지 판다 팀 권지윤 기자와 좀 더 이야기해보겠습니다.
Q. 법 제정되면?
[권지윤 기자 : 네, 차별을 없애 존엄과 평등을 실현하자는 기본법이 바로 차별금지법입니다. 모두를 위해서 모두에게 적용되는 법인데요, 앞서 설명드린 대로 차별금지법은 고용 분야에서 성 소수자라는 이유로 차별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당연히 변희수 하사처럼 성 소수자라는 이유로 강제 전역시키는 일도 막을 수 있습니다.]
Q. 안 된 이유?
[권지윤 기자 : 맞습니다. 지금까지 7번 발의됐는데 단 한 번도 제대로 논의되지 못했습니다. 지난해에는 정족수를 가까스로 채워서 발의됐는데 심상정 의원을 제외하면 모두 비례대표 의원들입니다. 일부 개신교 단체가 조직적으로 반대하고 있다 보니까 많은 지역구 의원들이 저와 통화할 때는 법의 필요성에 공감한다, 법 취지에도 공감한다, 이렇게 말하면서도 막상 공개적으로는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렇다 보니까 일곱 번째 발의된 법안도 상임위에서 잠만 자고 있습니다.]
Q. 정부 태도는?
[권지윤 기자 : 맞습니다. 소수자들과 인권단체는 이번 정부가 인권단체를 표방했으니까 그런 기대감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조금 전 변희수 하사 건에 대한 정부 답변서에서 보셨듯이 정부가 오히려 혐오를 조장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상황입니다. 정부와 국회는 차별금지법 제정에 앞서서 사회적 합의가 먼저라고 말하고 있는데 다양한 모습으로 이미 존재하는 사람들, 이들에 대한 이제 인권 보장이 다수결 또는 합의 사안이냐, 이 물음에 국가는 더 늦지 않게 답해야 합니다.]
탐사보도팀 기자pand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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