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국방 염원' 임정요인 옆..문화재 수탈 상징 건물

이수진 기자 2021. 4. 13. 2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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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전투기 출고식 행사 영상 '역사 왜곡' 논란
[앵커]

우리 힘으로 처음 만든 전투기의 출고식이 지난 금요일 열렸고 문재인 대통령과 인도네시아 국방장관도 참석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상영된 영상이 논란입니다. '자주 국방'을 염원하던 임시 정부 요인들의 모습 뒤로 생뚱맞게 백화점 건물, 또 문화재 수탈에 앞장선 경매사 건물이 등장했습니다.

이수진 기자입니다.

[기자]

[힘차게 비상하는 한국형 전투기!]

국산 전투기의 출발점이 광복군에 있다는 내용의 영상, 그러나 임시정부 요인들의 사진 옆에 합성한 건물이 논란입니다.

임시정부 청사인가 싶은 이 건물은 경성미술구락부, 일제강점기 최대의 미술 경매 회사로 문화재 수탈에 앞장섰습니다.

독립운동가들은 굳이 이런 건물 앞에 합성해야 했을까.

임시정부의 숙원이 '자주독립'과 '자주국방'이었다는 자막과도 맞지 않습니다.

청와대 탁현민 의전비서관은 JTBC와의 통화에서 "행사의 총책임자로서 일제강점기의 압제 상황을 설명하기 위해 해당 건물과 독립운동가를 한 화면에 배치했다"며 "영상 문법상 문제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같은 화면 오른쪽의 화신백화점은 당시 민족자본으로 세운 거의 유일한 건물로 건축가도 한국인입니다.

친일파 박흥식이 설립했지만, 백화점 건물이 '일제의 압제'를 대표한다기도 경성미술구락부와 같은 맥락으로 보기도 무리가 있습니다.

대통령까지 참석한 국제 행사에서 쓰인 영상이 역사적 이해 없이 '붙여넣기'식으로 만들어지면서 독립운동가들을 욕보인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옵니다.

[정준모/전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실장 : 그 건물의 맥락이라는 게 다 있는 건데. 그 건물을 통해 배우고 기억해야 할, 이런 것에 대한 성찰과 복기는 없이…]

사실 공식 행사에서의 고증 논란은 처음이 아닙니다.

1995년 광복 50주년을 맞아 조선총독부 첨탑을 해체하면서, 1930년대 친일가요 '감격시대'가 연주되는 해프닝이 있었습니다.

또 지난 설 연휴 판소리 '수궁가'를 부르는 출연진 뒤에 일본 오사카성을 닮은 배경을 사용해 해당 방송사가 사과하기도 했습니다.

(화면출처 : KBS '조선팝 어게인')
(영상디자인 : 최석헌 / 영상그래픽 : 박경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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