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력난 시름'..파종·수확 엄두 못 내는 농촌
[경향신문]
코로나로 외국인 채용 차질
내국인은 대부분 할머니들
농민 “영농계획 못세워 막막”
“2년 연속 인력난에 시달리다 보니 막막한 심정입니다…. 파종이나 제대로 할 수 있을지 걱정이에요.”
지난해 코로나19 영향으로 ‘외국인 계절노동자’(3~5개월 단기간 고용)의 입국이 사실상 막히면서 인력난에 허덕였던 농민들이 봄철 파종기를 맞아 또다시 일손을 구하지 못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외국인 계절노동자 수급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봄나물 수확을 포기하는 사례까지 나타나고 있다.
13일 오전 강원 양구군 양구읍 죽곡리의 산마늘(명이나물) 밭에서 잎의 크기를 살피고 있던 김연호씨(64)는 “수확기가 됐는데 인력이 없어 1.5t가량의 산마늘을 제대로 출하하지 못하고 있다”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2만6400㎡(8000평) 규모의 비닐하우스와 노지밭에서 수박, 방울토마토, 산마늘, 곰취 등을 재배해 온 그는 올해 어쩔 수 없이 재배작목을 변경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였다. 종전처럼 농사를 짓기 위해서는 최소한 4~10월 사이 외국인 계절노동자 4명가량을 고용해야 하나 코로나19로 인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이들의 입국이 차질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고심 끝에 수박농사를 줄이고 대신 고추를 심기로 했으나 이마저도 생각대로 진행될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그는 “요즘 농촌에서 구할 수 있는 일손은 할머니들밖에 없다”며 “용역을 통해 1인당 9만원을 주고 모셔오는 할머니들이 쪼그려 앉아 일해야 하는 수박농사를 짓기 힘들어 작목을 변경하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익성을 따지는 것이 아니라 인력 상황에 맞춰 그에 맞는 농사를 지을 수밖에 없는 셈이다. 김씨는 “외국인 노동자 공급 문제를 단순하게 농촌을 돕는 일로 생각하면 안 된다”며 “인력 부족으로 농산물 생산에 차질이 생겨 가격 변동성이 커지면 결국 소비자들도 피해를 볼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웃 농민들로부터 아침마다 “사람 구했냐”는 문의를 받는다는 김씨는 “전국의 농촌 상황이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말했다.
강원, 경기, 경북, 전북, 전남, 제주, 충북, 충남 등 전국 8개 광역자치단체의 37개 시·군은 지난 2월 법무부로부터 ‘외국인 계절노동자(2021년 상반기)’ 4631명을 배정받았다. 이 가운데 강원도 8개 시·군의 567개 농가에 배정된 인원은 1756명에 달한다. 이는 전국에 배정된 외국인 계절노동자의 40%에 해당하는 인원이다. 하지만 세계적으로 코로나19의 확산세가 지속되자 필리핀, 베트남 등 대다수 동남아 국가에서 인력 송출을 꺼리는 현상이 나타나면서 실제 입국한 외국인 계절노동자는 거의 없는 상황이다.
현재 강원도 내 상반기 입국자는 0명이다. 전국 각 자치단체들은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김순남 강원도 농정과 인력지원계장은 “농촌 일손 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지역의 대학과 업무협약을 체결해 사회봉사학점을 주고 학생들이 일을 돕도록 하는 방안까지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승현 기자 cshdmz@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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