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보다 비용절감 택한 일본..아소 "방류수 마셔도 돼"
[경향신문]
내년 가을 ‘저장 탱크’ 포화…올림픽·총선 전 ‘털어내기’
5년 전 이미 “해양 방류가 비용 싸고 처분 기간도 짧아”
스가 총리, 발표 6일 전 어업단체 만나…주민 의견 묵살
일본 정부는 13일 국내외 반발에도 불구하고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의 해양 방류를 결정했다. 주민 반발이나 주변국의 해양오염 우려를 최소화할 대안도 존재했지만 비용과 시간을 절감할 수 있는 방식을 택한 것이다. 오염수 저장 용량이 포화상태에 다다른 점, 도쿄 올림픽과 총선 등 주요 정치일정이 눈앞에 다가온 점도 영향을 미쳤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는 이날 관계 각료회의에서 오염수의 해양 방류 방침을 결정하며 “처분은 폐로를 진행시키는 데 피해갈 수 없는 과제”라고 밝혔다고 아사히신문 등이 보도했다. 아소 다로 일본 부총리 겸 재무상은 삼중수소 농도가 “중국이나 한국이 바다에 방출하고 있는 것 이하”라며 “그 물을 마시더라도 별일 없다”고 말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보도했다.
현재 후쿠시마 원전 부지에는 방사능 오염수를 저장할 탱크가 1047기 설치돼 있다. 현재까지 전체 용량 137만t 중 125만t이 채워진 상태다. 이르면 내년 가을 저장탱크는 포화상태에 도달한다.
당초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원전 부지에 저장탱크를 증설해 오염수를 장기 보관하는 방안도 검토했다. 다핵종제거설비(ALPS)로는 제거할 수 없는 삼중수소를 보다 안전하게 처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전자 변형이나 세포 사멸, 생식기능 저하를 초래할 수 있는 삼중수소는 반감기가 12.3년으로 비교적 짧다. 이 때문에 그린피스 등이 적어도 2035년까지 오염수 방류를 지연할 것을 촉구한 바 있다.
그러나 후쿠시마 원전 운영사인 도쿄전력은 “폐로에 필요한 작업장이나 관련 시설의 건설 공간을 확보하지 않으면 안 돼 탱크를 증설하는 공간은 한정돼 있다”고 설명했다. 2041년 내지 2051년까지 후쿠시마 원전 폐로를 완료하겠다는 계획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탱크를 증설할 공간적 여력이 없다는 얘기다.
오염수를 증발시키는 방안도 검토됐지만 경제적인 이유 등으로 최종안에서는 제외됐다. 실제 2016년 경제산업성의 위원회는 여러 대안을 거론한 뒤 “해양 방출은 비용이 싸고 처분 기간도 짧다”는 결론을 내놨다. 지난해 경제산업성이 발간한 보고서에 오염수를 대기로 방출하는 안이 대안 중 하나로 거론됐지만 현실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평가됐다. 당시 한 정부 관계자는 마이니치신문에 “ ‘방사성물질을 포함한 기체가 도쿄까지 오면 어쩌나’ 하는 불안을 고려하면 대기 방출은 가능할 리가 없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 역시 방사능 오염수의 인체 유해 가능성을 고려했다는 방증이다.
일본 정부가 일찍이 해양 방류로 가닥을 잡고도 현지 주민 설득이 늦어진 데는 정부와 도쿄전력에 대한 불신이 영향을 미쳤다. 도쿄전력은 ‘ALPS를 통해 오염수의 방사성물질을 정화할 수 있다’는 입장을 유지하다 2018년에야 “80%(현재는 70%)가 일본의 (방사성물질 농도) 기준을 넘고 있다”고 시인했다. 후쿠시마 어업 관계자를 포함한 주민들의 반발이 이어졌지만 스가 총리와 어업단체의 만남은 해양 방류 결정이 일주일도 남지 않은 지난 7일에야 이뤄졌다. 일본 정부는 해양 방류를 강행함으로써 “현지 등 관계자의 이해 없이는 어떠한 처분도 하지 않는다”는 2015년의 약속을 지키는 데도 실패했다.
도쿄 올림픽이 임박한 데다 중의원 해산 및 총선거가 가을로 예상되는 상황도 오염수 처분 결정 강행에 일정한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 안팎의 비난을 피할 수 없다면 시간을 끌기보다는 하루빨리 방류를 결정하는 것이 올림픽이나 선거에 미치는 악영향을 줄일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효상 기자 hs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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