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성 원전 1호기 수사 '제자리걸음'
체포됐던 공무원들 법정 반격
검찰은 결정적 증거 못 찾아
[경향신문]
차기 검찰총장 인선을 앞두고 검찰이 주요 정권수사를 마무리하고 있지만 월성 원전 1호기 조기 폐쇄 관련 수사는 유독 제자리걸음 상태이다.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사진) 구속영장이 기각되며 수사에 제동이 걸렸다. 보석으로 풀려난 산업부 공무원들도 법정에서 반격에 나서고 있다.
월성 원전 수사는 감사원이 지난해 10월 검찰에 수사참고자료를 제공하며 시작됐다. 1983년 건설된 월성 1호기는 설계수명이 2012년까지였으나 7000억원을 들여 보강공사를 하고 2022년까지 사용 연한을 승인받았다. 법원은 2017년 2월 월성 1호기 수명 연장은 위법이라고 판결했으며, 문재인 정부는 2019년 폐쇄를 결정했다. 이후 해당 판결은 항소심 단계에서 확정됐다.
한수원이 2018년 6월 월성 1호기 폐쇄 영향을 평가하는 과정에서 산업부가 개입해 폐쇄의 경제적 효과를 부풀렸다는 것이 감사원 감사 결과의 요지이다. 산업부는 오히려 기존 평가에서 원전의 경제적 이익이 과장된 것이었다고 반박했다.
검찰은 꼬리에서 머리로 향한다는 수사 계획을 세웠으나 결정적 물증도, 진술도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재형 감사원장의 폭로로 알려진 산업부 공무원의 문건 삭제 사건부터 수사에 착수했다. 대전지검 형사5부(부장검사 이상현)는 감사 기간 사무관 컴퓨터에 저장된 문건 530건을 한밤중에 삭제한 혐의(감사방해, 전자공용기록 손상, 현조건조물 침입)로 A국장과 B서기관은 구속, C국장(사건 당시 과장)은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겼다. 검찰은 A국장의 문건 삭제가 백 전 장관, 채희봉 전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현 한국가스공사 사장) 등 윗선의 지시에 따른 것이 아닌지 캐물었다. A국장은 30여차례 피의자 조사를 받았다. 하지만 A국장이 입을 다물자 수사가 진전되지 않았다. 대전지법은 지난 2월 백 전 장관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검찰이 보강수사를 벌이고 있어 백 전 장관이나 채 전 비서관에 대한 영장을 재청구할 가능성은 있다.
재판이 열리자 상황은 검찰에 더 불리해지고 있다. 지난 1일 A국장과 B서기관은 “구속 상태에선 충분히 반론을 준비할 수 없다”는 주장이 받아들여져 보석으로 풀려났다. A국장 등이 삭제한 문건 530건은 각종 공문서의 초안, 사본, 업무정리, 내부 참고자료 등으로 결재를 거친 공식 공문서는 전자결재시스템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 A국장 등은 이를 근거로 “전자공용기록 손상 등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박은하 기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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