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흥업소보다 학교·종교시설에 자가진단키트 도입"..하루 만에 말 바꾼 오세훈
전문가들 잇단 우려에 '선회'
[경향신문]
서울시가 코로나19 ‘신속 자가진단키트’ 중점 적용 대상을 노래방 등 유흥업소에서 대학·학교·종교시설 등으로 전환하려는 모양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취임 후 자가진단키트 도입 등 ‘서울형 방역’을 꺼내든 것에 대해 방역에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방역당국과 전문가 등의 우려를 의식해 적용 대상을 전환하려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시는 항원검사 방식의 신속 자가진단키트 도입을 정부와의 협의를 전제로 추진하되 중점 적용 대상을 학교·종교시설 등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당초 노래방 등 유흥업소를 중심으로 하는 시범실시 계획을 밝혔던 서울시가 하루 만에 기존 입장을 번복한 것이다.
신속 진단키트 도입은 오 시장이 지난 9일 취임한 후 처음 가진 코로나19 종합대책회의 모두발언에서 처음 언급했다. 이후 비공개로 진행된 대책회의에서도 오 시장은 신속 진단키트 도입과 관련해 각 실·국장에게 실행 가능한 대책 마련을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시 관계자는 “주무부서인 시민건강국 외 타 실·국에도 관련 대책 마련을 요구하며 강력한 도입 의지를 보였다”고 말했다.
오 시장은 12일 첫 기자 브리핑에서도 ‘서울형 상생방역’을 강조하면서 “영업장의 자가진단키트 활용을 전제로 서울형 거리 두기 매뉴얼이 시행된다면 업종별 특성을 반영한 영업시간 연장이 가능해지는 등 큰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오후에는 관련 보도 자료를 내고 “노래연습장 등 다중이용시설을 대상으로 신속항원검사 시범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했다.
그러나 불과 하루 만인 13일 오 시장은 국무회의 참석 후 언론 백브리핑에서 “마치 식당이나 유흥업소에서 (신속 진단키트가) 가장 유용한 것처럼 (언론에서) 제목들이 뽑히고 있다”며 “그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오 시장은 국무회의에서도 비대면 수업 장기화로 기초학력 저하 등 학습격차를 겪고 있는 학생과 학부모들을 위해 신속 진단키트 즉시 도입을 건의했다. 종교시설도 진단키트 도입 대상으로 제안했다.
적용 대상을 바꾼 것을 놓고 일각에서는 비난을 최소화하면서 ‘오세훈의 성과’로 만들기 위한 전략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방역당국이 신속 자가진단키트 도입에 긍정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굳이 ‘유흥업소’로 적용 대상을 한정지을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이상원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 역학조사분석단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자가검사키트의 활용을 전제로 해서 유흥업소라든가 이런 다중이용시설의 방역조치를 완화하는 것은 현재로서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보인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12일 브리핑에서 언급된 노래방은 일종의 예시”라며 “구체적으로 어떤 곳을 중점 적용 대상으로 할지는 지속적으로 협의를 거쳐 걸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류인하 기자 ach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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