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실적보다 성취감 얻는 직장 찾기 방점"
[경향신문]
3년 사이 161명 취업…기존 직업재활시설 대비 임금 높아
기업들 ‘사회공헌활동’으로 인식, 장기근속 적은 것이 한계
지적장애 3급 발달장애인인 고상현씨(45)는 매일 서강대학교 강당으로 출근한다. 그는 지난해 9월부터 서강대에서 강당 청소와 게스트하우스 정리업무를 하고 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게스트하우스는 사용이 중단된 상태지만 그는 오전 9시면 어김없이 강당에 있다. 고씨는 이곳에 취업하기 전까지 복지관이 소개해준 중소기업에서 23년간 단순부품조립 업무를 했다. 2020년 8월 다니던 중소기업을 그만둔 고씨는 가족의 도움으로 서울시 커리어플러스센터를 통해 서강대에 취업했다. 센터 관계자는 13일 “서울의 여러 대학 중 발달장애인을 고용한 대학은 서강대가 처음”이라며 “고씨 외에 지적·지체중복장애인 한 분도 현재 서강대 장애인학생지원센터에서 장애학생 지원업무를 담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커리어플러스센터는 발달장애인의 취업을 지원하기 위해 서울시가 2017년 처음 실시한 장애인 특화사업 중 하나다. 센터는 발달장애인의 개별 특성, 취미, 취향 등을 반영해 구직업체를 선정하고 연계작업을 한다는 점에서 기존 장애인 직업재활원과 차별점이 있다. 센터 관계자는 “취업을 몇 건 달성했다는 실적이 중요한 게 아니라 발달장애인이 자신에게 맞는 직장을 찾고, 그곳에서 성취감과 만족감을 느끼게 하는 것에 방점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민간 고용업체가 갖는 막연한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각종 노력도 병행하고 있다. 발달장애인 고용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지만 부담을 느끼는 업체의 경우 센터가 ‘직무지도원’을 파견, 장애인이 직장생활에 적응하고 업무를 해나갈 수 있도록 지원한다. 그 결과 본격적인 구인·구직 사업을 실시한 2018년부터 2020년까지 161명의 발달장애인이 민간기업에 취업하는 성과를 거뒀다. 현장중심 직업훈련을 받은 발달장애인 수도 261명에 달한다. 장애인 취업업체 개발도 매년 꾸준히 추진해 2018년 22곳에서 2019년 34곳, 2020년 40곳 등 총 96곳까지 확대했다.
기존 직업재활시설 대비 높은 임금도 장점으로 꼽힌다. 직업재활시설 평균 임금은 43만원 안팎인 반면 민간기업에 취업한 발달장애인의 평균 급여는 91만원 안팎이다. 고상현씨 역시 주 5일 오전 9시부터 오후 1시까지 근무하고 월 90만원의 급여를 받는다. 이전 직장의 2배 가까운 수준이다.
이곳에도 한계는 있다. 발달장애인의 취업이 장기근속으로 이어지는 사례는 적다. 발달장애인을 고용하는 것을 일종의 ‘사회공헌사업’ 정도로 여기는 기업문화 때문이다. 지난 1월 기준 커리어플러스센터를 통해 민간기업에 취업한 발달장애인 96명 중 근속기간이 2년 이상인 장애인은 25%(24명)에 불과하다. 대부분은 근로계약서 작성 시 계약기간을 23개월로 정하고 있다. 센터 관계자는 “발달장애인을 고용한 기업이나 재단 입장에서는 더 많은 장애인들에게 일할 기회를 주기 위해 근무기간을 제한하는 것”이라며 “장애인 스스로 생계를 꾸려나갈 수 있는 안정적인 직장이 전제돼야 독립이나 탈시설이 가능한 만큼 오래 일할 수 있는 민간업체를 발굴하려는 노력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글·사진 류인하 기자 ach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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